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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m의 작은 산이지만 조망과 풍광은 어느 큰 산 못지 않은 명산입니다.
 194m의 작은 산이지만 조망과 풍광은 어느 큰 산 못지 않은 명산입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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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자유로를 지나가다보면 주변에서 우뚝 돋보이는 산이 눈에 띄고 꼭대기에는 예쁜 정자까지 보이는데, 그럴 때마다 저 산이 몹시 궁금하기도 하고 정자에 올라서면 전망이 참 좋겠구나 싶었습니다.

산의 이름부터가 뭔가 있어 보이는 심학산은 오래 전부터 한강물의 범람을 막는 산이라는 뜻에서 수막산(水漠山)으로 불리다가, 조선 후기 심학산(尋鶴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궁궐에서 키우던 학이 도망쳐 이곳에서 찾았다는 전설이 있는데, 심학은 바로 학을 찾은 곳이란 뜻이랍니다. 겨울이면 호리호리한 몸매의 재두루미가 하늘하늘 날아오는 동네인 걸 보면 전설만은 아닐 듯하네요.

그런 전설적인 이름의 산이지만 높이가 194m로 산책삼아 걸어도 두세시간이면 족한 동네 뒷산 정도의 아담한 산입니다. 그럼에도 이 산을 작지만 명산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데, 자유로에서 올려다 보았던 그 예쁜 정자 위에 올라서면 누구나 공감하게 될 것입니다.

부드러운 능선길과 산책로같은 오솔길이 번갈아 나오는 둘레길은 산허리를 따라 길게 나있습니다.
 부드러운 능선길과 산책로같은 오솔길이 번갈아 나오는 둘레길은 산허리를 따라 길게 나있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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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산바람과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팔각정을 보니 어떤 풍경을 만날까 궁금해 발길을 재촉하기도 합니다.
 시원한 산바람과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팔각정을 보니 어떤 풍경을 만날까 궁금해 발길을 재촉하기도 합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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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산에 둘레길도 있네

가을에 꽃축제를 하는 심학산 자락의 돌곶이 마을과 심학 초등학교를 지나면 산을 닮은 아담한 절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절에 부처를 신앙하는 불상이 너무 거대해서 바로 뒤의 심학산을 압도하고 사람을 주눅들게 하네요. 졸졸졸 흐르는 약숫물이라도 안 나왔으면 불상에 합장을 하고 싶지는 않은 절입니다.

산길에 들어서면 총 6.8km의 심학산 둘레길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팻말이 서있습니다. 주변 조망이 어서 보고 싶다면 바로 산정상까지 올라가도 되고, 산을 천천히 더 둘러보다가 정상까지 가고 싶으면 둘레길을 걸어도 좋겠습니다. 따로 산행계획을 짤일도 없는 작은 산이지만 둘레길은 풀코스와 단축코스도 있네요.

심학산 산허리를 감싸는 이 둘레길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 나오기도 하고, 길동무와 함께 여유로이 걸을 수 있는 넓은 능선길과 오롯이 혼자서만 지날 수 있는 오솔길이 교차합니다. 품이 넉넉한 능선길도 좋고 인생은 어차피 혼자가 아닌가 산이 말해주는 듯한 좁은 오솔길도 걷기 좋네요.

임도 비슷한 길도 있어서 MTB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온다고 합니다. 저도 자전거로 임도길을 올라가 보려고 애마 잔차를 타고 왔으나 오목조목한 둘레길을 보고는 그만 걷기로 했습니다.

산길 중간 중간에 나무벤치, 쉼터들이 자리하고 있어 남녀노소 주민들을 위한 배려가 엿보입니다. 알싸한 숲향기와 신선한 공기를 맡으면서 눈쌓인 푹신한 흙길을 걷는 건 어찌된 게 매년 가도 지겹지가 않고 갈 때마다 좋습니다.

얼마 걷지는 않았지만 어느 능선길에서 좀 쉴까 해서 벤치에 앉았더니 벌써 한강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둘레길은 편안했지만 역시 정상에 닿는 길은 가파릅니다. 하지만 보통 다른 산에서 만나는 깔딱고개니 정도는 아닙니다.

꼭대기로 올라갈수록 한강과 자유로가 잘보이고 양옆으로 넓게 번져가는 햇살에 가슴이 탁 트이고 겨울이지만 시원한 느낌이 듭니다. 뭐 별로 힘들게 올라오지도 않았는데 얼마 안되어 멋진 풍광을 만나니 괜히 산에게 미안하기까지 하네요.

아파트들로 점령당하고 있는 파주의 주변 신도시와 수도권의 오염된 대기층까지 보이네요.
 아파트들로 점령당하고 있는 파주의 주변 신도시와 수도권의 오염된 대기층까지 보이네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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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의 오두산 통일전망대와 왼쪽의 북한 개풍군 지역이 통일된 한 지역으로 보입니다.
 오른쪽의 오두산 통일전망대와 왼쪽의 북한 개풍군 지역이 통일된 한 지역으로 보입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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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망과 노을이 특별한 산

정상의 전망대는 나무벤치도 있어 편히 앉아서 동서남북 사방을 보며 감상할 수 있도록 잘 만들어 놓았습니다. 보통 전망대라고 하면 설치되 있는 큰 망원경이 없는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사방이 가깝게 느껴지고 얼어붙은 한강의 눈얼음 조각이며 임진강 너머 북한땅까지 잘 보입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는 물론 북한 개풍군이라는 동네와 뒤로 펼쳐진 북한의 산들이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아 분단이라는 현실을 잠시 잊었네요.

남녘으로 고개를 돌리니 아파트들이 메우고 있는 파주의 신도시들과 정겨운 이름의 동네 금촌이 눈아래 펼쳐져 있습니다. 아파트 신화는 거품의 징후에도 꺼지지 않고 이곳까지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온나라를 거대한 닭장 같고 수용소 같은 아파트들로만 채워도 되는 건지 답답합니다.

한강과 임진강 두 강물이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다가 결국엔 만나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마치 한반도 통일의 운명을 보는 것 같은 벅찬 감정이 듭니다. 그런 감정은 늦은 오후가 되면서 임진강 너머로 북녁땅과 겹쳐지는 낙조로 인해 감동으로 변합니다.

작고 아담한 산이다 보니 어둑어둑한 땅거미가 지는 시간이 되어도 사람들은 서둘러 내려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시간에 산을 올라오는 사람들이 다 있네요. 왜 그런가 했더니 다들 한강과 임진강을 배경으로 하는 귀한 저녁 노을을 감상하려고 한답니다. 심학산은 이 특별한 낙조로 유명해서 한해의 마지막날에 해넘이를 보러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온다고 합니다.

강을 안은 수려한 풍광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노을이 주위를 빨갛게 물들이며 내려오고 있습니다. 산에서 만나는 노을은 바다와는 또다른 감흥을 주네요. 이렇게 최고의 아름다움을 베풀며 하루를 마무리 하는데 너의 오늘은 어떤가 하고 산이 묻는 것 같아 순간 가슴이 철렁하기도 합니다.

해질무렵이면 더욱 진한 소나무향이 마음의 여백으로 느껴지는 숲길에 서서 일상의 근심을 덜어내고, 늦었다고 재촉하지 않는 오솔길을 걸어 내려오며 새해 새로운 바람들을 생각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ㅇ 대중 교통편 : 전철 2호선 합정역이나 3호선 대화역에서 버스를 타고 파주 돌곶이마을 입구에 내려 심학초등학교 - 약천사 - 심학산 코스로 걸어가면 됩니다.
ㅇ 자가용은 심학초등학교와 약천사 옆에 주차가 가능합니다.



태그:#심학산, #파주, #둘레길 , #약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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