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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만 되면 덩달아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점쟁이와 여론조사가들이다. 이들은 모두 선거 결과를 예측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판단의 근거가 다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서투른 점쟁이가 생사람 잡듯이 서투른 여론조사가 나라를 망칠 수 있다."

권혁남 전북대 신방과 교수는 자신이 쓴 <미디어 선거의 이론과 실제>(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선거여론조사가 선거운동의 강력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음을 강조한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선거뿐만 아니라 비선거기간에도 언론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 '정치적 궁금증을 여론조사보다 더 정확하게 풀어줄 수 있는 대안이 없다'고 보는 시각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 매달리는 언론사들이 갈수록 많아졌다.

특히 해마다 연초만 되면 언론사들은 정치 풍향계를 여론조사에 의존한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정치인들의 서열을 매겨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모습은 흔하디 흔하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언론사들은 일치감치 후보군을 설정하고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한 조사결과를 앞 다퉈 보도하고 있다. 조사설계도 가지각색이다.

평소 정치색이 짙은 언론일수록 또 다른 설계를 가미한 조사결과를 내보내고 있다. 뜨거운 세종시 논란과 정치적 핫이슈인 각 당의 지지·선호도 외에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를 올 6월 선거와 결부시켜 설계한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다. 'MB찬가'가 따로 없을 정도로 낯 뜨거운 기사들도 눈에 띈다. 

"대통령 국정운영 잘한다?"... 경쟁보도 보기 '민망'

2007년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행정도시건설청'을 방문, 행정도시를 "'이명박표 세종시'로 만들겠다"며 세종시 주변지역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별도 조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2007년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행정도시건설청'을 방문, 행정도시를 "'이명박표 세종시'로 만들겠다"며 세종시 주변지역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별도 조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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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여론조사기관이 언론사만큼이나 난립되다 보니 조사주체와 결과도 가지각색이다. 표본과 시점이 약간 다르다고 하나 한 조사기관이 실시해 각기 다른 언론사에 공개한 조사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응답률도 저조한 전화조사가 대부분이다. "여론조사인가, 여론조작인가", "왜 이런 조사들을 실시하나?"란 뜨끔한 질문과 비판이 쏟아질 만하다.

올해는 6월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지역정가의 풍향을 여론조사를 통해 탐색한다 치자. 이를 빙자한 대통령 국정지지도와 각 정당 지지도 조사결과가 천편일률적이어서 차마 보기 민망하다. 실제 <한국언론재단>의 기사검색 사이트 카인즈(KINDS)에서 올 1월 1일부터 17일까지 제목과 기사에 '여론조사'로 등록된 기사는 모두 244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대통령'과 관련된 여론조사 기사는 10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세종시' 관련 여론조사 93건, '정당' 관련 여론조사 40건, '지방선거' 관련 여론조사 34건 등의 순으로 검색됐다. 기사내용은 지방선거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여론조사 결과임에도 정작 의도는 다른 곳에 있음이 제목과 도표 등에서 나타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에 대한 주요 방송사 및 신문사들의 여론조사결과가 흥미(?)롭다. 비슷한 결과를 놓고 엇박자 분석을 한 내용이 참으로 가관이다. 우선 KBS와 SBS,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이 지난 연말 실시한 대통령 조사결과를 새해 첫 정치특집기사로 다뤘다. 결과도 결과지만 조사시점과 배경에 관심이 쏠린 이유는 뭘까.

KBS·SBS·<동아일보> 여론조사의 경우 지난해 12월 29일부터 30일에 걸쳐 이뤄졌다.  아랍에미리트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권 수주를 따낼 때 이명박 대통령이 현지를 직접 방문하고, 방송사와 언론사들이 낯뜨거운 홍보성 보도를 쏟아낸 직후다. <조선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도 같은 달 26일부터 27일 사이에 여론조사를 실시해 연초에 내보냈다.

설마 이 같은 상황이 여론조사 결과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새해 벽두 'MB찬가'는 영상과 지면에서 시작됐다. 그것도 여론조사를 앞세워. 

KBS, SBS 낯 뜨거운 "이명박 잘한다" 경쟁보도... 왜?   

지난 1일 방송된 KBS <뉴스9>의 여론조사결과 보도.
 지난 1일 방송된 KBS <뉴스9>의 여론조사결과 보도.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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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단연 앞섰다. 1일 <뉴스9> '서민 생활 안정·일자리 창출 최우선'에 KBS는 이명박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50.6%로,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가 40.5%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KBS는 "1년 전보다 긍정평가가 18% 포인트 상승해 원전 수출과 G20정상회의 유치 등에 대한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KBS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국가품격의 변화에 대해서는 '높아졌다' 34.8%, '낮아졌다' 13.1%, '변화없다' 48% 비율로 응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KBS는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도는 박근혜 33.3%, 유시민 7.5%, 정몽준 6.9%, 정동영 5.4%, 오세훈 5.2% 등의 순으로 나타났고, 정당지지도는 한나라당 34.1%, 민주당 26.5%, 친박연대 5% 등의 순이었다고 전했다.

6월 지방선거에서 어느 정당 후보를 찍겠냐는 질문에 한나라당 후보 27.1% 민주당 후보 23.2%의 비율로 답했다고 KBS는 전했다. KBS 조사는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이틀간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됐다. 전화면접의 고질적인 문제는 저조한 응답률이다. 이번 역시 그대로 나타났다. 응답률이 18.4%에 불과했다.

지난 1일 보도된 SBS <8뉴스> 여론조사 결과.
 지난 1일 보도된 SBS <8뉴스> 여론조사 결과.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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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SBS도 <8뉴스> '이 대통령 국정지지도 49.8%'에서 KBS보다는 다소 낮았지만 "'이 대통령이 잘한다'는 응답이 49.8%로 '잘못한다(43.1%)'는 응답보다 6.7%포인트 높았다"며 "최근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 이후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당이 35.4%, 민주당이 21.2%로 지난 7월 이후 12% 포인트 안팎의 지지율 격차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민주노동당은 4.2, 친박연대 2.7, 진보신당 2.3, 자유선진당은 2.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고 SBS는 전했다. 차기 대선후보에 대해선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꼽는 응답이 18.3%로 가장 많았고, 정몽준 4.4%, 유시민 2.5%, 이회창 2.4% 순이었으나 응답자의 63.3%는 아직 선호하는 후보가 없었다.

SBS 조사는 지난해 12월 30일과 31일 이틀 동안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라고 전했다. 역시 전화조사라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아랍에미리트 원전수주 발표 직후 조사... 뻔한 결과 예상 못했을까?

<동아일보>도 이에 질세라 1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단연 주목을 끌었다. 긍정적 평가(매우 잘함, 대체로 잘함)가 51.6%, 부정적 평가(매우 못함, 대체로 못함)가 42.4%로 나타났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이대통령 국정지지율 50%대 진입'이라고 뽑은 제목도 눈에 띈다.

신문은 또한 정당지지도의 경우 한나라당 36.3%, 민주당 22.7%, 민주노동당 5.8%, 친박연대 3.8%. 진보신당 2.8%의 순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한일강제병합 100년, 전쟁발발 60주년 맞아 지난해 12월 29일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라고 덧붙였다.

기사는 특히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인 지난 6월 2일의 31.6%에 비해 무려 20%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반면 부정적인 평가는 같은 기간 61.1%에서 42.4%로 크게 낮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 세 언론사는 모두 지난해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조사한 것이어서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와 그 홍보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한국일보>도 <미디어리서치>와 지난해 12월 26,27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49.8%로, 부정적으로 평가한 44.6%를 앞질렀다. 나머지 5.6%는 무응답 혹은 '모름'으로 대답했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 역시 <에이스리서치센터>와 지난해 12월 26, 27일 성인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잘한다'는 응답이 49.6%로, '못한다'는 응답 44.3%를 비교적 큰 폭으로 앞질렀다. 그러나 이들 두 신문의 조사 시기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발표가 있기 직전이었다. 이를 감안할 경우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런데  다음날 더욱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조선>, "원전수주 발표 직전 실시, 수주효과 반영되지 않았다?" 발뺌

<조선일보> 1월 2일자 5면.
 <조선일보> 1월 2일자 5면.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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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자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2010년 신년 맞이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는 '잘하고 있다' 44.2%, '잘못하고 있다' 45.3%였으며 '보통이다'는 7.1%, '모름·무응답'은 3.4%였다"고 보도했다. 다른 언론사들과 간극을 두는 듯했다.

그러나 정당 지지율의 경우 한나라당 37.8%, 민주당 25.5%, 민주노동당 5.6%, 친박연대 3.5%, 진보신당 3.3%, 자유선진당 1.3% 등의 순으로 순위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조선>은 이 조사를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6∼27일 1509명의 전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전화조사 했다고 전했다. 응답률은 20.5%였다.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조선>과 <갤럽>의 결과는 뭔가 달라 보였다. 그러나 제목과 기사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이(李)대통령 국정수행 "잘하고 있다" 44%'란 제목의 기사는 "이번 갤럽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긍정 평가(44.2%)와 부정 평가(45.3%)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다음과 같은 첨언을 달았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친서민·중도실용노선 효과에 힘입어 10월엔 40%대 후반까지 반등해 최근까지 40%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갤럽 허진재 이사는 '이번 조사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발표(지난해 12월 28일) 직전 실시했기 때문에 원전 수주 효과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굳이 제목에서 아부하지 않아도 된다. 다소 부정적인 조사결과도 해석하기에 따라 긍정적 결과에 버금가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대목이다. <조선>과 <갤럽>의 여론조사는 그 후에도 이어졌다. 세종시가 그 빌미다. 14일 <조선>은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다른 언론에 발표된 여론조사의 경우, 전국적으로는 세종시 '원안'보다 '수정안'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았다"며 지역별로 다양한 조사결과를 표와 함께 보도했다.  

이에 뒤질세라 <매일경제>도 16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 58% "세종시 수정안 지지"'란 제목과 함께  "국민 10명 중 6명은 세종시 수정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난해 11월 조사에서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았던 유보층이 지지 쪽으로 더 많이 선회했다"고 전했다.

<매일경제>와 <동아시아연구원(EAI)>이 공동 기획한 여론조사 결과다. "세종시를 교육·과학·기업도시로 수정한다는 정부 발표를 지지한 응답자는 58.8%로 집계됐다"는 여론조사는 세종시 수정안 발표 직후인 지난 11~12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로 실시됐다. 이 신문은 이날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44.3%로 조사됐다는 내용도 함께 전했다. "지난달 44.1%에 이어 2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는 내용도 빠뜨리지 않았다.

<중앙일보>도 이에 앞선 13일 보도에서 전국적으로 수정안을 49.9%가 찬성했고, 40.0%는 반대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찬반은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는 이번 조사는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11일 전국의 성인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조사 결과라고 전했다.

"과연 '황금채널'로 일컬어지고 있는 종편채널 진출 채비를 갖춰 놓고 있는 신문들과 정부의 정책에 급격히 비판기능이 무뎌진 방송들의 여론조사답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헤럴드경제>, "대통령 지지도 고공비행... 정책 체감도는 되레 싸늘" 찬물

<헤럴드경제>가 최근 내보낸 여론조사 관련 기사들.
 <헤럴드경제>가 최근 내보낸 여론조사 관련 기사들.
ⓒ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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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바라만 볼 수 없었던 모양이다. <헤럴드경제>가 찬물을 끼얹고 나섰다. 지난 8일 3면에 '이대통령 지지도 고공비행... 정책 체감도는 되레 싸늘'이란 제목의 기사에서다. 기사는 "이명박 정부 서민정책에 대한 국민호감도가 16.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또 정부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 전국적으로 반대 의견이 높고, 충청권은 70%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케이엠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3.1%p) 결과를 이날 발표한 <헤럴드경제>는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정책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피부에 와닿는다'는 의견은 16.7%로 조사된 반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의견은 76.8%에 달했다"고 전했다.

각종 언론은 이명박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50%를 넘었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 정책 체감도는 싸늘하다고 허를 찌른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헤럴드경제>의 지난해 10월 정책 체감도 조사와 비교할 때 비호감 의견은 오히려 높아졌고, 호감도는 낮아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정책 체감도는 17.8%로 나타났지만, 이번에는 16.7%로 1.1%P 낮아졌다.

<헤럴드경제>의 이번 조사에서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49.0%로 조사됐다. 언론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수주 등을 집중 보도한 결과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 수치는 50% 안팎을 기록했지만, 실제 정책 체감도는 싸늘한 현실은 여권의 고민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이 신문의 여론조사에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더 많았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45.1%, 공감한다는 의견은 41.6%로 나타났다.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1월 13일 주간 정기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충청여론은 원안 찬성이 63.5%였으며, 수정안은 이보다 낮은 27.3%였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9.1%였다.

앞서 내보낸 방송과 보수신문들과는 영 다르다. 가뜩이나 사회 갈등적 이슈를 다루는 언론의 보도태도가 정부 편향적이란 지적이 많다. 이런 와중에 여론조사결과를 앞세워 언론사들은 정책을 비호하거나 뒤틀린  의제에 대한 정당성 돌파구를 찾기라도 하려는 듯 여론조사를 빙자한 보도에 혈안이 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대통령 국정지지도와 세종시 관련 여론조사 보도는 그 대표적이다.

여론조사 보도, 문항, 조사방식·시기, 응답률 꼼꼼히 체크하며 읽어야

4대강 사업 저지 국민소송을 진행 중인 이상돈 중앙대 법학과 교수가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등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신뢰성 문제를 제기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지난 4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이 대통령이) 50% 가까운 지지율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는 질문에 "여론 조사 신빙성이 얼마나 있느냐 하는 것을 챙겨봐야 한다"며 현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제기했다.

"우리나라에서 여론 조사를 위탁하는 기관이 없고 잘 들어보지도 못한 여론 기관들이 '이렇다, 이렇다' 발표를 하고 있다"며 "'그런 것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느냐' 하는 방법론과 설문을 챙겨봐야 한다"는 그의 지적은 언론사들이 뼈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정부에 뼈아픈 목소리들을 왜곡·누락·축소란 방식으로 피해가고 있는 언론사들이야 말로 더욱 깊이.

오죽했으면 '여론조작'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정도다. 민주당은 최근 세종시를 둘러싼 여론조사 기법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며, '여론조작'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특히 언론사의 여론조사가 공정성과 신뢰성을 잃을 경우 여론조작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전병헌 의원은 15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이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여론조사 문항 설계와 진행 기법이 특정한 방향으로 여론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짙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론조사 결과보도는 반드시 설문문항과 조사방식, 시기, 응답률 등을 꼼꼼히 체크하며 읽고 해석해야 오해를 방지할 수 있다.

"여론조사는 잠재적 오류를 충분히 감안하여 많은 증거를 가지고 결론을 내리는 반면, 언론은 두드러진 사실에만 관심을 가지고 보도를 하기 때문에 이들 간에는 불협화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여론조작의 근본적인 문제가 시작된다."

미국의 1992년 정치적 상황을 촘촘하게 연구해 해석한 브래디와 오렌(Brady & Orren)의 연구서가 주는 교훈이 새삼 깊고 크다.


태그:#여론조사, #국정운영지지도,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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