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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부처 이전을 전면 백지화하는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었다. 정부의 수정안 역시 국가경쟁력, 행정 효율성 가치 등을 지향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왜 원안에 대한 수정안이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안이나 수정안이나 국정운영자의 철학과 비전에 따라 현황적, 미래적 인식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들에게는 국가의 중요한 사업이 짧은 기간 동안에 180도 방향전환을 하는 것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더 큰 문제일 것이다.

 

행정기능 빼고 기업투자유치로 대체한 수정안

 

정부 수정안의 핵심은 기존의 행정 기능을 중심으로 복합적 환경을 조성하는 대신, 이를 교육·과학·경제도시로 기능을 변경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국가의 경제위기와 경쟁력을 위해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을 기본으로 도시가 구성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도시 기능의 변경은 결국 원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자족기능'을 대폭 확대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렇게 자족기능을 대폭 확대하고, 행정부처라는 유인 인센티브를 배제하기 때문에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주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다. 수정안은 바로 여기서부터 불편한 문제들을 제기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는 국가균형발전 종합계획이라는 포괄적 목표에 포함된 선도사업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그리고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선도사업으로 1차적인 단계에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이전을 골자로 하고, 이러한 1차적 선도사업을 기반으로 다양한 연구생산 거점으로 확대시켜 나가는 단계론적 접근이 바로 국가균형발전 종합계획인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수정안에서 행복도시 자체의 자족기능은 어떻게 보면 최소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행복도시 건설 그 자체로만 국가균형발전 계획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균형발전 계획은 행복도시를 매개로 기타 혁신도시, 기업도시로의 상생적 발전단계로 진전될 때 가능한 것이며, 궁극적으로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통한 지역발전이라는 단계적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종합적인 국가균형발전 계획을 구성하기 위해서 관련 도시들은 차별화된 기능과 역할을 부여받게 되는데, 행복도시는 행정기능을 중심으로 기업·연구·교육·환경이 복합적으로 구성되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행정도시는 어디까지나 행정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이러한 도시구성은 외부 지방들의 성장거점들과 연계되기 때문에, 타 지역의 경제적 이해를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 수정안, 열악한 지방 경쟁구도 심화시킬 것

 

정부의 수정안이 발표된 이후 행정기능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세종시가 수도권을 포함한 다른 지역의 이해를 침해하는 블랙홀로 기능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될 우려가 있다. 정부의 수정안대로라면, 수도권에 인접해 있고 이를 위한 각종 철도·도로 교통망 체계를 갖춘 세종시로 기업이 유입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 된다. 광주보다는 세종시 입주를 희망하는 대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많아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은 제한된다.

 

결국 행복도시의 상생적 이념은 바로 이러한 열악한 지방 간의 불완전한 경쟁으로 대체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안에서 강조되고 있는 행정부처 이전이 빠진 자족기능 확충은 이러한 지방 간의 열악한 경쟁구도를 심화시킬 우려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이 몰려 행복도시가 제2의 수도권으로 변모하게 되고, 지방의 발전과 수도권과 지방 간의 상생적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본래 취지는 퇴색될 우려가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교육·과학·경제도시로 기능변경을 해야 한다면, 수도권 과밀화 해소, 지방발전의 과제는 어떻게 새로운 정부안에 반영되는 것인가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준이 전체 인구의 48.3%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수도권의 문제, 2010년이 되면 50%에 육박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수도권의 포화상태는 거의 폭발상태가 될 위험성이 있다.

 

해외 수도권의 집중도를 살펴보면, 런던권은 26%, 파리권은 19%, 수도권 집중도가 높다고 인식되는 동경권도 27.2%로 우리의 절반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다. 또한 수도권 과밀화는 일극형의 서울 집중형으로 수도권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균형발전계획에는 수도권에 공공기관이 이전해 나간 지역과 낙후한 지역을 10개의 자립적 도시 형태로 성장을 관리하는 안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파주의 경우는 남북의 산업교류가 확장될 것을 감안하여 남북 산업 벨트, 그리고 부천·의왕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금융벨트 등과 같은 수도권 내 낙후 지역의 거점 기능 확대 방안이 기존의 원안과 관련된 국가균형발전 계획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따라서 행복도시는 일극형의 수도권 과밀화를 수도권 내의 다양한 발전 거점으로 분산함은 물론, 지방의 경쟁력 향상에 필요한 기업과 혁신도시 사업등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초기적 사업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행정기능 중심도시와 기타 기업·혁신도시들이 네트워크로 구성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현 정부는 행정기관 이전이 되지 않더라도 기업의 지방이전이 자유롭고, 행복도시는 그 기능이 기업도시로 변경되면서, 이를 외부로 확산할 수 있다는 태도이다.

 

행정기관 이전 없이는 지역분산 불가능

 

하지만 기업들은 각종 금융과 인적자원이 집중된 수도권 또는 인접지역이 아닌 곳으로 이전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행정기관을 통한 이전 유인책이 없는 한 수도권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부가 지향하는 세종시의 경제적 효과의 타 지역으로 확산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된다.

 

따라서 행복도시는 우리의 수도권 중심적 발전전략이 낳은 지방의 저발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대안으로 정의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타 지방들의 경제적 경쟁력의 기반을 갖추는 지원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도시는 몇 개의 기업 중심의 신도시가 아니라 다른 지역의 경제도시화를 선도하는 사업으로서 정의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수정안이 행복도시의 성격과 기능을 근본적으로 변경한다면, 이러한 다른 지역 발전의 중요한 선도기반이 사라지는 것이고, 낮은 토지가격이나 세제지원을 다른 지역에 공평하게 적용한다고 해도, 기업들의 수도권 지향성은 쉽게 해소되지 못할 것이다. 또한 다른 지역들이 성장 동력으로 구성하고 추진하려고 하는 품목조차도 세종시의 핵심 투자 영역으로 흡수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수정안 발표 이후 정부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거듭 강조하고 있고, 원안의 행복도시 구상만으로는 충분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어떻게 국가 경쟁력을 논함에 있어 행복도시 자체가 생성해내는 수치적인 일자리의 많고 적음에만 착목할 수 있을 것인가? 진정한 일자리는 전국을 단위로 하는 공평한 기회를 통해 창출되어야 한다. 중복투자도 방지해야 하며, 단순 구직과 취업을 넘어서는 전문적인 인력양성이라는 미래적 과제도 동시에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물리적인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것은 노동력의 질, 그리고 장기적인 인력충원을 가능토록 하는 다양한 거점에서 인력을 창출하는 것이 더욱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래서 국가균형발전은 점진적인 것이어야 하며, 동시에 질적인 인력창출을 위해 필요한 기반들을 발굴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경기변동이나 기업들의 인력충원 메커니즘, 그리고 생산공정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고, 실제 젊은 인력을 더 오랜 기간 동안 고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행복도시를 선도로 하는 기업과 혁신도시, 그리고 지방의 발전 거점들에 대한 발상이 필요하다.

 

정부의 수정안도 우리 경제 현실에 대한 인식이 전혀 부재하다고 판단하기 어렵지만, 국가성장이라는 관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행정중심 복합도시를 교육·과학·기업도시로 당장 전환하는 노력보다는 분열을 통합의 리더십으로 전환하고, 국가균형발전이 갖는 함의를 다시 검토해, 이를 위해 보완하거나 강화하는 발전과제를 도출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연정씨는 배재대학교 공공행정학과 교수이며 한국지방정치학회연구이사와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습니다. 


태그:#세종시수정안, #행복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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