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점점 더 수가 늘어나면서 그에 대한 책임의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한국 대학교의 외국인 유학생 증가 추이 [출처: 교육청]
 점점 더 수가 늘어나면서 그에 대한 책임의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한국 대학교의 외국인 유학생 증가 추이 [출처: 교육청]
ⓒ 교육청

관련사진보기


몇 달 전 서울대학교 외국학생위원회 대표였던 터키 학생이 조선일보와 인터뷰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특히 나 자신도 한국에서 외국학생으로 공부를 했었기 때문에(대학과 대학원 모두) 흥미로운 인터뷰라고 생각해서 한 번 그에 대해 써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까맣게 잊고 있다가 며칠 전 또 다른 미디어에서 다시 같은 얘기를 다룬 것을 친구가 보고 그 얘길 해주자 그제야 생각이 났지요. 그래서 기사 원문(읽으시려면 클릭)을 찾아서 읽고 제 의견에 대해 써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첫째로, 조선일보가 엄청나게 큰 메이저 신문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 학생의 "솔직함" 혹은 비판의 정도가 상당히 놀라웠으며 서울대학교의 운영처로서는 읽기 쉽지 않은 기사였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서울대는 국립대니까 연세대 같은 사립학교 행정부보다는 공공 비판 등에 덜 예민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외국인 학생 수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에 그들이 한국에서 겪는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유학 생활을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사를 보면, 인터뷰한 학생의 주된 포인트는 한국이 교육 수준면에서 진실로 "국제화"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입니다. 이 결론은 한국의 많은 대학들이 세계 대학 순위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야심차게 세운 계획들과 정반대 의견이죠.

그의 주된 주장을 살펴보면서 저의 의견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영어로 된 수업이 너무 제한되어 있다

서울대학교에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영어 수업이 별로 많지 않다.

여기서 나오는 주장 중에 제일 설득력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에 오면 외국 학생도 한국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 한국 대학들이 "국제화" 혹은 "세계를 이끄는 "대학으로 세계 대학교 순위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을 하기엔 좀 모순이 생기죠. 좋든 싫든 간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제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명백한 대학교의 의무입니다.

또한 여기에 연세대를 다닌 내 경험을 더하면, 연세대엔 서울대보다 영어 강의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여전히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는 말로 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대학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충분한 영어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서울대가 이 학생에게 처음 프로그램을 선전할 때는 영어로 폭넓은 지원을 했지만, 입학이 처리되고 나서 한국에 오자 그런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좀 공감이 덜 갑니다. 당연히 신입생 "모집"할 때는 사실 그것이 대학교 세일즈 광고나 다름없기 때문에 적절한 지원을 약속하면서 다가갈 것입니다. 외국인 모집을 할 때는 당연히 정말로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을 쓸 것이고 한국의 캠퍼스에 있는 행정부처 직원들은 덜 훈련된 사람들이 많겠죠.

하지만 한국에 오기 전에 얘기했던 사람들을 찾아서 직접 영어로 도움을 청하는 것도 아마 가능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연세대에서도 직원들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외국인 학생들에겐 아주 간단한 문의를 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한국 친구를 데려가거나 직원이 알아들을 때까지 시간을 들여 끈기 있게 상황을 설명하곤 했습니다.

3- 한국 대학들이 무슬림들을 위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다

서울대학교에 총 150명의 무슬림 교환학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기숙사에서 할랄 음식을 제공하지 않아 기숙사에서 살 수 없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조금 다른 음식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겐 별로 선택권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이유로 한국이 세계화되지 못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에 제 글에서도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며 거의 모든 음식에 어떤 형태로든 고기나 해산물이 들어 있단 얘기를 쓴 적이 있습니다(김치에도 많은 경우 해산물이 들어가죠). 또한 동료들과 어딜 가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채식주의자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혹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도 몇몇 한국 친구들이 계속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한국에는 콩국수 등의 채식 음식들과 사찰음식점이 있다고 얘길 합니다. 하지만 좀 생각해 보세요!- 음식입니다. 매일매일 몇 끼씩을 먹어야 하는 음식 얘기입니다. 채식주의자라는 것은 한 달에 한 번씩 채식 음식을 먹어야겠다 하는 것이 아닙니다.

채식주의자는 매 끼니 채식을 하는 것입니다. 콩국수를 매일 먹거나 사찰음식점에 매일 간다는 건 상상하기 힘듭니다(그리고 학교에서 보통 멉니다). 이런 말들은 비현실적이며 채식주의자들에겐 비아냥대는 말로까지 들립니다..."까다롭게 굴지 좀 마, 채식 음식이 하나 있으니까 된 거 아니야!" 이런 느낌이랄까요.(제가 과장해서 말하는 감이 있긴 하지만 요점은 똑같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할랄 음식에 대해서라면 채식주의자와는 조금 다르다고 해야겠습니다. 비빔밥을 채식 음식으로 만들려면 고기만 넣지 않으면 됩니다. 할랄 음식을 만들려면 특별한 형태의 도살장에서 무슬림 도살자가 도살을 해야 하며, 소의 머리는 메카방향을 향하도록 해야 하고(가능하다면), 긴 칼로 짐승의 목을 베어서 피가 쏟아지도록 해야 합니다. 이는 분명 엄청나게 더 손이 가는 일입니다. 또한 이는 대부분의 경우에 자의로 선택할 수 있는 생활의 한 방식인 채식주의보다 훨씬 원대한 의미를 지닌(종교적 문화적으로) 식습관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뭐라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삶을 살 수도 있다는 점과 우리의 무지함이 그들의 삶을 아주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을 최소한 이해는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소수의 사람들이 복잡하고 돈이 드는 특별대우를 요구한다면 사회의 대다수에게는 거슬릴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4- 학교 운영 직원들이 도움이 되지 않으며 무례하기까지 하다

유학중 학교 행정과를 찾았을 때 직원들이 도움이 되지 않으며 또한 정중하지 않거나 대놓고 무례하게 한국말로 계속 반말을 쓰고 소리를 지르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마지막 주장에 대해서도 그다지 할 말이 많지는 않습니다. 한국에 사는 적지 않은 수의 외국인들이 종종 주변에서 뻔뻔하게도 무례한 사람들을 보고 놀란 적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서울대학교 행정과에서 그랬다면 저에겐 약간 충격이네요.

연세대학교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선 저에게 무례했던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사실은 한국말을 할 때 반말 등을 쓰는 대신 내가 "아직 배우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굉장히 바른 말을 쓰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직원이 자주 바뀌기도 했고 사실은 별로 도움이 됐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아무튼 그 인터뷰에 대한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 아직도 "핫이슈"이든 아니든 간에 그에 대한 제 의견도 흥미롭게 보셨으면 좋겠네요.

덧붙이는 글 |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하다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수출입 사업에 종사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태그:#외국인, #학생, #서울대, #연세대, #영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