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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31일. 지난 2008년말, 일제고사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서울교육청으로부터 해직당한 7명의 선생님에 대한 해임처분 무효소송 1심 선고공판이 있었고 해임이 무효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직 1심 결과일 뿐이고 교육청이 항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양심교사들에 대한 서울교육청의 징계가 부당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결과였습니다. 강북구 유현초등학교에서 해임된 설은주 선생님 부당해임 철회 대책위 집행위원장을 맡아 지역에서 함께 싸웠던 저에게도 뜻깊은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일제고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교사들에게 '명령불복종'이라는 사유로 징계를 내렸던 서울교육청이 현행 학교급식법에 따른 직영급식 전환을 거부하고 있는 학교장들에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실상 일선학교의 법률위반을 방조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을 공공연히 거부하는 학교장들

 

지난 7일 '안전한학교급식을위한국민운동본부'는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전국 740여 개 학교가 여전히 '위탁 급식'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06년 개정된 현행 학교급식법 제15조는 '학교장이 학교급식을 직접 관리운영'하도록 하고 있으며 부칙을 통해 기존의 위탁급식을 2010년 1월 19일까지 직영전환하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학교급식법 개정은 3500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식중독 등의 급식사고에 걸리는 '급식대란'이 배경이었습니다.

 

특히 CJ푸드 식중독 사건 등 학교급식 사고가 주로 위탁급식 체제에서 일어났다는 점 때문에 급식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학교의 직영운영을 법제화했던 것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학교급식법이 개정되어 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운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여전히 직영 전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학교가 많습니다. 특히 서울에서는 아직까지 위탁 급식을 운영하는 학교가 565개에 이르는 가운데 2009년 말 현재 10%에 불과한 57개 학교만 직영 급식 전환을 신청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2009년 10월 현재 서울지역 학교들의 직영급식 비율을 보면 초등학교는 98.36%, 중학교는 19.5%, 고등학교는 12.6%로 나타났습니다. 의무교육으로 포함된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비율을 비교하면 4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전국 중학교의 직영급식 비율이 80%를 넘어선 것과 비교해서 본다면 상당히 극단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제가 살고 있는 강북구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강북구 관내에 위치한 13개 중학교 가운데 직영급식을 하는 학교는 단 1곳에 불과해 직영급식 비율이 2.1%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장들은 법적 강제규정인 직영급식 전환에 대해 반대의견을 공공연히 표명하고, 일선 학교의 직영전환을 지도·감독해야 하는 서울교육청과 각 지역 교육청은 지휘감독을 태만히 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일제고사 vs. 학교급식

 

학교급식법이 개정된 이후 서울시 중·고교장회와 사립학교교장단 등은 직영 급식 전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습니다. <경향신문> 등 최근 언론기사에 따르면 서울사립중고등학교교장회 등은 직영급식 전환을 거부하는 동시에, 고발 등의 행정조치가 일어나면 행정소송 등을 통해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교장들의 행위는,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 훼손'이라는 판단을 내리거나 일제고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교사들에게 '명령불복종'이라는 이유로 징계를 내렸던 것에 비하면 더욱 심각한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법규상 강제조항인 학교급식 직영전환을 거부하겠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밝히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집단적 행위로 표출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서울교육청이나 교과부는 이들 교장들에 대한 징계조치를 내려야 형평성에 맞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에서는 '임의단체의 활동에 대해 교육청이 지도 등을 실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일선 교장들이 현행법 위반을 공모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표방한 행위에 대해 사실상 용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교육청의 이같은 입장은 일제고사에 대한 서울교육청의 태도와 비교해 보면 더욱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지난해 3월과 10월, 12월 세 차례 실시됐던 일제고사 중 12월 23일에 실시된 일제고사는 초중등교육법에 의한 성취도평가 목적의 시험이 아닌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임의적으로 결정한 시험입니다. 그리고 초중등교육법에도 전수 시행에 대한 규정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서울교육청은 일제고사는 법규상 임의조항을 확대해석하여 강제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반면, 학교급식 직영전환에 대해서는 법규상 강제조항임에도 일선 학교들의 공공연한 보이코트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습니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교육청은 지난 2006년부터 2009년 8월까지 일선 학교의 직영전환을 위한 현장방문 등을 실시한 사례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교육청이 일선학교에 일제고사를 강제할 때 근거로 삼았던 초중등학교법 제7조의 '지도권한'을 학교급식 직영전환과 관련하여 행사하지 않은 점은 서울교육청이 법이 정한 행정권한을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일선학교의 법률위반을 방조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지난해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제출 받은 '2009학년도 예산집행 실적'에 따르면 당초 3억원이 책정됐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에 투입된 예산은 100억원이 집행되어 계획보다 33배 많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난 반면 교육복지나 환경개선을 위한 교부금은 계획의 절반도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경쟁'에 치중한 나머지 '복지'를 외면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건강한 학교를 위해 학교급식 직영전환 서둘러야

 

학교급식의 직영운영을 법제화한 현행 학교급식법은 3500명의 학생들이 집단 식중독에 걸리는 미증유의 급식대란에 대한 반성에서 개정되었습니다. 이는 학교급식이 우리 아이들에 대한 교육의 연장선이어야 하며, 마땅히 학교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사실상 법 이행을 거부해 온 학교장들과 지도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서울교육청의 합작으로 법 시행이 불과 열흘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중학교의 직영급식 비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서울교육의 현실입니다.

 

서울교육청과 일선 학교들이 우리 아이들을 무한 경쟁으로 내모는 일제고사를 실시하는 노력의 절반 만이라도 학교급식 직영전환을 위해 노력했다면 아마 지금과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교육청과 일선 학교의 직영전환 거부 움직임에 진보신당 서울시당이 직영전환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서울교육청 및 일선학교 교장들에 대한 고발운동에 돌입할 것임을 밝혔고, '안전한학교급식을위한국민운동본부'도 직영급식을 거부하는 교장 전원을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직영전환 집단적 거부로 사실상 법을 위반해 온 교육청과 일선 학교의 교장들이 학교급식 직영전환을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교육당국과 수백명의 학교장들이 형사고발 당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당국과 학교장들이 현행법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고발을 당한다면 학생들 앞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서울교육청과 일선 학교들은 지금이라도 학교급식의 안전성을 높이고 학생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급식 직영전환을 서둘러 추진하는 것이 교육자로서의 마지막 양심을 지키는 길일 것입니다.


태그:#일제고사, #학교급식, #서울교육청, #급식사고, #직영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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