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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인병만, 아래부터 '교과부')가 새해들어 첫 보도자료를 내고 학교 교육에서 '창의·인성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창의·인성 교육'은 그동안 학교 안팎에서 흔하게 들어왔던 말로 별로 새로운 얘기가 아닙니다.

 

한 가지 예로 전국 16개시도 교육청 교육지표 중에 '창의'라는 말이 들어있는 시도교육청이 이미 11곳일 정도니까요. 학교현장에서 오래 지내온 사람으로서 새해 벽두에 참으로 느닷없고 새삼스러운 선언이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참고자료] 16개 시도 교육청 교육지표

서울특별시- 실력과 인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 육성

경기도- 더불어 살아가는 창의적인 민주시민 육성

인천광역시-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적 인간 육성

부산광역시- 꿈과 보람과 만족을 주는 교육을 실현한다.

광주광역시- 아름다운 품성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육성

대구광역시- 창의적이고 도덕적인 세계 시민 육성

대전광역시- 미래를 이끌어갈 도덕적이고 창의적인 세계인 육성

울산광역시- 지식 기반 사회를 선도할 도덕적이고 창의적인 인재 육성

전라남도- 세계와 미래로 웅비하는 참되고 창의적인 인간육성

전라북도- 더불어 살아가는 창의적 인간육성

경상남도- 능력있고 창의적인 세계 시민을 육성하자.

경상북도- 올바른 인성과 창의적을 지닌 인재 육성

강원도- 남과 함께 하며, 남과 다른, 경쟁력을 갖춘 인재 육성

충청남도- 미래 향한 힘찬 도약 사랑받는 충남 교육

충청북도- 능력과 품성을 겸비한 세계인 육성

제주특별자치도- 미래를 여는 교육, 꿈을 키우는 학교

 
교과부 스스로 인정한 창의성을 해치는 첫 번째 방법, 일제고사

 

교과부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이번에 '창의·인성 교육 기본방안'을 발표한 이유가 학교 현장에 나타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 때문이랍니다. 교과부가 스스로 내놓고 있는 '현황과 문제점'이 다섯 가지나 되는데 첫 번째 내용을 보겠습니다.

 

◦ 사회전반의 학벌주의 풍토에 따른 입시위주·점수위주 학교 교육

   - 현행, 객관식 지필시험의 정답 찾기식 평가방식은 학생들에게 단편적인 지식암기능력 을 강조하여 창의성 함양을 제약

   * 정형화된 지식의 반복학습을 통해, 실수하지 않는 것이 '실력'이라는 학습풍토 팽배

  - 학습 동기나 학습 과정보다는 점수로 나타나는 결과만을 중시하여 맹목적인 학습, 수 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교육적 학습이 만연

  - 입시조차 학원 등 사교육에 뒤처지는 상황에서 창의․인성교육까지 담당하기에는 학교 와 교사의 사회적 위상이 초라

  - 창의성 발달과 인성 함양을 저해하는 가정․사회의 문제가 그대로 학교 현장에 투영되 어, 학생의 모든 것을 학교에 맡기고 방치하거나, 오로지 성적 향상만을 요구

 

이 부분을 여러 번 자세히 봤습니다. 이 내용이 정말로 교과부가 작성한 것인가 하고요. 이 부분만을 보면 꼭 교과부를 비판하는 쪽에서 쓴 것 같지만, 이 자료는 분명 교과부 스스로 작성해서 발표한 자료입니다.

 

교과부가 밝힌대로 현행 학교 교육이 '입시위주·점수위주'라는 것은 누가봐도 맞는 말입니다. 뒷부분의 '입시조차 학원 등 사교육에 뒤처지는 상황에서'라든가, '창의성 발달과 인성 함양을 저해하는 가정·사회의 문제가 그대로 학교 현장에 투영되어, 학생의 모든 것을 학교에 맡기고 방치하거나'하는 말은 왜 했는지 이해하기 힘들지만, 처음에 밝힌 '객관식 지필시험의 정답 찾기식 평가방식은 학생들에게 단편적인 지식암기능력을 강조하여 창의성 함양을 제약'하고 있다고 한 것은 백번 맞는 말입니다. 교과부는 이에 대해 '정형화된 지식의 반복학습'이라는 말도 쓰고 있습니다.

 

정말로 놀랍습니다. 교과부 스스로 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이렇게 사실대로 밝혀놓다니….  저는 처음에 교과부가 그동안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교과부가 '창의·인성 교육'을 그르치는 첫 번째 문제점으로 밝혀놓은 것이 '입시위주·점수위주 교육'으로 '객관식 지필시험의 정답 찾기식 평가방식은 학생들에게 단편적인 지식암기능력을 강조하여 창의성 함양을 제약'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된 원인이 바로 교과부에 있기 때문이지요. 교과부가 이태 전부터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한 날 한 시에 '단편적인 지식 암기능력을 강조하는' 똑같은 '객관식 지필시험의 정답 찾기식' 일제고사 '학업성취도 평가'를 본 이후부터 문제점은 더욱 심각해졌으니까요.

 

 

교과부가 주장하는 '학생개개인의 학업성취여부를 평가하여 학업성취도를 높여주기 위해'한다는 전국단위 일제고사 '학업성취도 평가'가 본래 목적을 저버린 채, 평가 결과를 시도·시군 교육청별로 공개한데서 문제가 커졌습니다.

 

또 교과부가 실시하고 있는 전국단위 일제고사 '학업성취도 평가'는 교과부 스스로 '창의성 함양을 제약'하는 문제점으로 밝혀놓고 있는 '학생들에게 단편적인 지식암기능력을 강조'하고 있는 바로 그 '정답 찾기식 평가방식'인 '객관식 지필시험'입니다. 교과부는 이런 사실을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일까요?

 

교과부는 지난 2년 동안 실시한 '학업성취도 평가'가 학생들에게 정작 학업성취도도 평가할 수 없었으면서,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의 학업성취 또한 도와주지도 못하고, '거짓 보고'와 '초등학교 0교시 부활', '방학 중 문제 풀이 보충학습', '학업성취도 평가 대비 문제풀이'같은 교육과정을 파행운영하는 부작용만 나타나고 있는데도 근본적인 문제점은 해결할 생각없이 평가 시기만 10월에서 7월로 앞당겨서 실시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시군 교육청단위를 넘어서 학교별로 평가결과를 발표한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교과부 스스로 '창의성 함양을 제약'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으면서도 '단편적인 지식암기능력을 강조'하고 있는 '객관식 지필시험의 정답 찾기식 평가방식'인 일제고사를 계속 고집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일제고사는 '창의·인성 교육'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

 

초등학교 현장에서 보면 '객관식 지필시험의 정답 찾기식 평가방식은 학생들에게 단편적인 지식암기능력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전국단위 일제고사 전에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교과부가 전국단위 일제고사 '학업성취도 평가'를 본 뒤로 이런 문제점이 아주 심각해졌습니다. 첫 해보다 두 번째 해에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교과부가 평가결과를 발표하고 난 뒤로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평가 결과인 점수로 교육청과 학교와 아이들을 줄 세우는데 무슨 창의와 인성이 있겠습니까?

 

학습활동에서 평가는 학습의 과정으로 진행되어야한다는 것은 교육의 원칙이고, 따라서 평가내용과 방법은 학습내용에 가장 알맞게 설정되어야 합니다. 평가도 학습을 위해 하는 것이니만큼 학습을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교과부가 '객관식 지필시험의 정답 찾기식 평가방식'으로 전국 모든 학교에서 똑같이 일제고사를 보고 평가 결과만을 보고 점수를 시도 교육청별로 발표한 뒤부터 학교 현장에서는, 교과부가 스스로 문제점이라고 밝힌 현상인 '학습 동기나 학습 과정보다는 점수로 나타나는 결과만을 중시'할 수 밖에 없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학교는 '맹목적인 학습,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교육적 학습이 만연'하게 된 것입니다.

 

전국단위 일제고사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새로운 '창의·인성 교육'은 발디딜 틈이 없을 뿐 아니라, 학교에 그나마 남아있던 '창의·인성 교육'마저 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교과부가 진정으로 '창의·인성 교육'을 하길 원한다면, 교과부가 가장 먼저 '창의성 함양을 제약'하는 문제점이라고 스스로 밝힌 일제고사부터 없애야 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볼 때 일제고사야말로 학교 교육에서 '창의·인성 교육'으로 가는 길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교과부가 '창의·인성 교육 기본방안'을 발표한 때에 맞춰서, 28년 학교 현장교사 경험으로 봤을 때 학교교육에서 창의와 인성교육을 방해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따져보려 합니다. 


태그:#교과부창의인성교육방안, #일제고사, #학업성취도평가, #교육과학기술부, #초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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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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