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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0일 발생한 충남 서산 대산항 벙커C유 유출사고 당시 유출량과 피해상황이 애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은 사고 당시 유출된 벙커C유의 양이 애초 추산된 800~1000ℓ보다 약 6배가량 늘어난 5900ℓ로 확인됐다고 7일 밝혔다.

 

수사결과 사고 당시 유조선은 기름유출 사실을 알고도 항만청 등에 보고하지도 않은 채 출항했으며 화주인 현대오일뱅크 측은 기름선적 과정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해경의 중간발표로 인해 대산항 벙커C유 유출사고로 인한 기름유출 추산량 증가와 현대오일뱅크 측의 관리·감독 의무 소홀 등은 속속 보도됐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기름유출로 인한 주민피해 상황과 방제작업 현황은 많이 보도되지 않았다.

 

상당수 언론은 기름유출로 인한 피해상황과 방제작업 현황을 현대오일뱅크와 방제당국 관계자들의 입을 빌어 "오염된 기름은 대부분 제거됐으며 어장피해는 없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보도가 과연 사실일까?

 

기름유출 사고 발생 20일... 아직도 석축에 기름이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20여일이 지난 1월 8일 찾은 대산항 현대오일뱅크 부두. 회사 측이나 관계당국의 공식 입장에 따르면 유출된 기름은 벌써 제거됐어야 한다. 그러나 난지도 피해주민들과 함께 돌아본 현대오일뱅크 부두의 석축은 그야말로 기름범벅이었다. 대부분은 한눈에 보기에도 기름이 덕지덕지 묻어있었고, 석축의 돌을 들어내자 시커먼 기름범벅이 드러났다. 현장을 돌아본 어민들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최장량 난지도 기름피해 대책위원장은 "사고 20여일이 지나도록 어떻게 부두 석축의 기름그대로 방치될 수 있는가"라며 "난지도 일대보다 여기가 더 방제가 시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두 석축에 이렇게 기름범벅이 그대로 방치될 경우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면서 기름이 그대로 바다로 유출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유출된 기름은 곧바로 난지도 일대로 밀려드는 것.

 

주변 어민들은 현대오일뱅크에서 전 직원을 동원하거나 인력을 추가로 고용해서라도 방제작업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곁에 있던 한 주민은 "인력이 부족하다면 서산시청이나 당진군청에 자원봉사인력이라도 요청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언성을 높였다.

 

 

현장주변에서는 전문방제업체 소속 직원들이 고온고압 분사기로 바위에 붙은 기름을 떼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분사기에 의해 녹아내린 기름은 바위틈과 석축 아래 바다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석축 아래쪽에 한 겹의 펜스를 설치했지만 너무나 허술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보다 못한 피해어민 방웅남 난지1리 이장이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방제업체 직원은 "방제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며 되레 큰 소리를 냈다. 결국 거친 언쟁이 이어진 끝에 전문업체의 고온고압 분사기 사용은 중단됐다.

 

2년 전의 태안 기름 유출사고로 인해 이 분야 전문가가 다 된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이평주 사무국장은 "이런식으로 고온고압 분사기를 사용하게 되면 눈에 보이는 바위의 기름은 벗겨낼 수 있을지 몰라도 바위틈으로 스며들거나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기름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고온고압 분사기를 사용하려면 최소한 이중삼중의 차단장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책임회피와 무성의로 일관하는 현대오일뱅크
 

 

이번 기름유출과 관련해 가해업체인 현대오일뱅크 측의 책임회피와 무성의에 대한 피해주민들의 원성이 높다.

 

지난 1월 6일 당진수협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도 현대오일뱅크 측은 "우리는 가해자가 아니라 선의의 피해자"라며 모든 책임을 선박업체인 성호해운 측에 돌렸다. 해경의 발표에 의해 불과 하루 만에 드러날 거짓말을 한 셈이다.

 

또 사고 20여일이 지나도록 현대오일뱅크측은 공식사과를 비롯한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으며 피해주민들의 생계대책 요구도 일축했다. 2년 전 단일선체의 유조선을 사용함으로써 태안에서 사상초유의 해상재난을 일으킨 바 있는 현대오일뱅크가 또 다시 주민피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는 이유다.  

 

환경운동연합 국토생명팀 정나래 간사는 "2년 전 사상초유의 해상재난에 이어 이번에 또 다시 기름유출 사고를 일으킨 현대오일뱅크는 사고의 책임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며 "피해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민생계대책 마련과 부두 석축의 기름 제거에 성의를 갖고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유종준 기자는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기름유출, #난지도, #대산항, #현대오일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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