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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추운 겨울바람을 뒤로 하고 순천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길인 상사호 주변길을 바이크와 함께 돌아봤다
 필자는 추운 겨울바람을 뒤로 하고 순천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길인 상사호 주변길을 바이크와 함께 돌아봤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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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올레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도에서 출발해 강원도 산골까지 이제 올레는 걷는 길의 대명사가 됐다. 올해만도 전국의 올레길을 걸어본 인구가 줄잡아 400만 명이나 된다는 통계는 가히 폭발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제주도나 전라도 지방에서 사용되던 올레라는 말은 '길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길 혹은 대문에서 안채로 돌아 들어오는 길'을 의미하지만 현재의 올레는 '길'을 포괄적으로 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의미는 다소 달라졌지만 애교스럽다고 볼 수 있다.

바이크 올레길과 바이크 올레꾼을 아십니까?

순천에 있는 상사호 길은 직선이 거의 없는 재미가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순천에 있는 상사호 길은 직선이 거의 없는 재미가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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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교스럽다는 것의 범위는 '바이크 올레길', '바이크 올레꾼'이라는 말로 확대된다. 올레길을 걷는 것이 아닌 모터바이크를 이용해 여행하는 이를 말하는데 기존에 모터바이크 여행자들이 말하는 '투어'나 '라이딩'과는 차별화되고 깊이가 느껴지는 말이다.

좀 솔직하게 표현해 보면 기존 모터바이크 라이딩의 경우 시끄러운 소음 발생과 집단 어울림 등으로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다소 부정적 이미지가 있었음은 사실이다. 또한, 여행의 의미도 스피드에 집중돼 여행이라는 밥상에서 스트레스해소라는 것만을 편식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크 올레꾼은 자신의 모터바이크를 애마라고 부르는 근본적인 이유부터 출발해서 길이 주는 느낌과 의미를 감상하고 중간 기착지에서 특별한 문화를 배우고 체험해 '여행은 또 하나의 배움'이라는 생각을 실천한다. 여기서 기존 모터바이크 여행의 부정적 의미를 지워버리는데도 한 몫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크 올레꾼 길을 떠나기 위해서는 무슨 준비 필요한가?

바이크 올레꾼을 자청하며 나선 상사호길에서 운전자를 위한 반사경에 모습을 비춰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
 바이크 올레꾼을 자청하며 나선 상사호길에서 운전자를 위한 반사경에 모습을 비춰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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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이에 비해 준비하는 것이 좀 더 까다롭다. 어느 길이 좋은가? 그곳에는 뭐가 있는가? 거리는 얼마나 되나? 의복과 신발은 알맞은가? 카메라와 메모지는 준비됐나? 간식거리는 충분한가? 등은 비슷하지만 바이크 올레꾼에게는 바이크 정비와 충분한 연료 확보도 필수적이다.

필자에겐 '노시난테'라 부르는 20년 된 바이크가 있다. 낡고 볼품은 없지만 낙안군 연재를 하는 필자를 위해 지역민이 마련해 준 것인데 연재 5개월여 만에 비록 장거리 여행은 아니지만 바이크 올레꾼이 돼 여행 간다는 기분을 느껴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오늘 여행을 위해 필자는 4~5일 전에 바이크 동호회에 가입해 여러 가지를 살펴봤다. 주의할 점이나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 그들의 경험담 그리고 바이크 정비에 관해서도 눈여겨봤다. 물론 아침에 한 것이라고는 타이어 공기압을 체크하는 것 정도였지만….

먼저 우리 지역부터, 첫 번째는 호수다

상사호를 배경으로 길 옆에 바이크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었다
 상사호를 배경으로 길 옆에 바이크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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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에는 두 개의 호수가 있다. 하나는 주암호이며 또 하나는 상사호다. 그리고 잘 알려진 순천만과 갯벌이 있으며 낙안읍성을 중심으로 송광사와 선암사가 있고 인근 벌교엔 갈대숲, 보성에는 차밭이 있다. 다닐 곳이 많아 행복한 지역 중 하나다.

그 중에서 필자는 첫 번째 바이크 올레길로 호수를 택했다 그 중에서도 상사호를 택했다. 그 길이 그야말로 '올레길'로 걸맞은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계절 언제나 찾아가도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

겨울 찬바람 맞으며 달려보는 것도 신나는 일이라 생각돼 엔진 시동을 걸었다. 추위에 대비해야했고 빙판길에도 조심해야 할 겨울철 운행이지만 날씨는 최상이었다. 더구나 최근 내렸던 눈도 날씨가 풀려 모두 녹아서 말끔해져 다행스럽기만 했다.

호반의 풍경, 눈도 마음도 즐거워

길과 호수가 만나는 상사호길은 여행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길과 호수가 만나는 상사호길은 여행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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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점은 불재를 넘어 창령마을 가는 쪽으로 정했다. 낙안읍성에서 상사호를 접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지점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입구에 상사호가 만들어지면서 물에 잠긴 죽전마을을 위한 망향비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망향비 앞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1680년에 자연마을 형태로 가구를 이뤄 번성하다가 상사호가 생기면서 이주해야만 했던 죽전마을을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한 거룩한 일인지 아니면 인위적인 것에 의해 자연이 파괴된 것인지 쉽게 결론은 나지 않았다.

죽전망향비에서 부터 호수를 따라 857번 지방도와 만나는 석정마을까지는 약 17킬로미터 정도 된다. 길은 어디 하나 직선이 없다. 물줄기 산줄기 따라 굽이굽이 넘실거리는데 흡사 뱀의 등을 타고 달리는 기분이다.

노동마을앞의 멋스러운 자연 풍광

노동마을앞 계곡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노동마을앞 계곡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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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마을을 지날 때쯤 물줄기는 가늘어진다. 그리고 계곡을 형성하는데 그 사이에 노동교가 자리하고 있다. 한 여름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그 다리 밑을 휴식처로 이용하기도 하는데 상수원 보호구역이기 때문에 엄격한 규제가 따른다.

절벽 아래로 물이 흐르고 그 물줄기는 수많은 돌무더기 사이로 비켜 흘러내린다. 그 위로 얼음이 얼어 겨울의 운치를 더해주며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면 강원도 골짜기에 와 있는 듯 한 기분까지 느끼기에 충분했다.

노동마을앞의 노동길을 지나면 곧바로 석정마을앞의 857번 지방도 조정래길을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우측 선암사 방향으로 바이크 머리를 틀면 산길을 오르게 되는데 고갯길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마을 풍경은 산골마을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했다.

본격 드라이브길 상사호 가는 길

857번 지방도 조정래길을 지나는 석정마을앞에서 부터 산길이 시작된다
 857번 지방도 조정래길을 지나는 석정마을앞에서 부터 산길이 시작된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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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7번 지방도 조정래길은 선암사에서 승주IC로 나가는 길과 또 맞닿았는데 승주IC 방향으로 조금 진행하다 보면 상사호 가는 길 표시가 나온다. 그 길이 순천관광지도에 '드라이브길'로 표기될 정도로 아름다운 길이다.

그 이정표에서 상사댐 전망대(정확히 말하면 주암댐 상사조절지댐)까지 약 20여 킬로미터는 봄이면 온갖 꽃들이 화려함을 자랑하는, 순천 아름다운 길의 대명사다. 특히 이 길은 데이트족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하는데 도시에 연인들을 위한 길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길 중간에 쉴만한 곳으로 매운탕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들이 있고 보성 차밭과 경기도 양평을 혼합해 놓은 듯 한 대단위 차 밭도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차 한 잔을 마시며 멋진 풍광을 감상하기에도 좋은 장소다.

여행의 끝자락 상사댐 전망대와 물 홍보관

상사댐(주암댐 상사조절지댐) 전망대에는 휴게소와 물 홍보관이 자리하고 있어 휴식을 취하기에 적당하다 (사진은 댐 전경)
 상사댐(주암댐 상사조절지댐) 전망대에는 휴게소와 물 홍보관이 자리하고 있어 휴식을 취하기에 적당하다 (사진은 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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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점에서 상사댐 전망대를 만나도 좋다. 하지만 필자는 여행의 끝자락에서 이곳을 만나 휴식을 취하며 여행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된다. 이곳은 댐의 정상으로 휴게소도 있고 물 홍보관도 있어 정리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오늘 돌아 본 상사호는 총 35킬로미터 정도다. 자동차로 돌아봐도 되지만 바깥과 차단된 상태에서 길을 제대로 음미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바람을 맞으며 길과 풍경을 세심하게 살필 수 있는 것은 역시 자전거나 모터바이크다.

바이크 올레꾼을 자처하며 그 첫 번째로 돌아 본 상사호길은 산을 좌측에 놓고 물과 계곡을 우측에 놓고 쉼 없이 변하는 파노라마 그림 같았다. 필자의 애마인 '노시난테'가 노후 돼 스피드를 낼 수가 없었던 것이 그림 감상에는 오히려 다행이라면 다행인 셈이다.

이제 바이크 올레꾼의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참 의미의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 여행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는 수단인 자전거와 모터바이크는 각광 받을 것으로 보인다
 참 의미의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 여행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는 수단인 자전거와 모터바이크는 각광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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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는 모든 것은 여행이다. 그리고 여행을 하는 수단도 여러 가지인데 걷는 것은 기본이며 자전거, 모터바이크, 승용차, 대형버스, 기차, 선박, 비행기 등 다양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수단 중에서 느낌이 있는 것은 걷기와 자전거와 모터바이크뿐이라 생각한다.

길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받고 여행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속의 공기를 같이 호흡하며 풀냄새도 물 냄새도 더운 바람도 찬바람도 비바람 눈보라도 온몸으로 함께 느끼기 때문이다. 여행이 목적지에서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에서 출발해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여행이다로 변한 요즘 여행의 참 의미를 느껴보는 수단으로 세 가지는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독서로 비유해 걷는 올레꾼을 '정독한다'고 표현하고 자전거나 모터바이크 올레꾼을 '속독한다'로 풀이하고 기타 수단으로 하는 여행을 '핵심체크'라 말하는 이면을 되새겨보면 바이크 올레꾼이 받을 점수는 상당히 높을 것이라 짐작된다. (총 35킬로미터, 소요시간 3시간)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낙안군, #상사호, #바이크올레꾼, #바이크올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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