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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책이름 : 윤미네 집
- 사진 : 전몽각
- 펴낸곳 : 포토넷 (2010.1.1.)
- 책값 : 28000원

(전몽각 님 누리집 www.jmong.net)
(사진책 《윤미네 집》을 살 수 있는 곳 www.mphotonet.com/home/mphotonet/mall.php?cat=09)


(1) 아프게 살아가고 고맙게 사진찍고

지난해 팔월부터 십이월 첫머리까지 한 주에 닷새씩 인천에서 서울로 오가면서 일을 해야 했습니다. 집식구가 몹시 힘들어 해서 때때로 한 주에 한 번씩 쉬거나 조금 늦게 나가기도 했으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새벽바람으로 밥해 놓고 빨래해 놓고 집일 얼추 하고 일을 나간 다음 파김치가 되어 저녁이나 밤에 집으로 돌아와서 어지러운 집을 대충이나마 돌보든 그대로 내팽개치고 곯아떨어지든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니 도무지 사람 사는 모양이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이러면서 몸마음 모두 아픈 옆지기는 더 아픕니다. 저는 저대로 더 힘듭니다. 하소연을 할 까닭이 없으나 우리 식구가 하소연할 구멍은 없습니다. 저는 저대로 옆지기한테 푸념하지 못하고, 옆지기는 옆지기대로 당신 아픈 몸마음을 풀어내지 못하면서 옆지기 부모님네 걱정을 하느라 더 고단해 하고 슬퍼 합니다.

 우리 집에 온 새 <윤미네 집>을 옆지기와 아이와 함께 비닐을 뜯고 함께 책장을 넘겼습니다.
 우리 집에 온 새 <윤미네 집>을 옆지기와 아이와 함께 비닐을 뜯고 함께 책장을 넘겼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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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죽어나듯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12월 2일부터 더는 출퇴근 일을 안 해도 되었고, 요사이는 한 주에 이틀을 서울로 일하러 나갑니다. 그런데 한 주에 닷새이든 이틀이든, 이렇게 애 아빠 된 몸으로서 집을 오래도록 비워 놓고 있자니, 집을 비우든 동안 집안에 쌓일 일을 미리 해놓느라 바쁘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쉴 겨를이 없이 다시 밀린 일을 하느라 허둥지둥입니다. 이러면서 옆지기하고 오붓하고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눌 짬을 못 냅니다. 우리는 더 많은 돈을 벌고자 이렇게 일할 마음이 아닌데, 세상 흐름에 맞추자면 나 스스로 바보가 된다는 느낌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몫을 이 땅에서 하고자 한다지만, 식구들 몸과 아이키우기를 내버리면서까지 해야 하느냐 싶어 고개를 갸우뚱갸우뚱합니다.

딱히 어디에 내놓으려고 찍었던 사진이 아닌 제 사진감인 '헌책방'은, 저 혼자서 필름을 맡기고 찾고 스캔질하는 동안 즐겁고 보람이 있었습니다. 굳이 어디에 내세우려고 찍는 사진이 아닌 제 둘째 사진감인 '인천골목길' 또한, 저 스스로 제 사진을 돌아보면서 웃고 울고 기쁘며 슬픕니다. 누구한테 내보일 마음이 아니요, 나중에 아이한테 큰선물이라도 되는 양 던져 줄 마음이 아닌 가운데 붙잡는 셋째 사진감인 '딸아이 사름벼리'도, 나와 옆지기와 아이 모두 신나게 예전 자취를 더듬으며 즐기고 있습니다. 올해로 세 살을 맞이한 아이는 때때로 '제 모습 찍힌 사진 담은 꾸러미'를 펼치면서 한 장 한 장 넘기곤 합니다. 아이가 사진을 알아서 스스로 넘겨보는지 아닌지는 모릅니다.

보름쯤 앞서부터는 아이가 제 디지털사진기를 즐겨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아빠가 제(딸아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 '찰칵' 하는 소리에 아빠를 쳐다보며 얼굴에 시익 웃음을 머금고 후다다닥 달려듭니다. 그러면서 두 팔을 뼏쳐 사진기를 움켜쥡니다. 한 주쯤은 제가 단추를 하나씩 눌러 주어야 했고, 이제는 아이 스스로 어느 단추를 눌러야 사진을 넘길 수 있는지, 크고 작게 보려면 무엇을 눌러야 하는지까지 알아챕니다. 오늘은 드디어 혼자서 켜고 끄기까지 해냅니다.

아이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놓는 일도 '적바림(기록)'이라면 적바림입니다. 몸마음 아픈 옆지기는 엊그제뿐 아니라 아침 일마저 떠올리지 못할 만큼 매우 힘들어 합니다. 애 아빠가 찍은 사진을 셈틀 화면으로 넘겨보면서 '언제 적 모습'이었는지를 가늠하지 못하곤 합니다. 배앓이를 하며 낳은 딸아이가 어떠한 나날을 거쳐 뒤집고 기고 서고 앉고 걷고 뛰고 하며 이렇게 자랐는지를 하나도 헤아리지 못합니다. 예전 사진을 보며 마치 '우리 아이가 아닌 듯' 느끼기도 합니다. 모르는 노릇이지만, 사진이라도 담아 놓지 않았으면 아무리 말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옆지기가 머리로 떠올려 내지 못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날마다 세 식구 복닥이는 모습이 아빠 손길을 거쳐 사진 한 장으로 담깁니다. 이러한 사진에 딱히 어떤 이름을 붙이기보다, 우리가 살아낸 자취요 시간이었음을 헤아리면서 세 식구끼리 오순도순 좋아합니다.
 날마다 세 식구 복닥이는 모습이 아빠 손길을 거쳐 사진 한 장으로 담깁니다. 이러한 사진에 딱히 어떤 이름을 붙이기보다, 우리가 살아낸 자취요 시간이었음을 헤아리면서 세 식구끼리 오순도순 좋아합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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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딸아이 지난날 모습을 꼭 떠올려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옆지기가 저하고 함께 살던 처음 모습을 구태여 되돌아보아야 하지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날이 더 아름답거나 못났을 까닭이 없고, 오늘이 더 아름답거나 모자랄 까닭이 없으며, 앞날이 더 아름답거나 아쉬울 까닭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한테 주어진 삶과 목숨대로 어제도 오늘도 모레도 고맙습니다. 때때로 '우리 옆지기가 이렇게 아픈 사람이 아닌, 튼튼한 사람이라면 내 삶과 우리 아기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고 생각해 보는데, 튼튼한 옆지기였다면 저는 저대로 바깥일을 훨씬 많이 했을 테고 글을 더욱 엄청나게 써댔을 테며 방송취재라든지 책 펴내기도 아주 신나게 해댔을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연예인 못지않게 잘나갔을는지 모르고, 어쩌면 지난 1995년부터 가난하고 벗삼은 삶자락을 떨쳐냈을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잘나가는 제 모습이나 가멸찬 살림이 된 제 모양새는 그림으로 그리지 못하겠습니다. 외려 두렵습니다. 잘나가는 만큼 다소곳함을 잃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가멸찬 살림인 만큼 돈 한푼을 알뜰히 간수하며 고마워하는 마음을 잃지 않을까 무섭습니다.

옆지기라서 아픈 사람이라서 더 좋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아픈 옆지기가 싫거나 밉지 않습니다. 아픈 옆지기 때문에 저 스스로 더 아픈 자리를 견디어야 하고 알아야 하며 받아들여야 합니다. 고단한 나날이지만 옆지기처럼 아픈 이웃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도록 가다듬습니다. 지치는 삶이지만 옆지기보다 더 아플 이웃을 어렴풋이나마 헤아립니다. 예전이라고 머리통만 굴리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몸마음 다 아픈(심신장애)' 사람이 한식구요 옆지기요 애 엄마인 가운데 갖은 집안일과 바깥일을 도맡으면서 더 마음을 쏟고 힘을 내야 하는 자리가 어디인가를 겨우 붙잡습니다. 어설픕니다만, 우리 어머니가 할아버지 똥오줌을 치우고 밥을 먹이면서 우리 형제를 키우는 한편 부업을 하고 아버지를 모시고 하는 삶을 견디고 살아낸 하루하루를 살갗으로 살짝살짝 느낍니다. 어머니는 홀몸으로 어떻게 그 많은 일을 다 하면서 당신 젊음을 다 바칠 수 있었을까요? 저한테는 우리 어머니이지만, 제 둘레에는 수많은 '또다른 어머니와 아버지와 형제'들이 당신들 식구나 동무나 이웃이나 살붙이한테 이렇게 '몸마음 다 바치는 삶'을 견디거나 살아냈겠지요.

이 같은 삶이 사진으로 적바림된 적은 이제까지 한 번도 없는 줄 압니다만, 이러한 삶을 사진으로 적바림하고자 하는 사람을 저로서는 아직까지 한 번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이 삶을 고맙고 사랑스러운 삶으로 받아들여 사진으로 적바림하는 눈물콧물땀방울을 영그는 사람을 저로서는 여태까지 한 번도 만나지 못합니다만, 삶이 참 사진이고 사진이 참 삶이라고 느낍니다.

눈물이 없는 글이 글이라 하겠습니까? 콧물이 없는 그림이 그림이라 하겠습니까? 땀방울이 없는 사진이 사진이라 하겠습니까?

저는 어느새 손빨래로 보내온 삶이 열여섯 해째 접어듭니다. 홀살이를 하건 함께살기를 하건 군대살이를 했건 늘 손빨래 삶입니다. 서른여섯 줄 나이로는 찬물 빨래가 어려워 보일러를 돌려 손빨래를 하는데, 졸음을 이기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고 빨래를 하는 동안 기쁘고 고맙다고 느낍니다. 언제였는지 떠오르지 않을 만큼 오래된 이야기라고 느끼는데, 옆지기는 '당신이 너무 힘드니까 내가 빨래할 테니 그냥 두어요' 하고 이야기하곤 했지만, 이제는 이런 이야기를 아예 꺼내지 않습니다. 그만큼 옆지기가 힘들다는 소리입니다. 옆지기도 아픈 몸으로 빨래를 하자면 더 힘들기는 할 테지만, 옆지기나 저나 손빨래를 하면서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 고되다고 느끼거나 귀찮다고 느낀 적 또한 없습니다. 손빨래를 하면서 늘 '좋았'습니다. 손빨래를 하고 나면 언제나 '흐뭇'했습니다. 빨래하는 동안 아이를 안 봐도 되니까 그러할 수도 있지만, 비비고 헹구고 털고 널고 하면서 옷가지만이 아니라 마음가지까지 말끔하게 빨아 놓거든요. 옷가지를 맑게 다스리면서 마음가지 또한 맑게 다스리거든요.

 1990년에 나온 <윤미네 집>과 2010년에 다시 나온 <윤미네 집>.
 1990년에 나온 <윤미네 집>과 2010년에 다시 나온 <윤미네 집>.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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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옆지기를 사진으로 담거나 아이를 사진으로 찍을 때에 노상 손빨래하는 마음입니다. 손빨래를 하며 우리 집식구 몸을 돌아보고 마음을 곱씹듯, 사진기 단추를 한 번 누르고 두 번 누를 때마다 우리 집식구 오늘 하루 삶이 이렇게 고맙고 반갑고 흐뭇하고 멋지고 고와 참 아름답구나 하는 느낌을 담으려 합니다. 앞으로 우리 식구가 얼마나 오래오래 살아갈 수 있는지는 하늘님과 땅님 뜻일 텐데, 오래 살든 짧게 살든 이 하루 서로서로 복닥이고 아파하고 힘겨우면서도 어찌어찌 한 해 두 해 달력을 넘기는 삶임을 깨닫고 기쁘구나 하는 느낌을 사진 한 장이나 글 한 줄에 실으려 합니다. 이리하여, 이렇게 해서 찍은 우리 식구 사진은 바깥에 내보여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따로 바깥에 내보이려고 찍는 사진은 아니지만 옷장 깊은 곳에 꽁꽁 감추려고 하는 사진 또한 아닙니다. 그예 우리 삶입니다. 그저 우리 사진입니다. 그대로 우리 사람입니다. 꾸밈없이 우리 사랑입니다.

(2) 다시 태어난 <윤미네 집>

사진책 <윤미네 집>이 2010년 1월 1일을 맞이해서 새옷을 입고 우리 앞에 다시 선보입니다. 1990년 11월에 처음 나온 이 사진책은 스무 해라는 세월을 조용히 잠들어 있다가 깊은 잠을 기지개 켜고 깨어나 우리 앞에서 슬그머니 웃습니다. 1990년에는 '시각' 출판사이고, 2010년에는 '포토넷' 출판사입니다. '시각'은 사진문화를 깊이 사랑한 주명덕 님이 꾸리던 곳이고, '포토넷'은 다달이 사진잡지를 펴내는 곳입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가난하건 가멸차건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이라면 좋습니다. 이런 마음이 고스란히 사진에 담긴 <윤미네 집>입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가난하건 가멸차건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이라면 좋습니다. 이런 마음이 고스란히 사진에 담긴 <윤미네 집>입니다.
ⓒ 전몽각/이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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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사진기가 나오기 앞서도 한국에서 사진하는 사람은 많았으나 사진책이나 사진잡지가 사랑받기는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디지털사진기가 널리 팔리며 웬만한 사람들 누구나 괜찮은 디지털사진기를 갖추고 있는 오늘날 또한 사진책이나 사진잡지는 사랑받기 만만하지 않습니다. 꿋꿋하게 사진책을 펴내는 출판사가 있습니다만, 어느 날 갑자기 이 사진책들이 품절이나 절판이라는 길을 걸을는지 모릅니다. 이번에 새옷을 입고 나온 <윤미네 집>은 사진잡지 길을 꿋꿋하게 걷는 곳에서 애써 펴내 주니, 여느 사진책보다는 좀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지 않겠느냐 싶습니다만, 앞으로 두고보아야겠지요. 새옷을 입기 앞서 <윤미네 집>을 헌책방에서 찾아내려고 하던 사람들이 꽤 있었고, 제가 갖고 있는 예전 판 이 책을 10만 원 줄 테니 팔라던 사람도 제법 있었습니다. 이분들이 '새로 나오는 책'을 널리 사랑하면서 즐거이 마주해 주실 수 있는지는 모르는 노릇입니다.

.. 그저 낳은 이후로 안고 업고, 뒹굴었고 비비대었고, 그것도 부족해서 간질이고 꼬집고 깨물어 가며 아이들을 키웠다. 아이를 나무우리(아기침대)에 넣어 두고 시간 맞춰 우유병을 물려 주는 미국이나 유럽의 그런 식과는 사뭇 달랐다. 그런 것을 너무나 한국적이라 해야 할지 혹은 원시적이라는 비평거리가 될는지는 모를 일이나, 나와 아내는 하여간에 아이들을 그런 식으로만 키운 것이다. 앞으로의 젊은 세대들은 요즘같이 냉철하고 이성적으로만 치닫고 있으니 서양의 그네들처럼 그렇게 닮아 갈 것이란 미래 예상은 어렵지 않지만, 그 방식이 나로서는 안타깝고 두렵기까지 하다. 아이들이 자라던 그때에는 나의 공부방에 있다 보면 아이들의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온 집안에 가득했다. 사람 사는 집 같았다 … 아이들의 일상생활은 보기에 따라서는 비슷하고 평범한 것 같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그게 아니다. 그들은 언제나 새롭고 독특하여 아무리 섬세한 예술가일지라도 연출로는 불가능한 그런 자체 표현을 수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카메라를 손에 든 내가 이래라 저래라 지시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집에만 들어오면 카메라는 언제나 내 곁에 있었고, 어쩌다 귀가 시간이 늦어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어 있을 때라도 한참 들여다보면 자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카메라를 또 들이대고, 아이 깨운다고 아내에게 야단맞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들이 한 발 한 발 걷기 시작할 때, 더듬더듬 말을 하는 등의 변화가 보이면 공연히 나 혼자 흥분하여 필름만 더 축내곤 했으니 말이다 ..  (책머리에/전몽각)

사진책 <윤미네 집>은 조금도 '전문성과 예술성'이 담기지 않은 사진을 그러모은 책입니다.

그러나, 사진을 찍은 전몽각 님한테 '사진을 찍는 전문성과 사진을 보여주는 예술성'이 하나도 없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사진책 <윤미네 집>은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사진이라는 소리입니다. 누구나 혼인하여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듯(아이를 못 낳으면 데려다 키울 수 있습니다), 누구나 아이를 키우면서 바라보고 느끼고 겪는 모습을 담고 있는 책이라는 소리입니다.

 식구들하고 함께하는 시간만큼 식구들한테 사랑을 나누는 더 좋은 길이란 따로 없습니다. 삶사진은 이런 시간을 들일 때에 태어납니다.
 식구들하고 함께하는 시간만큼 식구들한테 사랑을 나누는 더 좋은 길이란 따로 없습니다. 삶사진은 이런 시간을 들일 때에 태어납니다.
ⓒ 전몽각/이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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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윤미네 집>은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쉬운 사진을 담은 책이지만, 누구도 찍지 않은 쉬운 사진으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거꾸로 말하자면, 오늘날 우리 둘레에 넘치는 '전문성과 예술성'이 담긴 사진들은 '누구나 찍을 수 없는 어려운 사진이지만, 누구나 찍고 있는 어려운 사진'이라는 소리입니다.

전몽각 님이 담아낸 <윤미네 집>은 누구나 알고 느꼈고 부대끼며 받아들이는 삶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거의 모든 사진작가와 사진예술가들이 담아내는 사진작품은 누구나 잘 모르고 못 느끼고 동떨어져 있는 꿈나라 모습을 보여줍니다.

만듦사진이 되어야 '작품'이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지 않습니다. 살아가며 늘 보고 겪는 모습을 담는다고 '작품'이라는 이름을 얻을 수 없지 않습니다. 사진관이든 스튜디오이든 장비를 잘 갖추어 놓은 골방에서 빛을 맞추고 모델을 움직여 가며 담아내야 '예술작품'이 되지 않습니다. 조그마한 살림집 한켠에서 아이들과 옆지기를 35밀리 사진기나 값싼 디지털사진기로 담아낼 때 '예술작품'이 안 되란 법은 없습니다. 가난하다는 사람이나 제3세계라는 곳 사람이나 전쟁터에서 시달리는 사람이나 아프리카라든지 인도라든지 티벳이라든지 하는 곳 사람을 만나서 사진으로 담아야 '다큐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설레는 가슴으로 만나다가 뜨거운 사랑으로 얼우고 풋풋한 믿음으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삶자락을 사진으로 담는데 이 사진들이 '다큐사진'이란 이름을 못 얻을 까닭이 없습니다.

 딸아이를 낳으면서 달라지는 식구들 삶을 담은 <윤미네 집>입니다.
 딸아이를 낳으면서 달라지는 식구들 삶을 담은 <윤미네 집>입니다.
ⓒ 전몽각/이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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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미네 집>에 제 사진이 많지만 저와 남동생 둘, 그리고 엄마와 아빠가 모두 이 사진집의 주인공입니다. '윤미네 집'으로 불리던 우리 가족 모두의 다정하고 따뜻했던 시간들의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 <윤미네 집>은 언제 보아도 그리운 시간들의 기록이기 때문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제게 소중합니다.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을 겪을 때, 그 사진들을 보면서 제가 받은 사랑과 행복했던 그 시간들로부터 용기와 힘을 얻곤 했어요 … 외로운 외국에서 그 사진집을 받고서 부모님께 감사하며 많은 힘을 얻었지만 사진을 찍으시고 또 사진집으로 엮으신 그 절절한 부모님의 마음까지는 깊이 알지 못했던 것 같아요.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사진 속 어머니와 렌즈 너머에 계셨던 아버지의 나이가 되고 보니, 그 사랑 하나하나를 너무나 또렷하게 느낍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큰 기쁨이라고 말씀하셨던 가족의 순간순간을 일기 쓰듯 기록하신 아버지의 그 마음을 이제는 잘 알 것 같아요." ..  (딸 전윤미 씨 인터뷰/162∼163쪽)

지난 1월 6일부터 경기도 고양시 아람누리에서 '세바스티앙 살가도' 님 사진잔치가 열리고 있습니다. 살가도 님은 나라 안팎에 이름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아픈 삶과 힘겨운 삶을 꾸밈없이 담아내는 훌륭한 분입니다. 저로서는 인천에서 고양시까지 가기는 너무 벅찰 뿐더러, 옆지기와 아기를 놓고 혼자 갈 수 없어, 일산에 사는 처남한테 용돈을 쥐어 주고 동무들하고 구경하러 가 보라고 했습니다. 책이라면 언제라도 장만할 수 있고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든 책장을 펼칠 수 있지만, 책으로 묶이지 않은 사진이라면 전시장에 가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2005년에 서울에서 열린 사진잔치에 찾아가서 8000원을 치르고 사진을 돌아보고 난 다음에, 이분 사진책 <Workers>와 <Children>을 서울 혜화동 <이음책방>에서 장만했습니다. 사진잔치를 연 전시장에서는 전시장 느낌대로 좋은 느낌이었고, 언제나 다시 들출 수 있는 두툼한 사진책은 언제나 새롭게 가슴이 벅차오르도록 이끕니다.

사진책 <윤미네 집>을 <Workers>와 <Children>하고 견주는 일은 어울리지 않을는지 모르는데, 전몽각 님 사진책과 살가도 님 사진책은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찬찬히 다시 돌아보아도 반가운 대목에서 비슷합니다. 다루는 사진감이 다르고 다루는 사진감만큼 사진에 담으려는 이야기도 다를 테지만, 사진기를 든 사람과 사진기 앞에 선 사람이 놓인 거리가 멀지 않다는 대목에서도 비슷합니다.

'큰 이야기'를 다루거나 담아야만 훌륭한 사진이겠습니까. '큰 이야기'를 짚거나 찍어야만 다큐사진이 되겠습니까. '작은 이야기'를 다루어도 훌륭한 사진이며 다큐사진입니다. '작은 이야기'라 하여도 좋은 사진이 될 수 있고, '큰 이야기'라 하지만 좋지 못한 사진에 머물 수 있습니다.

 늘 곁에서 지켜보며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식구들 모습이란, 더없는 사랑이요 보배입니다.
 늘 곁에서 지켜보며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식구들 모습이란, 더없는 사랑이요 보배입니다.
ⓒ 전몽각/이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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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살가도 님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이분 사진은 흔히 말하는 '다큐'라는 이름만으로는 걸맞지 않다고 느껴, '삶사진'이라는 다른 이름을 붙여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합니다. 전몽각 님이 당신 식구들 삶자락을 담은 사진을 들여다보면서도 숱한 다른 이름들은 들어맞지 않다고 느껴, 이때에도 '삶사진' 같은 이름을 붙여야 알맞지 않느냐고 생각합니다. 두 분 모두 사람들 삶을 사진으로 담아서 보여주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큰 테두리에서 온누리 사람들 눈물과 웃음을 보여주는 살가도 님 사진이라면, 작은 테두리에서 집식구들 눈물과 웃음을 보여주는 전몽각 님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테두리에서 온누리를 두루 찾아다니며 사람 삶이란 무엇인가 하고 헤아리는 사진을 찍은 살가도 님이라면, 작은 테두리에서 내 집식구를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껴안으면서 사람 삶이란 어떠한가 하고 살피는 사진을 찍은 전몽각 님이라고 생각합니다.

.. 남편이 처음부터 어떤 목적을 가지고 아이들 사진을 찍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기록하다 보니 쌓이게 되었고, 그래서 전시회도 하고 책도 만들게 되었다. 가족사진으로 첫 전시회를 하겠다고 했을 때 그 당혹감은 말할 수 없었다. 아무 때나 카메라를 들이댈 때도 저러다 말겠지 하고 근근이 참았는데, 이제는 만천하에 공개하겠다고 하니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첫 출판 후 20년이 지난 지금도 평범한 우리 가정의 일상사가 여과 없이 공개되는 것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왜 다시 책을 내는 데 동의하게 되었을까? ..  (사랑하는 남편과 지난날을 추억하며/이문강,200쪽)

언제나 찍을 수 있는 사진이고 누구라도 엮을 수 있는 사진인 <윤미네 집>입니다. 전몽각 님한테는 '윤미네 집'입니다. 우리 식구한테는 '사름벼리네 집'입니다. 이웃집에서는 숱한 '아무개네 집'이 이루어집니다.

'아무개네 집' 이야기는 사진으로 엮일 수 있고 글이나 그림으로 엮일 수 있습니다. 엮는 사람 나름이고, 엮는 사람 생각에 따라 다릅니다. 따로 사진이나 글이나 그림이 아닌 '마음에 담아 놓는 이야기와 느낌'으로 우리 삶을 저마다 다르게 이루어 놓을 수 있습니다.

 돈보다 아름다운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사진 한 장으로 넉넉히 보여줍니다.
 돈보다 아름다운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사진 한 장으로 넉넉히 보여줍니다.
ⓒ 전몽각/이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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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네 집>이든 <Workers>이든 <Children>이든 아름답거나 거룩하거나 좋거나 사랑스럽거나 따뜻하거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면, 사진기를 든 사람이 사진기 앞에 선 사람하고 늘 함께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언제나 곁에서 지켜보는 한편, 한결같이 손길을 내밀고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무엇을 지키고 가꾸고 돌보아야 하느냐는 마음을 튼튼하게 가다듬고 있기 때문에 '좋은' 사진 하나 얻는다고 봅니다.

'좋은' 사진뿐 아니라, '좋은' 글이나 '좋은' 그림이나 '좋은' 책이나 '좋은' 노래는 따로 없다고 하지만, '좋은' 무엇이란 어김없이 있습니다. '좋은' 사람 또한 틀림없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옆에 있습니다. 우리 옆지기가 좋은 사람이고, 우리 옆에 있어 주는 동무가 좋은 동무이며, 우리 옆에서 믿고 사랑하는 이웃이 좋은 이웃입니다. 돋보이고 아니고가 아니라, 내보이고 아니고가 아니라, 돈벌이가 되고 아니고를 떠나, 예술이 되고 아니고를 떠나,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이야기가 될 때에 비로소 '사진'이라는 이름이 붙으며 우리 가슴에 곱다시 내려앉는다고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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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 편집자로 일하면서, 전남 고흥에서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를 꾸립니다.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읽는 우리말 사전》《골목빛》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