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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민행동본부와 자유주의진보연합 등 보수단체가 주최한 '세종시 수정안이 담아야 할 비전' 발표회에서 정운찬 총리의 영상축사가 상영되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민행동본부와 자유주의진보연합 등 보수단체가 주최한 '세종시 수정안이 담아야 할 비전' 발표회에서 정운찬 총리의 영상축사가 상영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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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놓은 세종시 해법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 과밀해소와 지방균형발전이라는 애초 목적은 사실상 폐지된 채, 기업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각종 인센티브에 대한 특혜 시비와 다른 지방과의 역차별에 따른 반발이 거세다. 또 유력한 투자 후보로 거론되는 삼성그룹과의 정치적 빅딜설까지 더해지면서, 정부의 세종시 최종안 공개를 앞두고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쟁점 ①] 법까지 바꿔가며 원형지 개발

정부가 6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세종시 투자유치를 위한 지원 방안의 핵심은 재벌기업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미 법으로 정해져 있는 정부부처의 이전은 일부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만 포함된 채 사실상 백지화됐다. 대신 일부 기업과 대학 등이 세종시에 들어가는 것이다.

대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내놓은 정부의 유인책은 결국 '땅'과 각종 세제 지원이다. 세종시에 들어오는 기업에 유례없이 파격적인 싼값으로 땅을 주고, 자유롭게 개발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 스스로 "사실상 거저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특혜 시비가 이는 이유는 정부가 대기업에 제공하기로 한 땅이다. 값도  3.3㎡당 36만~40만 원 선이다. 전체 매각 대상 용지의 평균 조성 원가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 주변 산업단지의 공급값인 78만 원보다 40만 원정도 싸다. 정부 쪽에선 "어차피 기업에서 땅을 개발할 때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렇게 싼 것만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기업 맘대로 땅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준 것 자체가 특혜라는 것이다.

국내 대형건설사의 한 임원은 "순수하게 개발 측면에서 보면 그 정도 값에 원형지 개발 방식이라면 충분히 메리트(장점)가 있다"면서 "실제 공사에 들어가면 하청을 주거나, 상업시설 등 분양을 통해 개발이익을 올릴 수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의 세종시기획단에서도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생활에 필요한 필수시설의 개발도 일정수준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기업들의 개발이익까지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셈이다.

[쟁점 ②] 기업 배만 불리고 국민에게 부담 전가

세종시 건설 예정지인 연기군 남면 나성리 '첫마을 사업지구' 건설 현장.
 세종시 건설 예정지인 연기군 남면 나성리 '첫마을 사업지구' 건설 현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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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같은 원형지 개발 방식은 그동안 혁신도시나 기업도시에선 허용되지 않았다. 물론 현행 '행정도시특별법'에선 원형지 개발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 법에선 원형지를 개발할 수 있는 사업 주체를 국가나 지방정부, 대통령이 정하는 공기업으로 한정했다. 민간기업에 허용되지 않은 이유는 행정도시가 기업에 의해 난개발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정부의 세종시 지원방안이 시행되려면, 현행법까지 바꿔야 한다. 조원동 세종시기획단장도 "대기업 등에 원형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행정도시특별법'이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행정도시를 건설하면서 공공이 주도하는 자연친화적인 계획도시를 만들겠다고 공표했었다. 하지만 법까지 바꿔가면서, 행정도시를 백지화하고, 도시 건설예정지의 개발권을 기업에게 헐값으로 넘기면서 난개발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행정도시를 건설한다면서 해당지역 주민들에게서 헐값으로 땅을 강제로 사들인 뒤에 결국 재벌기업에 넘겨주는 꼴이 됐다. 특히 30만 원 후반대의 원형지 땅값 역시 그동안 기업들이 요구해왔던 '세종시 적정 분양가 40만 원 미만'과 거의 맞아 떨어지면서 정부 스스로 기업들의 요구에 굴복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순철 경실련 국장은 "세종시는 정부가 원형지를 공공개발해서, 이를 공공시설과 민간시설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면서 "지금 상황에선 정부가 나서 법까지 바꿔가면 사실상 민간 대기업의 막대한 개발이익을 보장해주고, 난개발을 조장해주고 있는 셈이 됐다"고 비판했다.

[쟁점 ③]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반발

밀마루전망대에서 바라 본 세종시 건설 예정지.
 밀마루전망대에서 바라 본 세종시 건설 예정지.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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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시비는 다른 지역이나 지방과의 형평성 문제다. 정부는 세종시에 만들어지는 기업에겐 기업도시에 준하는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세종시로 옮기는 수도권 기업에 대해 소득세와 법인세를 7년 동안 100% 면제해주고, 이후 3년 동안 50% 깎아준다. 또 70억 원 한도에서 입지, 투자, 고용, 교육훈련 관련 보조금을 주고,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선 임대료 감면을 포함해 각종 재정지원책을 주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수도권기업 가운데 지방 기업도시 등으로 이전하려는 기업들은 당연히 세종시를 우선 순위로 둘 수 밖에 없다. 기업도시 입주에 따른 세제 혜택 이외에 싼 값의 원형지 개발권까지 덤으로 얻게 되면, 굳이 영남이나 호남, 심지어 다른 충청지역 등으로 기업이 이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같은 지원 방안이 알려지자, 일부 산업단지를 분양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충남 서산시의 경우는 한화그룹과 산업은행이 함께 조성한 서산테크노벨리의 분양에 차질을 빚을까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2008년 초부터 분양에 들어갔지만, 현재 산업용지 분양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곳 산업단지의 분양가가 3.3㎡당 60만 원대로 세종시와 비슷하다. 세종시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논산시도 논산2 일반산업단지의 분양률이 50%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고, 계룡시도 계룡 제1 일반산업단지의 분양을 올해 상반기까지 마칠 계획이었지만, 정부의 이번 발표로 분양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밖에 천안과 아산 등 산업단지나 기업도시 등을 조성하려는 자치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영남지역의 여론도 결코 좋지 않다. 대구경북의 <영남일보>는 6일 사설에서 정부의 세종시 지원방안을 두고 "아무리 기반시설이 조성되지 않은 원형지 형태라고는 하나, 지난해 11월 대구시가 성서5차산업단지의 분양가를 3.3㎡당 133만 원에 책정한 것과 비교해보더라도 특혜라는 화살은 피해가기 어렵다"며 "이 정도라면 아무리 냉정한 잣대로 판단해도 '세종시 블랙홀' 우려를 씻어내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광주를 비롯한 호남도 마찬가지. 광주전남의 <무등일보>도 이날 정부의 세종시 지원방안 기사에서 "광주시와 전남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가 '지방 고사를 볼모로 한 수정안'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며 "특히 세종시 수정안이 저렴한 부지 제공에 이어 세제 지원 등 다양한 혜택까지 부여하는 '기업유치 블랙홀 방안'인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광주시의 수도권 기업유치는 물론 첨단 및 평동산업단지 등 지방 산단 조성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쟁점 ④] 정치적 빅딜설까지... 삼성 "결정된 것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12월 28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경제인 간담회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12월 28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경제인 간담회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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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같은 파격적인 혜택의 첫 번째 수혜기업은 어딜까. 정운찬 총리도 지난달 충청지역 주민간담회 자리에서 "깜짝 놀랄만한 대기업 한곳과 협상이 성사단계에 있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가 유력한 기업으로 떠올랐다.

이후 주로 정부와 정치권 쪽에서 이같은 삼성전자의 세종시 투자가 흘러나왔고, 구체적으로 삼성전자가 바이오시밀러(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의 복제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내용까지 거론됐다.

특히 지난달 30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이례적인 단독특별사면 복권의 배경에 삼성의 신규사업 부문이 세종시로 가는 것으로 정부와 삼성 사이에 이른바 '빅딜'이 성사됐다는 재계와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물론 삼성 쪽에선 이같은 '빅딜설'에 강하게 부인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의 특별사면과 (삼성의) 세종시 투자 여부와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며, 언급할 가치도 없다"고 부인했다.

삼성은 또 정부의 세종시 지원방안이 구체적으로 나오면서, 사실상 삼성전자의 새로운 사업이 투자될 것으로 기정사실화되는 것에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삼성 고위 인사는 6일 "삼성전자의 세종시 입주는 전혀 결정된 바 없다"면서 "언론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익명을 바탕으로 삼성의 입주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보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종시 투자 여부는 정부의 수정안이 구체적으로 나온 이후에 검토할 문제이고, 기업의 신규투자를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선 유감스럽다"고 강조했다.

삼성 입장에선 이미 정부의 지원방안에 대한 특혜시비가 일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회장의 사면과 맞물린 '빅딜'설까지 겹치면서 그만큼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국내 최대 기업으로서 투자를 통한 고용창출이라는 기업의 역할과, 새로운 먹을거리 사업 진출 등을 감안할 때 세종시 참여를 전격적으로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재계와 정치권, 정부쪽에선 삼성의 세종시 입주 가능성이 높게 보고 있다. 문제는 삼성이 투자할 경우 어떤 분야가 이뤄질 것이냐다. 이 부분에 대해선 정부 내에서조차 확정을 짓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 쪽에선 신사업 진출 분야인 '바이오시밀러'를 밀고 있지만, 정부에선 전자분야인 LCD 단지의 신규투자 등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사업성 측면에서 현재 충남 탕정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LCD 사업부문이 세종시로 들어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결국 각종 특혜시비와 지역차별에 대한 역풍, 특정 재벌의 정치적 빅딜설까지 정부의 세종시 해법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은 좀처럼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태그:#세종시, #삼성, #이건희, #정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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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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