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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최로 열린 '2010년 시민사회단체 신년하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최로 열린 '2010년 시민사회단체 신년하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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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은 시민참여정치의 원년이다. 격동의 근대사가 올 지방선거를 정점으로 새롭게 펼쳐질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반민주성과 반인권성, 반환경성을 탓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민이 배제된 정치에 조그마한 파열구를 내고, 시민이라는 좋은 씨앗을 심어야 한다. 그것이 시민정치운동이다. 정치로부터 배제되고 홀대받은 시민들이 다시 그 중심에 서고자 하는 일, 시민운동이 그것의 중심에 설 것이다."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6월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둔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집권 초반부터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 여론을 미리 조직하려는 것이다.

▲ 백낙청 "세월이 하도 정상적이지 않다 보니..."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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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이 시민정치광장을 만들겠다고 한 점을 주목하라"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최로 열린 '2010년 시민사회단체 신년하례회'에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비롯해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 송영오 창조한국당 대표, 최열 환경재단 대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등 각계 대표들이 떡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최로 열린 '2010년 시민사회단체 신년하례회'에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비롯해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 송영오 창조한국당 대표, 최열 환경재단 대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등 각계 대표들이 떡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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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5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신년하례회에서 "2009년은 인권, 평화, 평등 등 온갖 사회공공성이 어떻게 유린되고 희박해지는가를 목격했던 한 해였다"며 "시민사회단체들이 올해 벌어질 지방선거에서 시민정치광장을 만들겠다고 한 점을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도 이날 "이명박 정부에 대해 2년간 '열공'했으니 올해엔 성적을 내야 한다"며 "경술국치 같은 먼 옛날을 되새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까운 과거를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백 교수는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미디어법 국회 통과 ▲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 불법적인 국회 예산안 통과 등을 열거하면서 '모두 1년이 채 안 된 과거이지만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시민단체 신년하례회에서 선거 얘기를 꺼내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작년의 기억을 되새기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나가기 위해서라도 시민단체들은 힘을 모아 이번 선거에서 뭔가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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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백 교수는 "우리는 모두 국토방위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유린하는 우리 국토강산 방위와 수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계절이 네 번 지나가면 해가 바뀌기 마련인데 2009년 한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는 겨울"이라며 특유의 은유로 말문을 열었다. 노 대표는 "문제는 이 겨울이 아직 3년이나 더 남았다는 점"이라고 의표를 찔렀다.

그는 "아무리 추워도 겨울은 석 달인데 우리는 지금 5년짜리 겨울을 보내고 있다"면서 "이 정도면 겨울이라기보다 빙하기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 모두 5년짜리 빙하기를 견디기보다는 2년 6개월 정도로 끝내고 힘을 모아 봄을 앞당기자"고 제안했다.

이어 노 대표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빙하기를 끝내고 봄을 앞당기는 일이 일어나리라고 본다"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새로운 일꾼들이 정치 전면에 나서는 호혜의 정치를 해야"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은 "2010년 신년하례회에 와보니까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굉장히 가까워진 것 같다"며 "이명박 정부로부터 함께 핍박받으니 동지애가 더욱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이명박 정부의 소통 불능, 독선, 민주주의 후퇴에 맞서 함께 가야 하는 운명에 놓여 있구나 생각된다"며 "2010년이 이명박 정부를 중간 심판하고 국민의 소리를 확실히 들려줄 수 있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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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 총장은 "이번 선거에서 파릇파릇 살아나는 시민의 역량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함께 미래로 나아가고 싶다"며 "시민들의 마음을 크게 모아낼 수 있도록 누군가는 책임 있게 또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시민들이 더 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 새로운 일꾼들이 정치의 전면에 나서 호혜의 정치, 희망의 지역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일, 그 모든 것은 시민참여정치 원년에 이뤄야 할 것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이날 신년사를 통해 시민정치운동 참여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시민참여정치 원년은 정치로부터 배제되고 홀대받은 시민들이 다시 그 중심에 서고자 하는 일이기에 시민운동이 중심에 설 것"이라며 "제한된 주권이 아니라 온전한 시민주권시대를 위한 대장정을 시민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들은 또 "당당하게 시민참여정치의 광장을 열어젖힐 것"이라며 "시민 여러분들도 늘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비롯해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 송영오 창조한국당 대표, 최열 환경재단 대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등 150여 명의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2010연대는 '4+5 선거연대' 제안

이에 앞서 진보개혁진영의 선거연합과 연대를 모색하는 '2010연대'도 4일 오후 서울 종로경찰서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활동계획을 상세히 밝혔다.

2010연대는 올 지방선거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야5당의 연대 틀을 강조하는 '4+5 선거연대'를 제안했다. 시민정치운동을 표방한 희망과 대안, 노무현정신을 강조하는 시민주권모임, 민주개혁세력의 통합을 주장하는 민주통합시민행동, 2010연대 등의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등 5개 정당이 연대해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정당·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 형태로 조직을 꾸리자는 것이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의 생존권을 사수해야 할 진보개혁 세력은 사분오열된 채 각개약진하고 있다"며 "올해는 그동안 한 번도 제대로 하지 못한 선거 연합을 이룰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희망과 대안, 2010연대 등 지방선거 연합정치를 모색하는 핵심단체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 포함된 개별 시민단체들까지 시민정치운동을 본격화할 경우, 이번 지방선거는 광우병 파동으로 빚어진 촛불과 노무현·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직후 조성된 조문행렬에 이어 또 한번 한국 정치사에 큰 격동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던 정치세력과 시민사회가 연합정치를 주요 의제로 모여 MB정권 심판여론을 모아낸다면 그 정치적 힘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1987년 대선 이후 선거 때마다 제기됐던 민주대연합론과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연합정치가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뤄져 실질적 성과를 이뤄내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앞다퉈 지방선거 시민정치운동을 선언하고 활동을 개시한 것은 그 자체로 새해에 주목해볼만한 현상이다.

"시민정치광장을 열어젖히겠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신년사 전문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생명평화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는 시민여러분.

2010년 경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 했던가요? 묵은 것을 제대로 털어낼 수 있는 과단성과 새로움을 위해 호시우보(虎視牛步)하는 지혜가 필요한 해입니다.

퇴행으로 점철된 2009년은 참으로 긴 한 해였습니다.

민주화시대를 이끌었던 두 전직 대통령을 잃었고, 용산의 망루에서는 우리사회가 따뜻하게 품어야 했던 약한 이들이 이슬처럼 사라져갔습니다. 평택의 쌍용자동차 공장 지붕에서 처절하게 솟구쳤던 노동자들의 비명이 귓전에 맴돌고, 시국을 걱정하며 이름 석자를 올렸다는 이유로 공무원들과 선생님들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야 했습니다.

구시대적인 악습이 사회발전을 짓눌러 새로운 사람, 혁신적인 시스템이 건강하게 착근하는 것을 막았습니다. 4대강 사업을 비롯한 토목사업은 더욱 커져 갔고, 지역균형발전정책을 비롯해 25%의 정책집행단계에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는 무산위기에 있으며, 사회복지와 서비스의 발전은 더뎠습니다. 정치권력의 손아귀에 미디어가 흡수되었고, 공공성이 취약해진 교육은 자구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교육 시장 의존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변화의 힘을 확인하게 됨이 큰 진전입니다.

국민들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로막는 강압적 통치방식이 위헌으로 결론 났고, 지난 정부에서 임명되었다는 이유로 가당찮은 구실을 삼아 해임됐던 인사들은 현 정부의 잘못으로 판결이 내려져 뒤늦게나마 명예를 되찾았습니다. 촛불항쟁으로 저항했던 시민단체들을 '불법폭력시위단체'라 하여 온갖 불합리한 차별을 자행했던 것조차 부당했다는 판결이 이어졌습니다. 굳건히 닫힌 광장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조례개정 문턱까지 치닫게 되었으며, 10.28 재보궐선거에서는 정권의 오만과 독주를 혹독하게 심판하는 대중들의 현명한 행동을 경험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 밑바닥부터 큰 변화의 힘이 제법 힘 있게 꿈틀거리고 있음을 우리는 확인했습니다. 이제 시민들 스스로가 희망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2010년은 시민참여정치의 원년입니다.

2010년은 이명박정부가 집권 중반기로 접어드는 해이지만, 길게 보면 경술국치 100주년, 6.25전쟁 60주년, 4.19혁명 50주년, 5.18민주항쟁 3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그러면서도 6월 2일에는 6명의 광역자치단체장을 비롯한 기초자치단체장과 광역 및 기초의원, 2명의 교육감과 교육위원을 국민들이 직접 뽑는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마치 민주주의와 자주적 평화를 향해 흘러온 근대사가 방사형으로 수렴되어 그날에 닿을 듯합니다.

격동의 근대사가 올 해 지방선거를 정점으로 새롭게 펼쳐질 것입니다. 이명박정부의 반민주성, 반인권성, 반환경성을 탓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합니다. 정당의 비정상적인 구조로 인해 시민들이 배제된 정치는 커다란 저항 없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거기에 조그마한 파열구를 내고 시민이라는 좋은 씨앗을 심어야 합니다. 그것이 시민정치운동입니다. 그것으로부터 희망을 주는 정치는 시작됩니다. 보다 더 민주적이고, 보다 더 평화로운 세상을 향한 시민들 스스로의 우직한 행동이 새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시민운동이 중심에 설 것입니다.

새 역사를 위해 시민들의 마음을 크게 모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 누군가는 책임있게 나서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시민들이 더 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 새로운 일꾼들이 정치의 전면에 나서서 호혜의 정치, 희망의 지역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일, 그 모든 것은 시민참여정치 원년에 이뤄야 할 것들입니다.

시민참여정치 원년은 정치로부터 배제되고, 홀대받은 시민들이 다시 그 중심에 서고자 하는 일이기에 시민운동이 중심에 설 것입니다. 제한된 주권이 아니라 온전한 시민주권시대를 위한 대장정을 시민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당당하게 시민참여정치의 광장을 열어젖힐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들도 늘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2010년 1월 5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태그:#시민정치운동, #시민사회단체연대회, #신년하례회, #노회찬, #이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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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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