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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30분이 조금 지나자 구름 사이로 햇살이 보이기 시작 했습니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사람들은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요?
▲ 울산 대왕암 해돋이 아침 7시 30분이 조금 지나자 구름 사이로 햇살이 보이기 시작 했습니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사람들은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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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30분 눈을 떴습니다. 오늘 유달리 일찍 일어난 이유는 2010년 새해 아침 해맞이 행사에 가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새해 아침이 되면 으레 전국의 해맞이 하는 사람들의 행사 풍경을 언론은 앞다퉈 보도하곤 해왔고 올해도 어김없이 그랬습니다.

나는 한번도 해맞이 행사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새해 들면서 떠오르는 해를 보러 간 적은 딱 한번 있었네요. 지난 5년 전 염포에 살때 뒷산에 올라 떠오르는 새해 해를 본적이 있습니다. 그건 동네 사람들과 새벽 5시에 일어나 올라 갔다가 떠오르는 해를 보고 내려온 일이었습니다. 새해 해맞이 행사에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해 얀말 들어 갑자기 혹한이 시작되었고 새해 아침도 매우 추울 것 같아 옷을 두둑히 입고 두꺼운 장갑과 입가리개도 끼고 해서 완전무장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대문을 열고 현관문을 나서자 두꺼운 옷 속으로 차디찬 냉기가 스멀스멀 몸속으로 기어 들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새해 해맞이 행사에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도대체 누가 그런 행사를 진행하고 어떤 이들이 오는지 알고 싶었답니다.

행사장에서 떡국 나눔 행사도 진행했습니다. 판매금은 모두 소아암 환자를 위해 쓰여 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도 한그릇 사먹었습니다.
▲ 떡국 사먹기 행사장에서 떡국 나눔 행사도 진행했습니다. 판매금은 모두 소아암 환자를 위해 쓰여 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도 한그릇 사먹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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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이나 걸어 나가야 있는 큰 길로 나가 방어진행 버스를 탔습니다. 아침 6시 전임에도 버스 안은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주로 젊은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새해 해맞이 행사에 남성들 보단 여성들이, 나이든 사람보단 젊은이들이 더 관심이 많은가 봅니다.

20여 분 달려 울기등대 가는 길에서 내렸습니다. 큰 길에서부터 일산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대왕암 공원까지 또 걸어 10분 넘게 가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둠을 가르며 바닷가에 있는 대왕암 공원으로 걸어 갔습니다.

처음 마주친 행사 풍경이 의외였습니다. 큰 길 입구에 다다르자 저만치서 목탁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스님 복장을 한 두사람이 앞에 돈 통을 놓아두고 목탁 두들기며 염불일 것 같지도 않은 뭔가를 중얼거리며 지나가는 행인을 바라보았습니다. 약 40미터 더 가자 이번엔 스님 복장을 한 또 한사람이 염불 같은 뭔가를 중얼거리며 목탁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 앞에도 돈 통이 놓여 있었습니다. 희한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 찍지 마세요. 스님은 사진 찍히는 거 아닙니다."

별로 도닦는 스님 같지 않은 스님 복장을 한 그사람은 재보다 잿밥에 더 관심 있는지 하던 염불 계속 안하고 내게 무엄하다는듯 한마디 했습니다. 그래서 스님 사진은 삭제하겠노라고 말하고 다시 행사장으로 걸어갔습니다.

마을 근처 교회당에서 손수 장만한 따뜻한 차를 행사장에 온 행인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 따뜻한 차한잔 하고 가세요~ 마을 근처 교회당에서 손수 장만한 따뜻한 차를 행사장에 온 행인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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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얼마쯤 가다보니 이번엔 어깨띠를 두르고 따뜻한 차를 마시라고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내미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 가보니 마을 근처 교회에서 예수 믿으라 노상 전도차 나온 분들이었습니다. 차 한잔 얻어 마시고 다시 걸었습니다. 어둠속 길은 좀 긴듯이 보였습니다.

"떡국 드시고 가세요. 떡국 판매 수익금은 소아암 어린이 돕기에 쓰여집니다."

이번엔 새해 해맞이 행사 주관 단체인 울산 동구 청년회(동울산JC)에서 떡국을 팔고 있었습니다. 수익금을 좋은 일에 쓴다니 한그릇 안할 수 가 없었습니다. 그냥 소금물에 떡을 끓여 종이 그릇에 한그릇 담고 계란 구워 채 썬 것과 김 가루를 조금 얹어 주는게 다였지만 추운 겨울 아침에 그것도 길가에서 먹는 떡국 맛이 좋았습니다. 분위기 맛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행사장엔 두어군데 추위를 가시게 하기 위한 불을 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대형 소방차가 대기중에 있었습니다. 잘 못 했다가 불나면 안되니까요.
▲ 불조심 차량 행사장엔 두어군데 추위를 가시게 하기 위한 불을 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대형 소방차가 대기중에 있었습니다. 잘 못 했다가 불나면 안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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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암 공터 주변엔 이미 수많은 인파가 넘실거렸습니다. 작은 무대가 꾸며져 있었으며 사회자가 나와 진행중에 있었습니다. 처음, 풍물 길놀이를 시작으로 개회선언을 하고 기원무라는 전통 무용 공연을 했습니다. 함성 지르기 순서가 있어 사회자가 "함성지르기 시작"이라 외치자 갑자기 어두운 하늘 높은 곳으로 불꽃들이 치솟았습니다. 뻥펑펑~ 하며 한참을 불꽃을 쏘아대고 높이 오른 불덩이는 펑하고 터지면서 여러가지 빛을 내며 터졌고 별똥별이 쏟아지듯이 떨어졌습니다. 모두 와 하고 그 멋진 풍경에 넋이 나간듯 구경했습니다.

이어 모듬북 공연이 멋지게 있었고 의식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순수 민간단체에 의한 행사가 아니다 보니 동구지역 국회의원은 바빠 못왔고 대신 사무장이 왔다고 소개하고 동구청장과 시의원 구의원 등 정치색 깔린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내빈소개가 끝나고 희망의 시 낭송을 하고 해맞이 소원풍선 날리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오는 길에 소원 쓰는 종이를 나누어 주고 그 종이에 소원을 써오면 하늘에 붕뜨는 풍선을 하나 주었습니다. 소원 종이를 풍선줄에 매달아 한꺼번에 띄워 보냈습니다. 가지각색 풍선이 수천개 하늘로 올라가자 모두 함성을 질렀습니다. 나는 풍선도 소원 종이도 받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재미삼아 한 그 행위로 다른 어떤 생명엔 지장을 초래 할수 있으니까요. 풍선은 어디쯤 가다 터질 것입니다. 풍선이 터진 고무조각은 대부분 깊은 바다에 떨어 질 것이고 오염 물질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자연환경을 생각해서 나는 순간의 흥미를 참았던 것입니다.

내빈 소개 후 무대에 오른 동구청장. 사회자는 동구청장에게 한말씀 해달라고 청했고 동구청장은 무대에 올라 진짜로 한마디 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울산 동구청장 인삿말 내빈 소개 후 무대에 오른 동구청장. 사회자는 동구청장에게 한말씀 해달라고 청했고 동구청장은 무대에 올라 진짜로 한마디 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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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초대가수가 나와 대왕암이라는 노래를 불렀고 문화원 중년 여성 네분이 나와 민요를 불렀습니다. 이어 기원제를 끝으로 해맞이 행사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2010년 새해 아침 해는 7시 30분을 조금 넘겨 떠올랐습니다. 희한하게도 머리위 하늘은 온통 맑은 날인데 바다 끝 해가 떠오르는 곳에만 먹구름이 끼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정보다 조금 더 늦게 햇살이 보였습니다. 구름 사이로 햇살이 와닿자 모두 감탄을 연발하였습니다. 해는 여전히 어제 해와 오늘 해가 다르지 않을진데 왜 오늘 떠오르는 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격을 안겨 줄까요?

행사장 근처에선 귀밝이 술과 안주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새해 해맞이 행사 준비한다고 돈 많이 들었을거 같습니다. 나는 거기 참석한 사람들이 종이에 어떤 소원을 적어 풍선에 띄워 하늘로 보냈는지 알수 없습니다. 나도 소원을 빌었습니다. 모든 생명이 건강하게 살기를.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역시 북 공연은 흥을 돋굽니다. 사람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흥에겨워 했습니다.
▲ 모듬북 공연 역시 북 공연은 흥을 돋굽니다. 사람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흥에겨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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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문화원에서 갈고 닦은 민요를 부르는 중년 여성 분들. 네분이서 흥겨운 민요를 잘 불렀습니다. 역시 우리소리는 참 좋습니다. 언제 들어도요.
▲ 민요 부르기 공연 동네 문화원에서 갈고 닦은 민요를 부르는 중년 여성 분들. 네분이서 흥겨운 민요를 잘 불렀습니다. 역시 우리소리는 참 좋습니다. 언제 들어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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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 둥글레차와 녹차도 공짜로 주었습니다. 옆에는 컵라면도 팔았습니다. 그것도 소아암 돕기라네요. 그래서 또 한그릇 사먹었습니다.
▲ 귀밝이술과 안주 주는 곳 이곳에선 둥글레차와 녹차도 공짜로 주었습니다. 옆에는 컵라면도 팔았습니다. 그것도 소아암 돕기라네요. 그래서 또 한그릇 사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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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 모르지만 철판으로 통을 만들어 후원했군요. 누군가 모르지만 나무토막도 준비해 주었어요. 그래서 거기다 불을 땠어요. 철판엔 보이듯이 이런 문구가 있네요. 누군가 용접기로 아니면 절단기로 녹혀 글을 판거 같아요.
▲ 건강하세요. 누군지 모르지만 철판으로 통을 만들어 후원했군요. 누군가 모르지만 나무토막도 준비해 주었어요. 그래서 거기다 불을 땠어요. 철판엔 보이듯이 이런 문구가 있네요. 누군가 용접기로 아니면 절단기로 녹혀 글을 판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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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해맞이, #대왕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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