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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마흔에 혼인을 했습니다. 그래서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대학생 아이들을 두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렸을 적의 좋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주기 위해 나름대로 꽤 노력을 한 편이지만, 아빠의 뜻을 잘 따라준 아이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큽니다.

지난해와 올해에는 좀더 특별한 일이 있었습니다. '오체투지 순례기도'와 '용산미사'에 아이들과 함께 여러 번 참여하였습니다. 아빠가 오체투지 순례기도와 용산미사에 참례할 계획을 미리 말하고 함께해 주기를 원하면 거의 매번 순순히 따라준 아이들이 얼마나 기특하고 고마운지 모릅니다.

지난해 10월 25일 충남 논산시 상월면을 지나는 1차 오체투지 순례기도에 처음 참여했을 때의 내 아이들의 모습
▲ 오체투지 순례기도 첫 참여 지난해 10월 25일 충남 논산시 상월면을 지나는 1차 오체투지 순례기도에 처음 참여했을 때의 내 아이들의 모습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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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꼬박 한 달 동안 노친께서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해 계실 때는 아이들 덕을 많이 보았습니다. 늦게 혼인하여 늦게 자식들을 본 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교대로 할머니의 병실을 지켜주었습니다. 할머니를 정성스럽게 보살피는 아이들을 보면서 병실의 다른 환자들과 보호자들과 간병인 모두 몹시 부러워할 정도였습니다.

특히 4학년인 딸아이가 지난 5월 한 달 동안의 '교생실습' 관계로 발생한 수업 결손을 내년에 보충하기 위해 올해 2학기 휴학을 한 덕을 많이 보았습니다. 마치 할머니의 입원을 미리 알고 딸아이가 휴학을 한 것 같은 형국이었으니까요.
   
서울성모병원에 가서 딸아이와 교대를 할 적마다 기특하고 고마운 마음이곤 했는데, 한번은 딸아이의 초등학교 5년 시절 일 한가지가 떠오르더군요.

아빠와 함께 여러 번 '용산미사'에 참례해주고 있는 아이들이 기특하고 고맙다. 지난 7월 31일의 모습이다.
▲ 지난 여름의 용산미사 참례 아빠와 함께 여러 번 '용산미사'에 참례해주고 있는 아이들이 기특하고 고맙다. 지난 7월 31일의 모습이다.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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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립주택에서 살 때였는데, 매일 새벽 날이 샐 무렵 동네를 한바퀴 돌며 수동식 가로등과 방범등들을 끄는 일이 내 중요한 아침 일과였습니다. 한번은 아침 일찍 일어난 딸아이가 아빠를 따라 다니며 아빠의 모습을 눈여겨보더군요.

얼마 후 '태안화력본부'에서 실시한 전기 절약에 관한 글짓기 공모에 뽑혔다며 아이가 활자화된 글을 내놓기에 읽어본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글 중에는 "아빠가 매일 아침에 끄는 하루 6개씩의 등을 일년으로 계산하면 2천1백90개의 등을 끄는 셈인데, 아빠는 그 일을 5년 동안 해오고 있다"는 말이 적혀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나는 별것도 아닌 일이 어린 딸아이의 작문 소재가 되었다는 사실에서 뿌듯한 보람을 느끼면서,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지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천주교 대전교구 <대전주보> 12월 27일치 '지요하와 함께 보는 믿음살이 풍경' 난에 열두 번째로 실린 글입니다. 재미있는 내용이어서 여기에도 올립니다.



태그:#부모와 자녀, #가정교육, #전기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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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추상의 늪」이, <소설문학>지 신인상에 단편 「정려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지금까지 12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주요 작품집으로 장편 『신화 잠들다』,『인간의 늪』,『회색정글』, 『검은 미로의 하얀 날개』(전3권), 『죄와 사랑』, 『향수』가 있고, 2012년 목적시집 『불씨』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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