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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초등학생이 나무판에다가 열심히 그림을 그려 넣고 있다. 그 옆엔 자신이 만든 다향한 모양의 책표지가 놓여 있다. 종이 책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세상을 상상하면서.
▲ 나무 책 한 초등학생이 나무판에다가 열심히 그림을 그려 넣고 있다. 그 옆엔 자신이 만든 다향한 모양의 책표지가 놓여 있다. 종이 책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세상을 상상하면서.
ⓒ 양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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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된 책, 언제쯤 없어질까요?"라고 인터넷 검색창에 쳐보라. 질문에 대한 답이 심심찮게 뜬다. 책이야 당연히 종이로 만드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진 지 오래다. 소위 전자도서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책은 종이로 만드는 것이라는 게 일반 상식으로 통한다.

종이로 된 책, 그 고정관념을 넘어

하지만 종이 책이 고정관념이었던 시대의 그 이전 시대는 어땠을까. 안성 일죽 작은 도서관에서 이런 상상력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났다. 프로그램의 이름도 '책 만들기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다.

'나무 파피루스로 책 만들기, 목간 만들기, 나무판 책 만들기'. 이 3가지가 그 상상력의 내용이다. 사실 이 내용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복고풍이라고 해야 될까. 사실 종이로 책이 만들기 이전 시대의 인류 조상들은 파피루스, 대나무, 각종 나무, 나무판 등에 글을 새겨 넣어 책을 만들었다. 여기서 유래 된 한자의 '책(冊)'이란 글자는 목간이나 죽간을 형상화 하여 만든 상형문자다.

아이들이 자신이 만든 책을 들었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만의 나무 책을 들고 뿌듯해 하고 있다.
▲ 나무책 아이들이 자신이 만든 책을 들었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만의 나무 책을 들고 뿌듯해 하고 있다.
ⓒ 양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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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은 '경기문화재단 도서관내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으로 진행되었다. 오산 청학도서관과 일죽 작은 도서관 등 두 곳에서 이루어졌다. 고학년 초등생 , 중고생 등을 상대로 이색적인 책 만들기가 실시되었다.

아이들 손에 들려진 나무판이 책으로 거듭나

그냥 놓아두면 버려지기 쉬운 사과 상자의 나무 한 조각이 아이들 손에 들려지면 시가 적힌 한 권의 목간이 된다. 횟집에서 사용되어 버려질 종잇장 같은 나무(파피루스)가 아이들 손에 들려지면 동화 내용이 적힌 한 권의 동화책이 된다. 목재 공장에서 합판으로 쓰여 질 나무판이 아이들 손에 들려지면 한 권의 가족 역사책이 된다.

이것이 목간이다. 사과상자의 나무 한조각을 토치램프로 불에 그을린 후 죽어라 사포로 문질러야 한다. 그 위에다가 붓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그려 넣으면 종이 책 이전 시대의 책이 완성된다.
▲ 목간 이것이 목간이다. 사과상자의 나무 한조각을 토치램프로 불에 그을린 후 죽어라 사포로 문질러야 한다. 그 위에다가 붓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그려 넣으면 종이 책 이전 시대의 책이 완성된다.
ⓒ 양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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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주어진 나무를 사포로 몇 십 분 동안 죽어라 문지른다. 목간을 만들기 위해선 토치램프로 나무판을 불에 그슬려야 한다. 때론 사인펜으로, 때론 붓으로, 때론 물감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때론 가족사진 등을 붙인다. 명색이 책이니 나무와 나무를 연결해서 책 모양을 만든다.

그러기 위해선 나무에 구멍을 뚫고 줄로 매듭을 짓는다. 이렇게 몇 시간을 낑낑 대야 겨우 만들어내는, 세상의 하나뿐인 독특한 책이 완성된다. 요즘 컴퓨터 하나면 거의 모든 그림과 글이 다 되는 세대를 사는 아이들에겐 아주 특별한 경험이다.

오산 청학도서관과 일죽도서관 등 두 곳에서 총 6회 80 여명의 아이들이 참여했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 냈다는 경험 외에 책은 종이책이나 전자도서가 아닌 나무 책이 원조상이라는 '시간여행'도 했다. 나아가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어떻게 '창의력'이라는 상상력의 날개를 펴는지를 익혔으리라.

아이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나무 책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
▲ 전시된 작품 아이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나무 책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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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을 전두지휘 하던 도예가 양재석이 프로그램 마지막 시간(지난 19일)에 "듣도 보도 못했던 이번 '책 만들기 프로그램'은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참신한 경험이 되었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다 이만한 이유가 있었다.

문의 : 일죽 작은 도서관 031-671-7941

덧붙이는 글 | 이 프로그램은 지난 19일 일죽 작은 도서관에서 마지막(총 6회 중)으로 행해졌다. 인터뷰는 일죽도서관에서 양재석 작가와 이루어졌다.



태그:#나무로 만든 책, #일죽작은도서관, #오산청학도서관, #경기문화재단, #양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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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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