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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17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한겨레 시민포럼이 열렸다. 이번 시민포럼의 제목은 역사에서 배우는 '아프간 파병' 셈법 이었다.

 

사회자는 한겨레신문사 통일외교 이제훈 팀장이었으며, 발제자와 토론자로는 각각 계승범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김종대 D&D 포커스 편집장, 전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이 참석하였다.

 

이번 시민포럼의 논점은 과거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빈번이 있어왔던 파병의 역사를 통해 현재 찬반양론이 뜨거운 파병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먼저 발제자로 나선 계승범 교수는 조선과 명나라의 관계를 서두로 꺼내며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계승범 교수 : 조선에게 명나라는 세계 제일의 패권을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표준이자 

질서였다. 그런 명나라이기 때문에 명나라의 생활 양식과 제도에 관련된  모든 것들이 세계적인 표준이 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당시 조선의 엘리트들이 보기에 명나라가 너무나 강대해서 패권이 도저히 바뀔 것 같지

않았다. 때문에 명나라를 섬기는 것이 곧 국익이라고 생각하였다. 특히 조선은 왜란을

겪으며 명나라의 군대의 지원을 받아 도움을 받은 후 명나라를 섬기는 것에 확고한 믿음을 갖게 된다.

 

명나라와 조선의 관계를 부자관계로 생각했던 당시 조선의 지배층들에게 명나라가 망하는 것은 어버이가 돌아가시는 것과 같은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때문에 이념으로 지배되는

나라 조선에게는 커다란 패닉과도 같은 것이었다. 명과 청이 교체되며 이런 패닉상태가 조선에게 실제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결국 조선은 어버이를 잃고 난 후 외부로 통하는 길을 모두 막고 쇄국 정책을 시작하게

된다. 외부로 통하는 것은 모두 야만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이데올로기가 200년이상

조선을 지배하게 된다.

 

계승범 교수의 발제가 끝난 뒤 김종대 편집장의 말이 이어졌다.

 

김종대 편집장: 계승범 교수가 설명했던 조선시대 때의 명나라를 대하는 모습은 참여정부때의 이라크 파병문제나 최근 아프간 파병문제와 비슷한 것이다. 각 시기마다 특수성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보편적인 것은 아주 비슷하다.

 

참여정부때 이라크에 자이툰 부대원 3000여 명이 파병을 갔다 돌아왔다. 그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한 명도 안 죽고 적당히 안전한 지역에 가서 대민 지원 위주로 파병 비슷한 시늉만 하고 와도 미국에서는 고맙다고 할 것이다." 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 말은 노무현 대통령이 파병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이라크의 현지사정, 안전성, 국위 등을 판단하는 모든 기준은 바로 '미국의 반응'이 결정적인 것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파병에 관련된 논란이 최근 이병박 정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미군 고위 관계자는 "독일군대처럼 인원만 많고 작전 수행 능력이 없는 부대를 보낼 거면 아예 보내지 말라고 하였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번 아프간 파병문제는 이라크 파병문제처럼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 문제도 가시화되지 않고 정부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어떤 반응을 할 것이냐가 최우선 관심사인 정부에서 최근 재건지원팀 300명 파병안이 나왔다.

 

미국을 대체할만한 나라가 앞으로 오랫동안 없을 만큼 미국의 패권은 아직까지 강력하다. 하지만 과거에 자주 쓰이던 미국과의 혈맹관계가 최근에는 좀처럼 쓰이지 않고  있다.

대신에 전략 동맹, 수평적 동맹과 같은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즉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를 국가의 이익과 전략을 기초로 한 관계라고 열심히 주장하고 있다. 부자관계, 혈맹관계에서 군신관계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서 대한민국의 진일보하고 있는 자주성의 측면을 볼 수 있다.

 

 

김종대 편집장님의 말이 끝난 뒤 시민들의 토론 열기가 뜨거웠다.

 

반전단체의 사무차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시민은 토론내내 듣기 거북했다고 말하며

아프간 전쟁이 침략전쟁인 이상 파병을 하는 것은 그것에 동참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학생은 예전 참여정부 때와 현 정부의 외교방식의 차이는 어떤 것이냐고 질문하였다.

 

이에 김종대 편집장은 차이는 '공론화'에 있다고 말하였다.

 

김종대 편집장 : 노무현 대통령은 파병문제와 더불어 북핵문제, 주한미군 감축문제,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까지 모두 공론화하였다. 공론화를 통해서 상당한 피해를 봤지만 전시작전권을 가지고 올 수 있게 되어 미국이 한발자국만 움직여도 안보 자체가 위험해지는 것에서 한발짝 멀어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에 대한 공포증 때문인지 공론화를 하지 않는다. 현 정부는

미국하고 친구만 되면 외교상의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외교에 대한 구체적인 마스터플랜 없이 전략동맹만 맺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싱가포르까지 전략동맹을 맺고 있다. 전략이 아닌 게 무엇이냐?

 

마지막으로 사회자인 한겨레신문 통일외교 이제훈 팀장이 오늘 토론에 대하여 정리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였다.

 

이제훈 팀장 : 조선시대의 해외파병과 한중관계는 반복되는 역사속에 살아 있다.  파병문제를 넘어 한미관계, 중세 이래 내려오는 중국과의 관계는 살아있는 상태로 지금까지 내려오고있다.

 

당면한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외교'라는 것이 있다.  강압과 봉쇄라는 방식의 외교에서 다자간의 참여와 협력, 다변화된 협력의 외교로 넘어가는 시대로 가고 있다. 그만큼 한반도 문제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주변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할 것이다.

 

이제훈 팀장의 말처럼 다자간의 외교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이 전적으로 의지해야할 곳은

더이상 패권을 쥐고 있는 국가가 아니다. 언제든 미국을 대체할 만한 나라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앞으로 더 자주적이고 주변국과 협력적인 관계로 발전하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해 본다.

 


태그:#파병, #아프가니스탄, #포럼, #시민포럼, #프레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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