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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사랑한다 도서출판 좋은생각 /가격 12,000원 / 최병성 지음
▲ 알면 사랑한다 도서출판 좋은생각 /가격 12,000원 / 최병성 지음
ⓒ 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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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성이라는 이름이 내게 인식된 것은 <딱새에게 집을 빼앗긴 자의 행복론>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나와 같은 목사라는 것과 비슷한 나이 또래라는 것, 자연을 사진으로 담고 거기서 글감을 얻는다는 것도 나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글을 풀어내는 방식도 비슷했고, 단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비슷한 사물을 보고 느끼는 것도 닮아있었다.

그에게 실례가 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일란성 쌍둥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을 바라보는 눈과 그것을 담아내는 글쓰기가 닮아있어서 어느 날인가는 아내에게 "당신이 최 목사님을 베낀 거야, 최 목사님이 당신을 베낀 거야?"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것이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내심 먼저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보고, 담고, 글쓰기 시작했던 최병성 목사를 이 분야에서 선배격으로 인정했던 것이리라.

그는 서강에 매달리더니만 언제부턴가 폐타이어에 집중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4대 강에 매달리고 있다. 깊이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고, 연구하면서 특이한 목회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혹시라도 서강에서 나와 폐타이어와 4대 강에 매달리면서 그의 영성이 무뎌지지는 않았을까 내심 걱정도 했다.

내가 제주도에서의 목회 생활을 정리하고 도시로 올라와 생활한 지 4년도 안 되어 급격하게 나의 영성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기우라는 것은 그의 묵상집 <살아있어 기도합니다>라는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가 많이 담았던 이슬 사진처럼, 그는 어디서건 영롱하고 맑은 영성을 담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 안다"는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

<알면 사랑한다>(좋은 생각 펴냄)라는 자연산문집, 그가 만난 곤충과 새와 들꽃을 주제로 그의 진솔한 삶이 펼쳐져 있다. 그의 책은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현란한 문장도 아니고, 복선이 깔린 것도 아니다. 그냥 소박하고 투박한 느낌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소박하고 투박한 문장들 속에서 그가 만난 것들을 그가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지를 알게 된다.

사랑하니까 더 깊이 알게 되고, 알게 되니까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것을 최병성 목사는 <알면 사랑한다>고 표현했다. '알면'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아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알지도 못하면서 안다고 착각을 한다. 다 보지도 못했으면서 다 보았다 한다. 안다고 하는 대상, 보았다고 하는 대상으로서는 참으로 가슴을 칠 일이다. 그들이 보는 것, 그들이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닌데, 다 안다고 하니 말이다.

어떤 작품에 대해 평론가가 해설할 때면 저자가 보지 못하던 것 혹은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들까지도 잡아내는 것을 본다. 어디까지나 보는 이의 처지에서 재해석되는 것이기에 당연한 일일 것이다. 교과서에 실린 수많은 문학작품에 대한 해설들을 보면서 때로 드는 의문은 '정말, 작가가 이런 의도를 가지고 쓴 것일까?' 할 때가 많이 있었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을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알면 사랑한다>라는 자연산문집은 자칫하다가는 '꿈만도 못한 해몽'을 할 수가 있다. 왜냐하면, 소박한 문장과 사진 속에 녹아있는 저자의 감동과 하나가 되지 못하면 그 느낌이 제대로 와 닿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박한 문장일수록, 단아한 문장일수록 곱씹으며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날카로운' 최병성의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면

<알면 사랑한다>는 지난 5월에 읽었다. 그 이후 마음이 심란할 때면 그 책을 꺼내 들곤 했다. 한번 읽은 책이라 대충보고 넘기려 하다가도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끼게 되어 다시 천천히 읽게 된다. 여름과 가을을 보내고 겨울, 다시 봄을 기다리면서 나는 다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오마이 뉴스>를 통해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대는 그의 날카로운 기사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면서도, 그가 이렇게 조목조목 과학적인 근거와 자료를 제시하면서 비판할 수 있는 것은 그가 '강' 혹은 '물'에 대해서 깊이 알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미치면 <알면 사랑한다>라는 책에 등장하는 소재 하나하나가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부로 구성된 <알면 사랑한다>는 최병성 목사의 생명편지이다.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도 겨울 숲은 여전히 봄을 준비하고, 꿈꾸며 나뭇가지마다 꽃눈을 달고 있을 것이다. 4부 겨울에 '소리 없는 소리'에 이런 구절이 있다.

"겨울눈은 아주 작고 여리지만 희망이 담겨있습니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눈 안에 고운 향기 가득한 예쁜 꽃이 있고 그늘을 드리워 줄 푸른 잎사귀가 있습니다. 수없이 눈보라를 맞고 얼음에 갇혀도 겨울눈은 봄이 오면 어김없이 푸른 싹을 틔웁니다. 그 놀라운 생명의 신비 앞에 전율을 느낄 수밖에요."

그는 겨울 숲에서 만난 겨울눈을 보면서 꽃과 잎사귀를 미리 본다. 그 '미리 봄'은 그에 대해 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책 제목대로 아니까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니까 더 많이 알게 되는 것이다. 스쳐 지나가기 쉬운 겨울눈에서 봄을 앞당겨 보는 최병성 목사, 그는 이 땅을 사랑하기에 폐타이어가, 4대강 사업이 어떤 결과로 이 땅을 갉아먹을지를 '미리 보는 것'이다. 마치 구약성서의 예언자들이 환상을 보고, 그 환상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던 것처럼 최병성 목사도 그 본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목회지는 생명의 살아 숨쉬는 자연이요, 발 딛고 사는 이 땅, 생명의 젖줄인 강인 것이다. 그는 글로만이 아니라 삶으로 그렇게 살아간다.

이 세상, 제대로 알면 사랑할 수밖에 없다

최병성의 생명편지 <알면 사랑한다>에는 숲길을 오가며 만난 친구들의 모습이 담겨있으며, 그들이 들려주는 생명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행복은 삶 가까이에 있다. 그가 들려주는 생명의 이야기를 읽는 시간도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되어 추운 겨울 꼭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왜, 하필이면 겨울이냐고 하신다면, 이 추운 겨울 자연을 보는 눈을 떠서 새 봄에는 새싹들과 봄꽃들과 새순들이 들려주는 생명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훈련을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지금껏 우리가 안다고 하는 것, 그것이 진짜 아는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안다는 착각 속에서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지금 바로 우리 앞에 있는 행복이 행복인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이니, 안다고 다 아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알면,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알면 사랑한다 - 최병성의 생명 편지

최병성 지음, 좋은생각(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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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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