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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확산은 기부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누리꾼이 자발적으로 모금 주제를 정해 청원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서로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게 되었다. 유명 포털 사이트에는 오늘도 사이버머니를 통한 기부 코너들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인기 연예인이라도 참여하거나 코멘트를 남기게 되면 그 효과는 배가된다.

기부는 일반인에게 멀게 느껴지는 분야였다. 그래서 기부는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 여기는 풍토도 있었다. 하지만 기부의 바람은 지극히 작은 곳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내가 만드는 지극히 작은 나비효과가 거대한 폭풍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한 누리꾼의 작은 제안이 많은 사람의 참여로 이어지다

국내의 유명 포털사이트를 통해 모금과 관련된 활동을 할 수 있다. 온라인 기부는 모금에 대한 접근성을 쉽게 해 주었다.
 국내의 유명 포털사이트를 통해 모금과 관련된 활동을 할 수 있다. 온라인 기부는 모금에 대한 접근성을 쉽게 해 주었다.

평범한 청년이 한 후원단체에서 보낸 연차보고서를 받아본 후 자신의 느낌을 동호회 사이트에 글과 사진을 담아 남긴다. 이 글에 감동을 받은 본 회원들이 앞다투어 자신들도 그 단체를 돕겠다며 후원자가 된다. 이들은 댓글을 달아 응원하고, 또한 자신이 가입한 또 다른 커뮤니티에 글을 옮긴다. 이러한 사연은 각종 포털 사이트와 신문을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방송과 언론에 소개되자 이 단체의 후원자 수는 이제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한다. 사흘 동안 3천여 명이 새로운 후원자가 되었으며, 이 단체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에도 상품과 카드주문이 평소 10배 가까이 급증하게 된다.

이런 일이 실제로도 일어날 수 있을까? 이 일은 몇 해전 유니세프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일이다. 인터넷 문화는 자체의 활동력으로 단시간에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이슈화된 사건들이 항상 실제 모금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홍보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기부의 나비효과는 때때로 거꾸로도 날린다

인터넷 기부문화는 양날의 칼과 같아서 기존의 후원자들이 떠나기도 그만큼 쉬워졌다.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몇몇 공익기관들이 특정종교와 관련하여 기부금이 포교활동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고, 이 일을 계기로 후원자들의 연쇄적인 탈퇴를 가져왔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단체들은 많은 수가 종교적 기반을 두고 있다. 이 단체들에게 자신의 종교적 기반과 단절을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활동하는 정체성과 존립 이유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못된 오해가 있다면 그것을 제대로 해명을 하고, 오해를 풀어주는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겠다.

최근 오해를 받았던 사례를 하나 보자면, 기독교계열의 NGO에서 말하는 '선교'라는 의미에 대한 해석이었다. 일반 선교단체(Missionary Organization)에서 언급하는 '선교'는 주로 전도를 하거나 교회를 세우는 것, 선교사를 파송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구호활동을 주로 하는 기독교 계열의 공익단체들은 신앙 개종을 목적으로 개발사업을 진행하지는 않는다. 이들의 목표는 가난, 질병, 재난, 억압 등으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회복시키고 변화시키는 것이다.

올해 발생했던 연쇄적인 탈퇴 사례는 종교적 비호감이 그 종교를 기반으로 하는 공익단체에게 영향을 준 케이스였다. 그렇다면 그 반대의 경우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공익단체의 선한 영향력이 비호감이 되어버린 종교를 호감이 되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공공의 선을 행하는 종교 계열의 단체들에게 책임감과 도덕적 수준이 더 요구된다.

후원자, 모집은 어려우나 탈퇴는 쉽다

후원자 1명을 개발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 노력은 예상보다 상당하다. 우리나라가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변하던 시기인 1990년대 초중반, 공익단체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직접우편(DM:Direct Mail)을 발송하여 후원자를 모집했었다. 당시 우편물을 받은 사람들의 반응이 1%라도 있다면, 즉 100명 중 1명이라도 반응이 온다면 그 캠페인을 매우 성공적인 결과로 간주했었다. 지금은 1%조차 나오기도 어렵다고 한다.

대면(Face to Face) 방식은 90년대부터 유럽, 홍콩, 호주 등지에서 널리 사용되는 소통의 한 방법이다. 거리나 지하철역 등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활동에 관해 홍보하고, 후원을 원하는 시민들이 즉석에서 후원회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도 후원자까지 실제로 연결되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 그만큼 오프라인에서 1명의 후원자를 발굴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인터넷 모금의 확대는 모금의 새로운 기부문화시대를 열었다. 인터넷은 후원자의 가입을 쉽게 만든 반면, 후원자의 탈퇴도 매우 쉽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그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그들의 마음을 붙들어 둘 수 있을까?

새로운 기부문화의 등장으로 인해, 휘발성이 강해진 후원자들을 어떻게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후원하게 만들고, 이탈을 막느냐가 각 공익단체들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고, 여기에 합당한 역량을 갖춘 단체들만이 지속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태그:#기부, #모금, #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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