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2월 7일이 대설이었습니다. 농가월령가를 보면 "11월은 중동(中冬)이라 대설 동지 절기로다 바람 불고, 서리 치고, 눈 오고, 얼음 언다"고 하는데 지난 주말 반짝 추위는 있었지만, 아직 눈다운 눈을 구경하지는 못했습니다. 평년값 최고 기온은 5도 안팎인데, 오늘 최고 기온은 8도가 넘었습니다. 눈이 오고 싶어도 못 오고, 눈을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겨울을 보내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대설 지나 동지가 가까운데 노란 개나리가 활짝 피었습니다.
▲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대설 지나 동지가 가까운데 노란 개나리가 활짝 피었습니다.
ⓒ 한희정

관련사진보기


모든 개나리 나무에서 꽃이 피지는 않았습니다. 한 두 송이 피운 놈도 있고, 아예 피우지 않은 놈도 있고, 이 나무처럼 많이 피운 놈도 있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자연의 지혜일까요?
▲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모든 개나리 나무에서 꽃이 피지는 않았습니다. 한 두 송이 피운 놈도 있고, 아예 피우지 않은 놈도 있고, 이 나무처럼 많이 피운 놈도 있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자연의 지혜일까요?
ⓒ 한희정

관련사진보기


봄이면 노란 꽃을 피우는 괘불주머니도 이렇게 자랐습니다.
▲ 괘불주머니 봄이면 노란 꽃을 피우는 괘불주머니도 이렇게 자랐습니다.
ⓒ 한희정

관련사진보기


쇠별꽃은 벌써 꽃을 피우고, 어느 놈은 씨방을 달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겨울이라고 푸른잎은 있지만 줄기들이 모두 땅으로 누웠습니다.
▲ 쇠별꽃 쇠별꽃은 벌써 꽃을 피우고, 어느 놈은 씨방을 달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겨울이라고 푸른잎은 있지만 줄기들이 모두 땅으로 누웠습니다.
ⓒ 한희정

관련사진보기


노란 진액을 담고 있는 애기똥풀 싹도 이만큼이나 자랐습니다.
▲ 애기똥풀 노란 진액을 담고 있는 애기똥풀 싹도 이만큼이나 자랐습니다.
ⓒ 한희정

관련사진보기


토끼풀도 바닥을 기어가며 자라고 있습니다.
▲ 토끼풀 토끼풀도 바닥을 기어가며 자라고 있습니다.
ⓒ 한희정

관련사진보기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보리 풍년이 든다
손님은 갈수록 좋고, 눈은 올수록 좋다
가루눈이 내리면 추워진다
눈이 빠르면 큰 눈 없다
비 많이 오는 해는 흉년 들고, 눈 많이 오는 해는 풍년 든다
쌓인 눈 밟을 때 뽀드득 뽀드득 하는 소리가 나면 추워진다

아이들과 함께 대설에 걸맞은 눈과 관련된 속담을 찾아 보았습니다. 겨울에 내리는 눈은 옛사람들도 좋게 여긴 모양입니다. 대부분이 풍년과 연결된 좋은 뜻을 품고 있었습니다. 이런 속담을 보면, 한겨울이라는 대설과 동지 사이를 보내면서 옛 사람들은 우거지나 시래기국을 먹으며 추위를 견디고 비타민을 보충하면서도, 많은 눈이 내려면 풍년의 징조로 여기고, 춥지 않으면 내년 병충해가 심할 것을 염려하면서, 추운 겨울을 너끈히 이겨냈을 것 같습니다.

우거지국 끓여 먹는다는 농가월령가의 노래 가사처럼 이렇게 무청 시래기를 말리며 겨울나기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 무청 시래기 우거지국 끓여 먹는다는 농가월령가의 노래 가사처럼 이렇게 무청 시래기를 말리며 겨울나기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 한희정

관련사진보기


아이들이 산비탈에서 냉이를 찾아서 나뭇가지로 캐고 있습니다.
▲ 냉이 캐는 아이들 아이들이 산비탈에서 냉이를 찾아서 나뭇가지로 캐고 있습니다.
ⓒ 한희정

관련사진보기


냉이를 캐는 아이들을 보니 지금이 입춘인지 대설인지 헷갈립니다.
▲ 냉이 캐는 아이들 냉이를 캐는 아이들을 보니 지금이 입춘인지 대설인지 헷갈립니다.
ⓒ 한희정

관련사진보기


뿌리째 캐어 냄새를 맡아보고 좋아합니다.
▲ 냉이 캤어요. 뿌리째 캐어 냄새를 맡아보고 좋아합니다.
ⓒ 한희정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요즘은 너무 춥지 않아서 걱정스럽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마을과 뒷산을 산책하니, 활짝 핀 개나리, 쑥 올라온 쑥, 무성한 쇠별꽃, 웃자란 개망초와 애기똥풀들이 참 많았습니다. 냉이도 캐고, 쑥도 뜯으니 이게 겨울인지 봄인지 헷갈리기도 했지요. 아이들과 함께 이런 속담을 지어보았습니다.

대설에 뛰어 놀고 덥다 타령한다.
대설에 눈 구경도 못한다.
대설 되어도 눈싸움 한 번 못한다.
대설에 잠바 안입고 놀아도 덥다.
대설에 노란 개나리 피었다.
대설에 봄 새싹 올라왔다.
대설에 쇠별꽃도 피었다.
대설에 냉이 캔다.
대설에 봄 새싹 올라왔다.
대설인지 입춘인지 헷갈린다.
대설에 눈 안오고 비가 내린다.
대설이 무설이다.

따뜻한 날씨에 개나리도 피고, 쇠별꽃도 피었으니, 겨울잠 자던 동물들도 봄이 온 줄 알고 뛰쳐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북한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어서 도심보다 더 추운 냉골 계곡이 이렇게 봄빛이면 다른 곳은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어쩌면 24개의 절기 중에서 '대설'이 가장 먼저 사라지는 이름이 되는 것은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마을학교는 북한산 자락 인수동에 자리잡은 대안학교입니다. 2010학년도 2학년, 3학년, 4학년, 5학년, 6학년 편입생을 모집합니다. 매주 수요일 절기 공부를 하며 우주와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이 절기 공부는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의 환경교육현장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태그:#아름다운마을학교,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 #대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