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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의 무리한 공약 실천을 위해 무차별 삭감한 교육예산을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했다. 도민들을 현혹시키는 포퓰리즘에 휩쓸리기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경기교육의 진보를 위해 책무를 다해야 한다."(유재원 경기도의회 교육위원장)

 

"학교는 밥도 중요하지만 선생님이 제일 중요하다. 학교는 무료급식소가 아니다. 훌륭한 선생님 모시기, 과학기자재 구입 등에 예산을 합리적으로 배분해 써야 하는데, 온통 무료급식해서 밥 먹이고 치우자고 한다. 이게 대표적인 포퓰리즘이다."(김문수 경기지사)

 

김문수 "무료급식해서 밥 먹이고 치우자는 게 포퓰리즘"

 

역시 그들에게 아이들의 교육복지나 무상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 따위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경기도교육청의 무상급식정책은 그저 진보 교육감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으로 인식될 뿐이었다.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교육위)가 최근 경기도교육청의 내년 무상급식 예산을 전액 삭감해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유재원(한. 양주2) 교육위원장과 김문수 경기지사가 잇따라 경기도교육청 무상급식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깎아내렸다.

 

교육위는 지난 1일 경기도교육청의 내년 예산안에 대한 심사를 벌이면서 초등학교 무상급식 확대 예산 650억4200만원을 전액 삭감해 예비비로 돌렸다. 이 예산은 도서벽지 및 농산어촌 초등학생 전체와 도시지역 초등학교 5~6학년 등 45만여명의 점심값이다.

 

경기도교육청의 내년 예산안은 2~14일까지 예결특위 심의를 거쳐 오는 16일 5차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예결특위(18명 중 16명)와 경기도의회 전체 의석의 절대다수(116명 중 98석)를 차지하고 있어 예산안은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예산안이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경기도교육청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려던 초등학교 무상급식 확대 정책은 지난 7월에 이어 또다시 좌초된다. 이는 사실상 내년 6월 지방선거전까지 무상급식 확대 정책의 추진 중단을 의미한다. 

 

무상급식비 삭감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독선적 행태 여전

 

경기도의회 한나라당은 지난 7월 22일에도 경기도교육청의 도서벽지 및 농산어촌, 도시지역 300명 이하 소규모학교 무상급식비 확대예산 171억원 가운데 경기도교육위원회가 반 토막 낸 85억5000만원마저 전액 삭감 처리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다수당의 힘을 앞세운 독선적 행태는 여전하다. 이번 무상급식비 삭감도 교육위 소속 의원 13명 중 민주당 의원 2명을 제외한 11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도했다. 명분과 구실은 '파탄 난 경기교육정상화를 위한 경기도의회 교육위 입장'에서 잘 드러난다.

 

유재원 위원장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경기도교육청이 김상곤 교육감의 공약인 무상급식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교육예산을 원칙 없이 무차별 삭감했다"면서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재정의 효율적 운영과 적정한 배분 기준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교육행정 전반에 차질이 우려되기 때문에 삭감한 다른 교육예산을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했다"는 논리를 폈다. 유 위원장은 그러면서 "경기도교육청은 도민들을 현혹시키는 포퓰리즘에 휩쓸리기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경기교육의 진보를 위해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자 바로 다음날 김문수 지사가 기다렸다는 듯 가세하고 나섰다. 김 지사는 이날 직원 월례조회에서 경기도교육청 무상급식 정책을 겨냥해 "학교는 밥도 중요하지만, 선생님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학교는 무료급식소가 아니다"고 비틀었다.

 

유재원 '포퓰리즘' 발언에 김문수도 "학교는 무료급식소 아냐"

 

김 지사는 이어 "훌륭한 선생님 모시기, 과학기자재 구입 등에 예산을 합리적으로 배분해 써야 하는데 온통 무료급식해서 밥 먹이고 치우자고 한다"면서 "이것이 대표적인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지난 7월 경기도의회가 반 토막 남은 무상급식비를 완전히 삭감했을 때도 "도의회 결정에 찬성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무상급식은 경기 성남과 과천시를 비롯해 경남도 등 한나라당 단체장들이 맡고 있는 전국 자치단체 곳곳에서 확대 추세에 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의 무상급식정책은 경기도의회 한나라당과 경기지사에 의해 포퓰리즘으로 폄하되고, 발목이 잡혀 있다.

 

교육시민단체의 무상급식예산 원안통과 요구나 도민들의 열망을 담은 서명부는 안중에도 없다. 경기도교육청은 물론 도민들의 불만과 비판여론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교육위 입장발표 다음날 경기도교육청 김동선 공보팀장은 브리핑을 통해 "학부모 의견과 여론을 '포퓰리즘' 운운하며 폄하한 것은 주민의 이야기에 귀를 닫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이는 대의 민주주의 기본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온라인에서도 경기도의회 교육위의 무상급식예산 삭감과 김문수 경기지사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실명제로 운영되는 경기도의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4일 오후 현재 누리꾼들의 의견이 200여건이 넘게 올라와 있다.

 

'서아무개'씨는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서 다른 말 하지 않겠다. 욕 대신 투표로 보여 주겠다"고 분노를 표시했고, '이아무개'씨도 "아이 키우는 가장으로서 도의원들의 만행을 잘 지켜보고 있다"면서 "선거 때 보자"고 불만을 나타냈다.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 식당도, 화장실도 없애라"

 

또 다른 누리꾼 '서아무개'씨는 '학교는 무료급식소가 아니다?'란 제목의 글에서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므로 아예 식당도 없애고, 화장실도 없애라"고 일갈한 뒤 "공부에 직접 관련 없는 경기지사는 학교에 신경 쓰지 말고 교육감에게 맡기라"고 꼬집었다.

 

'이아무개'씨도 김문수 지사의 발언 내용이 보도된 언론기사를 퍼다 올린 뒤 "그런 생각으로 정치를 했느냐"면서 "배가 부른 당신들은 이해 못할 수도 있겠지만,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밥 먹이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정아무개'씨는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향해 "의무교육의 의미를 알고 있는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지자체도 많은데 왜 경기도는 안 되는지 궁금하다"고 따졌다.

 

그는 또 "무상급식 문제를 도교육청이 들고 나오기 전에 먼저 경기도에서 제시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 경기도가 지급하지 않고 있는 1조원이 넘는 학교용지매입비용을 언제쯤 도교육청에 갚을 계획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포털 <다음>의 '아고라'에서는 지난 2일부터 10만명 이슈청원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무상급식정책은 교육복지 차원...예산삭감 돼 차질 예상"

 

한편 경기도교육청 김동선 팀장은 교육위가 "경기도교육청이 무상급식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교육예산을 삭감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경기도의회 교육위는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무조건 무상급식을 반대하다 여론의 저항과 자기 논리의 모순에 빠지자 억지주장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팀장은 "제로베이스 예산 편성을 통해 학교와 교사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낭비·전시성사업 예산 1300억원 이상을 줄였고, 학교현장에서 직접 운용할 수 있는 목적사업비를 1200억원 이상 증액한 것은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위가 우리 교육청이 마치 무상급식을 위해 다른 예산을 무차별 삭감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면서 "이는 예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공교육을 살리려는 인식과 철학의 부재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공박했다.

 

김 팀장은 "무상급식정책은 시혜적 차원이 아니라 교육의 공공성과 교육복지 증진 차원에서 의무교육 대상인 초등학교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도의회의 예산삭감으로 인해 사업추진에 차질이 예상된다"면서 "예산부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기지역 교육·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무상급식 실현 경기추진본부' 관계자도 "경기도의회 교육위는 도민들의 무상급식예산 원안의결 요구를 묵살하고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면서 "예결위에서 부활하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본때를 보여 주겠다"고 벼르고 있어 경기도의회 예결특위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태그:#김상곤 교육감, #무상급식정책, #김문수 경기지사, #포퓰리즘, #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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