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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 11월 27일 T옴니아2를 비롯해 올 하반기 국내 시장에 출시되는 '옴니아 패밀리'의 스마트폰 신제품 5종을 전격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월 27일 T옴니아2를 비롯해 올 하반기 국내 시장에 출시되는 '옴니아 패밀리'의 스마트폰 신제품 5종을 전격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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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세일 하루 앞두고 물건 샀다고 차액 돌려주는 거 봤나?"

아이폰 '대항마'라던 삼성전자 T옴니아2폰 값이 한 달 만에 반 토막 났다. 2만 명에 이르는 기존 가입자들이 발끈했지만 SK텔레콤이 내놓은 답은 이처럼 한결같다. 일부는 대리점을 통해 환불·교환하거나 고객센터에 항의해 소액의 '보상금'을 받아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공동대응 움직임도 있지만 혼자 배앓이 할 구입자가 대부분이다. 교환·환불이 가능한 14일이 지나면 마땅한 보상 규정도 없고 보조금 정책은 이동통신사 맘이기 때문이다.  

휴대폰 보조금, 그때그때 달라요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3월 '휴대폰 보조금 규제'를 풀고 이통사 자율에 맡겼다. 그나마 남아있던 '룰'마저 사라지자 휴대폰 시장 왜곡은 더 심해졌다. 여기에 아이폰이 기름을 부었다. 단말기 값만 90만 원이 넘던 T옴니아2폰이 한 달만에 반토막 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조정화 SK텔레콤 홍보팀 매니저는 "보조금 관련 내부 기준은 없고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된다"고 말한다. 기존 터치폰과 가격 역전 현상까지 초래한 T옴니아2폰 사태 역시 스마트폰 시장의 치열한 경쟁 상황 때문에 불가피했다고 해명한다.

시흥시 정왕동에서 5년째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신형 휴대폰 가격이 이렇게 갑자기 떨어진 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기존 터치폰은 보통 6개월 주기로 단종되면서 공짜폰으로 풀리지만 '공식 가격'은 5만 원 정도 떨어지는 게 고작이라는 것. 이통사에서 보조금을 9~18만 원선에서 유지하기 때문인데 옴니아폰 보조금 40만 원은 그야말로 파격적일 수밖에 없다. 덕분에 한 달 판매량이 고작 10대 정도였던 옴니아폰이 비수기인 요즘 하루 4~5대씩 팔릴 정도라고 한다. 

"60만 원짜리 '신상'이 한 달만에 반토막"

구입을 미뤘던 가입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이지만 하루라도 먼저 '제값'에 휴대폰을 구입한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30~40만 원을 날린 셈이다.

네이버 스마트폰 카페(http://cafe.naver.com/bjphone)에서 '레드노아'란 필명으로 활동하는 김아무개(29·자영업)씨는 지난 11월 10일 월 기본료 3만5천 원, 2년 약정으로 T옴니아2폰을 60만 원대에 구입했다. 그런데 지난달 26일 SK텔레콤이 T옴니아2폰 보조금을 기존 2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리고 삼성전자가 단말기 출고가격을 96만 8000원(8G 기준)에서 4만 4천 원 내리면서, 판매가격이 30만 원대로 반토막 났다.  

졸지에 30만 원 가량 손해를 보게 된 김씨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단말기 가격이 떨어질 건 예상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고 하소연한다. 아직 첫 달 요금고지서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매달 요금에서 차감되는 보조금이 9200원에서 1만6800원으로 2배 가까이 오른 게 더 속상하다. 

SK텔레콤은 구입한 지 14일 이내 단말기는 문제 있을 때 교환해 주는 규정을 적용하고, 고객센터에 항의하는 가입자에게 3만6천 원 정도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 외엔 별 수 없다는 태도다. 이 또한 우는 아기 달래는 수준을 벗어나진 못한다. 이 때문에 보상을 받지 못한 초기 구입자들을 중심으로 공동 대응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김씨는 "백화점에서도 구형 제품을 할인 판매하는 경우는 있지만 신상품을 이렇게 한 달만에 반값에 내놓는 경우는 없다"면서 "매달 나오는 보조금만이라도 소급 적용해 똑같이 올려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미분양 아파트도 바겐세일, 기존 계약자는 봉?

이와 비슷한 사례가 지방 미분양 아파트 '땡처리'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미분양 물량이 전국 상위권에 속하는 경북 포항시의 경우 미분양 아파트 할인 분양 과정에서 제값에 들어간 계약자들이 차액 보전 등을 요구하며 항의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포항 우현동 금호어울림아파트는 3년 전 449가구를 분양했지만 105가구만 분양하는데 그쳤다. 급기야 지난 3월 입주를 앞두고 129가구는 토지주택공사에서 넘겨 임대로 전환하고 나머지 200여 가구를 20~25% 할인된 가격에 다시 분양했다. 이에 기존 계약자들이 똑같은 할인율 적용을 요구하며, 새 입주자들 이사를 막는 등 진통을 겪었다. 

당시 시공사인 금호건설의 입장도 SK텔레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백화점에서 청바지를 구입한 뒤 바겐세일 기간에 다시 찾아가 차액을 돌려달라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느냐"(<일요시사> 2009년 6월 30일자 '금호건설 분양가 할인 논쟁')는 것.

반면 선분양으로 수년 전부터 이자 부담까지 안아가며 중도금을 꼬박꼬박 납부해 아파트 건설 밑천을 댄 기존 계약자들로선 억울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뒤늦게 분양받은 사람보다 더 큰 부담을 지우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견본주택 분양상담 코너에서 예비청약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자료사진)
 서울의 한 견본주택 분양상담 코너에서 예비청약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자료사진)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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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땡처리'는 현재진행형

이는 금호어울림이나 포항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등 다른 지역도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분양가를 할인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때마다 소외된 기존 계약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3일 국토해양부 발표에 따르면 2009년 10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 물량은 12만 채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이미 준공된 미분양주택은 4만8천 채로 한 달 사이 870채 늘었다. 그런데도 신규분양 물량은 오히려 급증해 건설사들의 미분양 물량 해소 압박은 더 커지고 있다. 

옴니아폰 사태는 스마트폰 시장 선점을 노린 SK텔레콤과 삼성전자의 무리한 마케팅 탓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반면 수급 상황을 무시한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과 선분양제 폐단이 낳은 미분양 '땡처리' 문제는 한층 더 복잡하고 심각하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내년 2월 양도세 한시 면제 혜택 중지를 앞두고 밀어내기식 선분양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세일 많이 하는 제품 치고 제값 주고 사려는 손님은 많지 않다. 해당 업체들은 '기존 구매자 소급 보상'이라는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는 의지가 더 확고해 보인다. 하지만 '신상품도 한 달 만에 반값 세일할 수 있다'거나 '아파트도 분양 때보다 입주할 때 사면 더 싸다'는 '선례'와 비교했을 때, 뭐가 더 해당 업체와 시장 전체에 치명적일지는 지켜 볼 일이다.  


태그:#옴니아폰, #아이폰, #미분양, #미분양 땡처리, #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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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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