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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 동네 꽃가게 김씨 아저씨 한손으로 꽃다발을 만듭니다.
뭉퉁한 왼손에 간신히 의지해 장미 가시 다듬어
손에 놓칠 듯 위태위태하게 백만송이 꽃다발을 만듭니다.
나는 보고만 있어도 콧끝에 땀이 납니다. 가슴을 죕니다.
내 손가락이 마치 장미가시에 찔린 듯 따끔거립니다.   
하트 모양이 되어가는 백만송이 꽃다발을 받을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수를 놓듯이 한 송이 한송이
꽃다발을 만드는 우리 동네 꽃가게 김씨 아저씨 !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두 손을 다 함께 잃어버렸으면
이렇게 아름다운 꽃밭 속에서 살 수 있었겠냐고,
밤을 새워 키운 다락방 온실의 팬지꽃 화분을,
옹기 종기 가게 앞에 내다 놓으면 골목길이 환합니다.
희망약국과 농협 건물의 벽과 벽 사이, 
한 사람이 들어와도 가게가 꽉 찬 우리동네 꽃가게
간판도 없이 햇볕도 들어오지 않아도
파란 현광등 불빛 아래 자라도 윤이 나고 키가 큰
관음죽 화분이 경비처럼, 아저씨 꽃배달 나가면 가게를 지킵니다.
꽃가게 꽃들도 주인 아저씨를 닮아, 남을 아무도 모르게 돕듯이,
꽃들도 바쁜 아저씨 일 돕는다고, 꽃사세요 ! 꽃사세요 !
꽃파는 아가씨처럼 날마다 꽃을 팝니다.
 

 

[시작메모] 우리 동네엔 오래된 꽃가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꽃가게 주인은 왼손이 없습니다. 왼손이 없는 아저씨는 순전히 오른손으로만 꽃을 키우고, 화분을 가꾸고 꽃다발을 만듭니다. 정말 꽃을 사러가서 아저씨 꽃다발 만드는 솜씨 지켜보면서 감탄합니다. 한손으로 만든 꽃다발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우리 동네 꽃가게는 너무 작습니다. 그러나 없는 꽃, 없는 화분이 없습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 빈 공간에 세들어 사는 꽃가게 아저씨는 휴일도 없습니다. 계절도 없습니다. 어느 계절에나 아름다운 꽃들이 피고 집니다. 정말 이상한 것은 햇볕이 하나도 없는데도 현광등 아래 피는 꽃들이 무슨 비밀의 화원처럼 여겨집니다. 두손으로 만든 꽃다발보다 더 정성스럽게 만든 아저씨 꽃다발, 오늘도 사랑하는 이를 위해 샀습니다. 그런데 장미꽃 화분 하나에 4천원입니다. 정말 너무 쌉니다. 이렇게 싸게 팔면 남는 게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태그:#꽃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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