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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가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성헌 의원실 주최로 열린 '세종시 해법 모색' 토론회에서 "세종시 원안은 수도 분할이 아니라 행정부처 몇 개를 옮기는 계획으로 한 곳에 부처가 모여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제왕적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기업, 대학, 연구소 유치 등의 현실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며 원안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가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성헌 의원실 주최로 열린 '세종시 해법 모색' 토론회에서 "세종시 원안은 수도 분할이 아니라 행정부처 몇 개를 옮기는 계획으로 한 곳에 부처가 모여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제왕적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기업, 대학, 연구소 유치 등의 현실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며 원안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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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정통 보수 논객'으로 손꼽힌다.

이 교수는 지난 2005년 당시 범보수진영 지식인 100명 중 한 명으로 '대한민국의 자유 헌법 정통성 수호를 위한 지식인 선언'에 동참했고, 유석춘 연세대 교수 등과 함께 자유선진당의 창당 발기인으로도 참여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 교수는 우파 진영으로부터 '제2의 진중권'으로 비난받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에서 비롯된 촛불 정국부터 검찰의 PD수첩 수사, 4대강 정비사업, 용산 참사, 미디어법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이명박 정부에게 쓴 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3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도 최근의 핵심 현안이라 할 수 있는 세종시 논란에 대해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이 완전히 고장나 있다"며 "(참여정부 때 여·야가 합의한) 세종시를 수정하려면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정치인들은 그런 감각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 혼자만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며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이 믿는 게 옳다는 환상에 빠져 이라크전에 실패한 럼스펠트 미 국방장관처럼 아주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정부청사가 있는 과천시와 비교해 세종시 수정론을 주장하는 정운찬 국무총리에 대해서도 "편집증적으로 자기 시각에 맞춰서 세종시를 생각한다"며 "과천이 자족기능을 염두에 두고 만든 도시인가"라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또 최근 착공식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4대강 정비사업과 관련 "편법이 또 다른 편법을 낳고 있는 사업"이라며 "사필귀정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최근 자신을 둘러싼 우파진영의 논란에 대해서 "한 번 보수였다고 계속 보수여야 하나? 시대에 따라 담론은 변하는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 때의 진보·보수 담론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 민주·법치 담론으로 바뀐 것"이라고 정리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세종시 수정 담론, DJ 정부 때와 비교돼...정책결정 과정 완전 고장"

지난 11월 10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행정도시 원안건설 촉구 범 충청권 시민사회정치대표단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행정도시 사수' '세종시 특별법 통과하라'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11월 10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행정도시 원안건설 촉구 범 충청권 시민사회정치대표단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행정도시 사수' '세종시 특별법 통과하라'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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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 블로그,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한심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현재의 세종시 수정 담론에서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가.
"내가 볼 때 새만금을 다뤘던 김대중 대통령과 너무 비교된다. 김영삼 정부에서 시작된 새만금과 동강 댐에 대한 문제점이 김대중 정부 때 다 드러났다. 갈등이 심각했다. 총리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기도 했지만 DJ는 위원회도 만들고 당시 농림부 장관이 이 사람, 저 사람 만나 공식적인 창구인 총리실 외에도 여론 수렴을 위해 노력했다. 그런 것을 본받아야 하는데 이 정부는 정책결정과정이 너무 즉흥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루 한번씩 수정안이 바뀌는 것이나, 4대강 로봇 물고기가 비슷한 예다. 정책결정 프로세스가 완전히 고장나 있다."

- 3일 세종시 토론회에서 "지금은 2002년에 있는 것이 아니라 2009년에 있다"며 현재 세종시 담론의 발전 방향을 지적하기도 했는데.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우리나라가 헌법을 7번 고쳤다'며 세종시 수정 필요성을 주장했는데 헌법을 정당하게 고쳤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4.19 때와 87년 6월 때다. 그 때는 국민들의 컨센서스(동의)가 있었다. 세종시도 바꾸려면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정치인들은 그런 감각이 없다. 그런 동의가 있었다면 아무도 세종시 수정에 대해 이론 제기 안 했을 것이다."

-세종시 수정론자들이 정치적 스펙트럼을 보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운찬 총리의 경우, "잘 모르고 들어갔다가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하지 않았나.
"정부의 많은 사람들이 준비가 안 돼 있고 정치적인 고려도 없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 총선 때 과반수 이상 의석 차지한 것을 믿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허수아비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지 않나. 친박연대와의 관계도 그렇고. 정운찬 총리도 경제학자라 그런지 경험과 관련한 지식이 부족한 것 같다. 편집증적으로 자기 시각에 맞춰서 생각한다. 과천이 과연 자족기능을 염두에 두고 만든 도시인가. 그냥 단순히 행정기관만 옮긴 것이다. 반대로 과천의 아파트가 얼마나 비싼가. 과천 시민들은 그런 것을 다 고려해서 사는 것인데 그것을 가지고 과천이 망가졌다는 주장은 아니라고 본다."

"대통령 혼자만 다른 세상에 산다... 객관적 현실 인식 못하고 있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1월 27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시민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1월 27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시민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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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27일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방송 봤나. 대통령 발언 중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이 있나?
"사실 대본만 읽었다. 우선 전반적으로 느끼기엔 대통령이 혼자만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이 믿는 게 옳다는 환상에 빠진 것이다. 그런 현상이 미국이 베트남전을 치르고 있을 때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 윌리엄 번디 전 국무차관, 이라크전 당시 럼스펠트 미 국방장관에게도 있었다. 아주 나라 망치는 현상이다. 사업자가 사업이 침체기에 들어가고 있는데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면 아주 망하지 않나. 현 대통령만이 아니라 현 집권세력이 그런 현상을 보인다. 자기만의 세계에 있는 것이다."

-현재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에서 활동 중이다. 지난 11월 28일 평화방송 인터뷰에서 '4대강 사건 초대형 게이트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며 "국회 청문회와 특검 통해 4대강 문제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내가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해서 겁먹은 사람들 있나 모르겠다. (웃음) 청문회를 하게 되면 어떤 정책이 어떻게 제기돼서 어떻게 전개된다는 내용이 백서로 정리되지 않나. 4대강 사업은 그럴 필요가 있다. 4대강도 대운하 사업의 연장이라고 보는 시각 많으니 누가 4대강 사업을 주장했는지 단순한 정책인지, 아니면 '정책+알파'가 있는지 봐야 한다. 특히 사업 추진 과정에서 법 절차를 위반하고 있지 않나. 얼마 전 민주당 의원들이 폭로한 것처럼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비 부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 밝혔으나 이 정부는 은폐하기도 했다. 이런 중요한 사안들, 백서를 통해 사실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실정법을 위반한 사항도 그 때 가서 보면 될 것이다."

-교수모임과 4대강저지범대위에서 4대강 사업 고시취하소송을 시작했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KBS 정연주 전 사장 사건과 4대강 사업 사건을 비교할 때 어느 사건이 위법적인 사안이 많다고 생각하나? 나는 4대강 사업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편법이 또 다른 편법을 낳고 있다. 나는 사필귀정을 믿는다. 소신에 찬 올바른 판결이 나오리라 믿고 사업의 위법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헌신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MB정부 들어 진보·보수 담론이 민주·법치 담론으로 변화"

이성헌 의원실 주최로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종시 해법 모색' 토론회에서 세종시 원안유지를 주장하는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와 수정입장인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이성헌 의원실 주최로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종시 해법 모색' 토론회에서 세종시 원안유지를 주장하는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와 수정입장인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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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 보수논객으로 인지도가 높은데 '보수정권'이라 할 수 있는 MB 정부 출범 후 각종 현안에 대해 쓴 소리를 하고 있는데.
"내가 한 이야기가 그렇게 강도가 높나? 진보학자들의 비판이 정곡을 찌르지 못하는 것 같다. 많은 언론이 인용했던 신영철 대법관 사태에 대한 내 글을 생각해보면, 대개 정서적으로 '나쁘다'라고 말할 때 나는 그보다 논거를 확실하게 해서 썼기 때문에 더욱 아팠을 것이다. 말한 대로 보수논객이 보수진영을, 정부를 비판하는 게 아팠을 수도 있다. 만약 내 논리가 잘못됐다면 반박을 하면 될 텐데 한 번도 반박 받은 적 없었다."

- 보수 논객으로 MB정부 평가한다면?
"몇 번씩 이야기한 것인데, 이명박 정부를 정통적인 보수정부로 보지 않는다. 차라리 박근혜씨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정통적인 보수층이 많지. 이 대통령 지지층에는 예전 학생 운동했던 이들이 생각을 바꾸어 합류한 케이스가 많다. 그런 점에 대한 기존 보수층의 생각이 짧았고 부족했다고 본다. 나는 김대중 정부 전반기도 진보라고 보지 않는다. 김대중 대통령은 IMF 위기를 등에 업고 김영삼 정부가 못한 '신자유주의'를 한 거다. 후반기 들어와서 정상회담 위해 북에 돈을 넘긴다든지 하면서 나 같은 보수주의자들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서는 그것이 이슈가 아니다. 오히려 보수주의자라면 '작은 정부', 재정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현 정부는 정반대로 나가고 있다. 할 말이 없는 게 몇 명을 제외하곤 (보수층에서) 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 서울대 조국 교수가 최근 한 언론의 칼럼에서 이석연 법제처장과 이 교수를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평했다. 한국 사회에서 진짜 '보수'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왜 우리나라에서 '보수'란 말이 나왔을까. 미국의 예를 보자. 뉴딜 정책에 반발해서 상대적인 경제철학이 나오고 클린턴 대통령과 같은 리버럴한 대통령에 대한 역작용 때문에 공화당 정권이 탄생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경우, 김대중 정부 후반기, 노무현 전 대통령 때문에 보수 아젠다가 형성된 것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말로 사람을 막 긁지 않았나. 노 전 대통령이 보수담론 형성의 일등공신이다. 그런데 지금은 노무현 정부가 아니다. 이제 민주 담론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의 보수·진보 담론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 민주·법치 담론으로 변화했다고 생각한다. 한 번 '보수'였다고 계속 '보수'가 아니다. 시대에 따라 담론은 변한다."


태그:#세종시, #이상돈, #보수, #4대강 정비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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