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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3일 오후 3시 30분]

 

세종시 수정을 추진하는 정부-여당과 마찰을 빚어오던 한나라당 소속 이완구 충남도지사가 결국 사퇴했다. 이 지사는 3일 오후 1시30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사직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이날 이 지사가 사퇴함에 따라 여권의 세종시 혼란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사직을 내던지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세종시 수정이 공론화된 지금, 누군가는 법집행이 중단된 점과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민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는게 더 솔직한 답변이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지사 3년반 동안 (세종시 주민들에게) 묘지까지 파달라고 호소하고 다니면서, 묘지를 파 가야 행정도시가 성사된다고 했다"면서 "그런 도지사가 (세종시) 취소됐으니까 이장을 다시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1년 전부터 세종시 원안 추진이 안 되면 지사직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는데 "어떻게 반대논리로 다시 도민들을 설득하느냐"는 것이다.

 

30여분간 마이크를 잡고 사퇴의 변을 밝힌 이 지사의 목소리에는 격한 감정이 묻어났다. 세종시 원안 추진 약속을 뒤집고, 수정안 논의에서마저 충청권을 배제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에는 원망도 섞여 나왔다.

 

그는 "대통령의 진정성은 이해한다"고 말했지만, 곧바로 "행정중심복합도시는 특정 정부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또 "행정도시가 무산될 때 신뢰는 깨지고, 국민의 좌절과 상처, 갈등과 혼란은 국정운영의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 논의 과정에서 충청권을 배제한 것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최대 이해당사자인 충남도지사가 대안 논의에 공식- 비공식 참여 요청 받은 적도 없고,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도 철저하게 비공개로 하고 있다"면서 "충남도민은 진정성도 없고 투명성도 확보되지 않은 논의에 마음이 상할대로 상했다"고 말했다.

 

세종시 수정으로 생활고에 직면하게 된 주민들의 원성에도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지사는 "주민들의 어려운 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대대로 살아오던 땅 내놓고 1억원 미만 보상받은 사람이 60% 정돈데 벌써 4~5년이 지나 모두 탕진하고 분양권도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면서도 그는 "현장에 가보라,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사퇴한 이 지사는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해외로 유학을 떠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나 국회가 필요하다면 세종시 논의에 언제든지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사직은 내던졌지만, 정계를 떠나지는 않겠다는게 이 지사의 입장이다. 탈당은 하지 않되 한나라당 내의 야당으로 언제든지 쓴소리를 하겠다는 뜻이다.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이 지사는 이날 오후 4시 충남도청에서 또 한 차례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곧바로 대전으로 내려갔다.

 

다음은 이 지사 기자회견 일문일답 요지.

 

"200만 도민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

 

- 지사직을 사퇴하면서 한나라당은 탈당 않겠다고 했다. 이유는.

"이 문제는 국책사업에 대한 의견이 서로 다른 부분이다. 정책적 생각이 다르다고 탈당한다면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탈당해야 할 것 아닌가. 당내에서 다른 철학과 가치를 갖고 있더라도 설득하거나 대화와 타협하고, 때로는 싸울 수 있는게 진정한 정당 정치의 한 면이 아닌가 생각한다. 절대로 탈당은 없다. 한나라당을 굳게 지킬 것이다."

 

- 내년 지자체 선거에도 불출마한다고했다. 계획에 변화 없나.

"현재로서 출마 계획이 전혀 없다."

 

- 사퇴 후 휴식한다고 했는데, 세종시 원안 사수에는 아무런 활동 안 한다는 거냐. 구체적인 사퇴 이유가 뭔가.

"도지사 3년반 동안 묘지까지 파달라고 (주민들한테) 호소하고 다녔다. 묘지를 파가야 행정도시가 성사된다고 했다. 그런 도지사가 (세종시) 취소됐으니깐 다시 이장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나는 선출직 도지사고 법을 집행하는 도지사다. 정치적 약속을 했고, 선출직 도지사로서 1년 전부터 세종시 안 되면 지사직을 내놓겠다고 말해 왔다. 반대논리로 도민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 만약 정부가 추진하는 수정안이 통과가 안 됐을 경우엔 어떻게 할 것인가.

"국회 논의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고,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지혜가 필요하다면 자문할 수도 있다. 국민의 중지를 모으고 지혜를 모을 수 있다면 국회에서 부르면 제 소견을 말씀을 드리겠다. 한 단계 더 높은 민주주의로 가는데 조그만 힘이 된다면, 만약 국회에서 부른다면 올 것이다."

 

- 사퇴 시기가 이른 것 아닌가. 수정안도 논의중인데.

"요즘 신문 방송 보기가 겁난다. (세종시를) 송도처럼 간다, 기업중심도시 만든다, 교육도시, 과학도시로 만든다, 교육과학경제도시로 만든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다... 이런 상황은 곤란하다. 최대 이해당사자인 충남도지사가 대안 논의에 공식, 비공식적으로 참여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 대안을 만드는 과정이 철저히 비공개다. 충남도민들은 논의의 진정성, 투명성 등에 대해 마음 상할대로 상했다."

 

- 세종시 현지 주민들은 노숙자 가까운 생활을 한다는데 정말인가.

"주민들 어려운 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대대로 살아오던 땅을 내놓고 1억원 미만 보상받은 사람이 60% 정도다. 4~5년 지났고, 모두 탕진했다. 분양권도 팔리지 않는다."

 

-지사직을 떠나더라도 세종시 입장에는 변화가 없나.

"전혀 변화 없다. 다만 자유인 신분이 되면 오해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대통령의 진정성을 이해한다는 말은 무슨 의민가.

"포괄적으로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총리실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르다. 나는 신뢰가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 또 대통령이 '신뢰'라는 워딩을 한 적 없지 않나. 대통령의 고뇌와 진정성을 이해하지만 나는 법집행을 해야 할 선출직 도지사로서 2백만 도민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태그:#세종시, #이완구, #충남지사, #한나라당,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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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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