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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 와 있다. 오늘은 11월의 마지막 날이자 올 해의 마지막 달을 하루 남겨둔 날이다. 사람들은 이맘 때가 되면 자신도 모르게 또 한 해가 갔다면서 사색을 깊이하며 인생의 의미를 잠시 동안 머리를 짜내어 생각해보려 한다. 그것은 필자도 마찬가지다.
 
이곳 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에 오늘은 비가 내렸다. 거리의 낭만이 넘치는 풍경은 곧 사라질 것처럼 겨울을 재촉하는 비다. 얼마전 필자가 활동하는 문학 동호회의 한 카페에 출판사 발행인에게 필자의 스승이신 김규동 선생님께서 원고를 보내오셨다고 했다. 그리고는 필자가 김규동 선생을 그리워하며 쓴 글에 댓글로 선생님의 시를 올려주셨다.
 
필자는 복합적인 사색을 하게 하는 시란 생각을 하고 그 댓글을 내게로 가져왔다. 이 계절에 가족들과 함께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아니 가족 뿐이랴 주변에 함께 고락을 나누는 지인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은 시이다.
 

사랑이 머무는 것은

 
  김 규 동
 
 
가지에
사과가 매달려 있는 동안이다
사랑이 머무는 것은
 
길다고 생각지 마라
사과는
익으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사랑이
기차가 지나가는 동안인지도 모른다
 
눈부신 행복은
벌판을 달리는 기차다
사랑이 오래 머문다 생각지 마라
 

사람들의 입을 통해 많이 회자되는 사랑의 접두사 중에 "비바람 불어도, 눈보라쳐도"라는 말이 있다 실존하는 현실에서는 그것을 지키려는 경향은 자꾸 쇠퇴하는 느낌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인간의 탐욕이 인간의 근본에게도 치명적인 상처를 준 느낌이다. 그러니 공공연하게 미혼이던 기혼이던 가리지않고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 조건이란 말은 일반화되어 버렸다.
 
적어도 10여년 이전에는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속내에 있다해도 조심스런 표현이었고 어떤 때는 말 잘못했다가 속물취급을 받기 십상이었다. 달리 말하면 그때만해도 그래도 사람이 지금보다는 좀 더 정을 깊이 나눌 수 있었던 시절이다. 그러니 20여 년전, 30여 년전은 말해 무엇하랴? 오늘 선생님의 시 <사랑이 머무는 것은>을 읽으며 얼마전 필자가 낯선 나라에 새벽에 눈동자를 밝히며 쓴 졸시를 다시 읽어보았다.
 
선생님의 시처럼 촌철살인에 이르지 못하는 졸시임을 자각하면서 조금은 가까운 사색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며 졸시를 함께 올려본다.
 

비바람 불어도
 
 
비가 내린다.
사랑을 안고
슬픔을 안고
비가 내려오신다.
 
바람이 분다.
사랑의 사연을 듣고
슬픔의 사연을 듣고
그렇게 불어오신다.
 
한 자리에 비가 내리듯
바람이 불어오듯
사랑도 슬픔도
그렇게 오고 가신다.
 
비바람 보다 더한 가혹을 아는 사람이
가혹한 비바람이 되려 하나.
나나 너나 사랑이 되자.
너나 나나 슬픔이 되자.
 
어느 날 하나되리.
어우러진 줄 모르게
너나든 줄 모르게
비바람처럼 사람도

태그:#시인 김규동, 사랑, #김형효, #연말, 사랑, #비바람, 눈보라, #우크라이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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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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