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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면접을 앞둔 학생이 찾아왔습니다. 그녀의 꿈은 건축가였습니다.

 

모 대학 건축학과 1차 합격 뒤 2차 구술시험을 준비하면서 제게 조언을 구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녀와의 대화 과정에 공학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수적인 자연과학적 지식과 '사람의 공간'을 만드는데 불가결한 요소인 인문과학적 소양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공선택에 대한 확고한 주관과 열망이 느껴져서 다행이었습니다.

 

저는 헤이리의 많은 건축과정을 지켜보면서 건축가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사람에 대한 이해이다, 싶었습니다.

 

적지 않은 건축가들이 사람이 살 집을 지으면서 단지 자신의 상상력의 과시와 실험의 욕구를 충족하는데 더 관심이 있음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무슨 건축상에 집착하는 모습도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미래 건축가인 그녀가 꼭 해야할 일들

 

최소한의 자원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자원절약형 집, 한 시간쯤이면 집짓기를 완성할 수 있는 시간절약형 집, 바람에 길을 내어 주어 태풍에도 안전한 집, 빛을 받으면 은빛으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집, 이슬을 머금으면 보석처럼 환상적인 가슴 설레는 집, 소재가 한 없이 가벼워서 줄을 건 풀잎에게도 하중을 전가하지 않는 이웃 배려형 집, 목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욕심 없는 소박한 집. 용도를 다하면 아무 쓰레기도 남기지 않는 자연친화적인 집. 저는 거미집을 볼 때면 그 경이로의 집짓기에 감탄하곤 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더 역학을 연구해야 거미집의 지혜를 사람의 건축에 담을 수 있을까요.

 

서울 모든 시민의 공공자원인 한강의 조망권을 독점하면서 강가를 둘러싼 고층 아파트, 주거의 격조와 쾌적함보다 신분의 과시와 재산증식을 앞세운 재건축, 도시의 주변 환경과 조화되기보다 유아독존의 거만한 고층 사무실 빌딩들이 세워지는 것을 보면 사람의 집짓기야 말로 거대한 폭력이다, 싶습니다.

 

흙담에 살창을 내고 흐르는 물을 친구 삼았던 그 풍류와 청풍명월을 벗으로 두었던 그 마음들이 반영된 옛 한옥의 건축은 사람과 자연의 경계선에 경계 없이 놓인 겸양이고 격조입니다.

 

나는 그녀가 건축가로 살길 결심한 이상, 사람, 자연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깊은 성찰과 애정을 가질 것을 주문했습니다.

 

압축성장의 개발시대에 내동댕이쳤던 예술과 풍류, 사상과 격조들을 이제부터 우리 건축가들이 되찾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미래의 건축가인 그녀의 몫입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1.co.kr 과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건축, #거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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