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가창오리의 군무를 올해는 기필코 담아보리라 생각하고 천수만을 찾았다. 어찌된 일인지 가창오리는 볼 수가 없고 쇠기러기 떼들이 논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아마도 금강으로 모두 이사를 했나보다. 작년만 해도 쇠기러기 떼들이 벼를 베고 난 자리에 벌레와 벼 이삭을 쪼아 먹느라 새까맣게 모여 있었는데 가창오리는 고사하고 쇠기러기도 띄엄띄엄 모여 있을 뿐이다. 왜 그럴까 궁금해 하던 차에 어디선가 포클레인 소리가 들려온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저기서 공사를 하고 있다. 천수만은 철새들이 살기에 최적의 조건인데도 공사로 인해 철새들의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 대부분 새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해 간 것이다. 가창오리를 찾아 금강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금강철새전망대에 전화를 걸어 군무를 볼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을 물어보자 가창오리가 시시때때로 이동을 하기 때문에 오후3~4시쯤 도착하여 가창오리가 많이 모여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면 해질 무렵 5시30분쯤 군무를 볼 수 있다며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가창오리군무를 볼 수 있다는 금강 하굿둑에 도착하자 강 가운데 새까맣게 띠를 이루고 가창오리가 무리를 지어 운집하여 있다. 바람도 세차게 불고 희뿌연 날씨가 금방이라도 뭔가를 뿌릴 것 같다. 칼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옷깃 속으로 파고들지만 가창오리를 카메라에 담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악조건을 감내하고 2시간째 잠복근무 중이다. 4시간째 가창오리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다는 잠실에 산다는 김기남씨와 그 일행을 만났다.

 

"갈대 사이에 숨어 새들을 관찰하다보니 오리 떼가 거의 눈앞에까지 와서 파도타기 군무를 보여 주었다고요. 그런데 당신들이 나타나자 인기척을 느껴 점점 멀어져 가잖아요. 이제는 강 가운데까지 가버렸어요. 서있지 말고 자세를 낮추세요! 아무래도 철수를 해야 할 것 같아"

 

조용히 하라며 핀잔을 준다. 

 

야행성이 강한 가창오리는 낮에는 호수나 강에서 쉬고 해가질 무렵이면 뿔뿔이 흩어져 있던 무리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이동한 다음 한꺼번에 날아 멋진 군무를 보여주고 먹이활동을 하러 떠난다. 강 가운데 띠를 이룬 오리 떼가 파도타기를 하며 술렁인다. 군무를 시작하기 전초전의 모습은 마치 태풍이 몰아닥치기 직전의 폭풍전야처럼 숨고르기를 하며 고요하다.

 

이어 서서히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 떼가 군무를 시작하게 되면 소름이 돋고 심장이 멎을 것 같아 짜릿한 전율이 온몸에 흐른다. 30만 마리가 넘는 가창오리 떼가 물결모양의 화려한 군무를 펼치며 머리위로 날아갈 때면 황홀감까지 들 정도다. 세계적인 희귀조인 가창오리는 시베리아 동부에서 번식하고, 한국·일본·중국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내년에도 가창오리의 군무를 볼 수 있기를

 

4대강 살리기라는 명목으로 국민들의 혈세인 22조2천억 원을 투입 지난11월 22일 삽질을 시작했다.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등 4개강과 섬진강 등 18개 하천을 친환경 공간으로 정비하겠다며 거대한 사업비를 쏟아 붓겠다는 심산이다. 지난 6월 8일 마스터플랜 공개 후 5개월 만에 착공에 들어가 3년여의 공사기간을 거쳐 오는 2012년 마무리 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금강 6공구에 금남보, 금강보, 부여보 등 금강유역에 3개의 보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한다. 자연 친환경을 개발이라는 이유로 파괴하면서 4대강을 살리겠다고 하니 자다가도 웃을 일이다. 강바닥을 파헤쳐 보를 설치하기 위해 3년여를 공사를 한다면 해마다 찾아오는 철새들의 지상낙원인 금강에 가창오리나 다른 희귀종의 새들이 이곳을 찾아올 수 있을까? 가창오리 떼의 군무를 올해 보지 않으면 영원히 볼 수 없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마저 든다.

 

자연의 섭리란 계절이 바뀌면 산과들은 계절에 어울리게 옷을 갈아입고 인간에게는 순리적으로 적응하는 여유를 주면서 자연과 융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개발도 좋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을까? 땅을 파헤치고 콘크리트로 덧칠하고 마구잡이로 자연을 훼손하면서 환경재앙은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새로운 세계를 뷰파인더로 바라보고 머릿속에 담고 보이는 만큼 작품으로 옮기는 나는 자연이 함께하는 곳은 어디든지 찾아다닌다. 요즈음은 가는 곳마다 걱정이 앞선다. 경인운하가 한참진행중인 수도권 매립지 근처를 다녀온 적이 있다. 거대한 포클레인으로 수로를 파헤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공사가 한창인 그곳에는 왜가리와 백로 가마우치 다양한 철새들이 오갈 곳을 잃은 체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먹이를 찾기 위해 보를 막아둔 공사장 근처를 맴돌며 공사장의 소음에 불안해하며 쉴 새 없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우화'란 동물이나 식물 또는 무생물 등을 통해 인간의 성격을 풍자적으로 나타내어 유익한 교훈을 주는 짤막한 이야기이다. <어리석은 개구리> 라는 우화가 있다.

 

"길가에 살고 있는 개구리가 있다. 하루하루가 참으로 위험했다. 그것을 보다 못해 연못에 살고 있는 친구가 찾아와서 이사를 권했다. "나하고 같이 연못으로 가자. 거기는 살기 좋단 말이야."  하지만 길가 개구리는 친구의 권유를 듣지 않았다. 자기 고집만 피웠다. 결국 길가 개구리는 어느 날 수레에 깔려 죽고 말았다. 친구의 좋은 권유를 귀담아 듣질 않고 무조건 자기주장만 내세웠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은 환경파괴 및 문화재훼손, 수질문제, 토지보상 등 산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국민의 70%가 반대한다는 4대강사업, 밀어붙이기식 졸속행정을 추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개탄스럽다. 힘없는 소시민들의 소망이 이루어질까? 인위적인 화려함보다는 소박하면서 인정이 넘치는 세상에서 살고 싶을 뿐이다.


태그:#가창오리군무, #쇠기러기, #4대강사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오늘도 나는 꿈꾼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