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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방송 이후 '루저(loser, 패배자)' 파문을 낳았던 KBS2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 제작진이 전격 교체 됐다. 해당 발언을 한 여대생에 대한 인신공격이 도를 넘어 이루어지고 있고 인터넷 등을 통해 파문이 커지자 제작진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로 한 것이다.

'루저' 사건에 대한 깊은 고민 필요

'미수다' 홈페이지 캡쳐
▲ <미녀들의 수다> 홈페이지 '미수다' 홈페이지 캡쳐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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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미.수.다>는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눈을 통해 한국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것'을 기획의도로 제작되었다. 문제를 일으킨 9일 방송은 '외국인 여성과 한국인 여대생 간의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를 알아보고자' 기획된 것이었다.

<미수다> 제작진의 사퇴로 '루저' 파문은 이전보다 진정 기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한 개인의 신중치 못한 발언과 제작진의 부적절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끝날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외모 차별은 오래된 문제

사실, 그동안 '외모'를 한 개인의 평가 기준으로 삼은 방송과 광고는 계속 되어왔다. 지금도 개그 프로그램을 비롯 여러 방송에서 못생긴 여자를 비하하여 웃음을 유도하는 개그가 이뤄지고 있으며, 소개팅 상대에 대한 질문에 "예쁘냐"만 반복하는 S모 금융회사 광고가 전파를 타고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 못생기거나 키 작은 사람을 '루저'라는 자극적인 단어로 표현하진 않았어도 무시하거나 낮게 봐 온 것은 사실이란 얘기다. 이를 바탕으로 볼 때 이번 루저 파문은 발언 '내용의 차별성'보다는 외모에 치중해 상대를 평가하는 현 세태를 '웃어 넘기기' 힘들 만큼 '거칠게' 반영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내용의 차이보다 방법의 차이가 파문을 낳은 것이다.

루키즘 (lookism)

외모지상주의. 외모라는 의미의 'look'과 주의·학설을 뜻하는 'ism'이 합쳐진 것으로 미국 뉴욕타임즈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새파이어가 인종·종교·성·이념 등과 함께 인류 역사에 불평등을 만들어낸 원인의 하나로 외모를 지적하면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1999년 발간된 <20세기 단어사전>은 루키즘을 '외모를 근거로 한 편견이나 차별'로 정의했다.

스포츠 스타 후원에까지 자리한 외모지상주의

'루저' 파문이 한 개인의 잘못된 가치관 때문에 생긴 일이라면 개인이 반성하고 끝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외모'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행태는 사회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한 일간지에는 '외모'와 스포츠 스타의 후원관계에 관한 기사가 보도되었다. '외모'를 중시하는 스포츠 마케팅 풍토 때문에 김연아 선수와 신지애 선수가 과거에 스폰서 업체를 찾고, 의류 후원을 받기도 쉽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선수의 잠재력이 우선시 되어야 할 스포츠 후원에서도 실은 실력보다 외모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우리는 외모지상주의로부터 자유로운가

오크녀, 엘프녀, 꿀벅지, 호빗족 등 사람을 외모에 따라 가르고 평가하는 단어가 난무하는 세태 속에서 우리는 진정 '루저'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일까? 문제는 <미수다>에서 터졌지만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뿌리는 우리 모두가 발 딛고 있는 사회 곳곳에 깊숙이 박혀 있으며 우리 모두는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그 뿌리에 물을 끊임없이 주어왔다.

'루저' 논란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나머지 사람들이 <미수다>제작진과 해당 여학생을 비난할 위치에 있는지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 모두는 진정 '루저'논란과 외모지상주의로부터 자유로운가?


태그:#루저, #외모지상주의, #미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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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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