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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하면 '대청소'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연상작용'치고는 참 이상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다 이유가 있다.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다녔던 그 시절, 교육감이 온다고 하면 며칠 전부터 학교에는 비상이 걸렸다. 수업도 거른 채 하루 종일 복도를 닦고, 창문도 닦으며 '손님' 맞을 준비를 했었다. 그때는 청소는 날마다 하는데, 왜 교육감이 온다고 하면 대청소를 해야 하는 것인지 귀찮기만 했다. 어린 마음에 '교육감이 대단한 분인가보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교육감이 오는 날에는 웬일인지 학교 공기마저 다른 듯했다. 선생님들도 모두 잘 차려 입었고 머리도 말끔히 빗어 넘겼다. 공개수업에 지목된 된 학급에서는 모의수업을 하는 것도 모자라 발표할 학생과 질문도 모두 정해놓는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지금도 '교육감'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렸을 적 그 긴장감이 떠오른다. 갑자기 말끔해진 학교, 평소답지 않은 선생님, 흐뭇한 얼굴로 교실 뒤편에서 수업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교육감과 교장선생님 그리고 학생들 하나하나를 심사하듯 들여다보는 낯선 얼굴들.

 

어린 시절, 내게 교육감은 '대청소'였는데

 

어렸을 적 그런 기억때문인지 교육감을 비롯해서 교육 행정자들에 대한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다. 그들의 이미지는 대개 권위적이고 고압적이다. 학생들에게 다가가기보다는 내려다보기를 좋아한다. 그런 이미지와 위치를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린 시절 그리고 실제로 그 이후에도 교육관련 행정가들로부터 '감동'이라는 것을 받아본 적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사람들도 사정은 대개 비슷하다.

 

물론 훌륭한 선생님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교육'과 '행정'이라는 두 축이 상충하는 지점에서 자신의 소신을 주장하거나 양심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다. 심지어는 '저 사람에게 교육철학이라는 것이 있기는 있는 것일까' 생각되는 사람도 보았다. 교육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교육을 등에 업고 행정에 아예 동승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번에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의 징계 거부입장을 밝힌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1인 특별담화문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참으로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우리에게도 아직 저런 교육인이 남아있구나'라는 생각에 참으로 감사했다.

 

"....존경하는 도민과 학부모님, 그리고 선생님 여러분!

 

 그 동안 저는 시국선언 교사들의 징계여부를 놓고 깊은 고뇌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기관 간의 협력과 절차적 질서를 존중해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민주적 가치를 지켜야 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매우 어려운 입장에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교사들의 시국선언은 원칙적으로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로서 존중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고, 따라서 시국선언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교사들을 징계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들의 시국선언이 교육자로서 과연 바람직한 행위인가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고, 그러한 행위를 우려하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시국선언의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가 보다 더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의 1인 특별담화문 중

 

그의 '1인 시위(?)'가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다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우리나라 교육행정의 대표로 상징되는 최고 교육행정자가 이렇게 소신 있는 발언을 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감에 대한 인식 바꿔놓은 김상돈 교육감의 '1인 시위'

 

사실, 지난 5월 경기도교육감에 취임 직후, 그가 밝힌 무료급식 확대방안 소식을 들었을 때는 '과연 잘될 수 있을까' 싶었다. 초등학교 교육이 의무교육이라면 급식도 당연히 무료로 제공되어야한다고 생각했기에 그때는 그가 밝힌 무상급식 방안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진작 이뤄지지 않은 것이 이상한 일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다. 역시 예상대로 난항을 겪었고 예산은 책정되지 못했다.

 

그러나 학부모입장에서 보자면 교육감이라는 최고 교육행정자가 그런 정책을 폈다는 것, 그것도 취임하자마자 소신껏 당당히 밝혔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여론에 떠밀리거나 학부모 단체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생색내기 정책이 아니라 뚜렷한 교육철학으로 그렇게 당당히 밝히는 교육행정자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가.

 

그리고 이번 1인 특별담화문. 김상곤 교육감은 또다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국선언을 한 교사들의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지켜주기 위해 정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국선언을 한 교사들을 징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시국선언의 경우,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기본원리가 교육자로서의 본분보다 더 존중되어야한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인권은 지켜져야해', '누구나 의사표현의 자유는 있어'라는 기초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그 정도 생각은 할 수 있다(하긴 그것마저 지켜지지 않는 세상이다). 그러나 권력 앞에 그런 양심의 목소리를 떳떳이 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표현의 자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자신의 목소리를 떳떳이 낼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한다고.

 

써놓고 보면 '의로운'이라는 말은 '외로운'이라는 말과 비슷하다. 의롭다는 것은 어쩌면 천성적으로 외로운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의로운 일이 언제까지나 외로운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모두가 박수를 쳐야하고 응원의 목소리를 내야한다. 비인간적인 교육행정으로 질주를 하고 있는 이 정부에 맞서 의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김상곤 교육감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싶다.


태그:#김상곤, #시국선언 교사, #경기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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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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