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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 노래방에서 점수가 90점 이하면 얼마씩 기부를 하도록 하면 재미있다. 나는 열 손가락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고 다닌다. 다 색깔이 다르다. 누군가 10만 원을 기부하면 하나씩 지운다. 지금은 하나 남았다. 오늘 누가 10만 원 기부해주면 지우고, 다시 열 손가락에 매니큐어를 칠할 것이다.

아름다운재단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투명성이다. 정치든 경제든 비영리단체든 신뢰가 모든 것의 핵심이다. 투명하면 신뢰가 생긴다. 장부를 인터넷에 올려놓는다. 총괄상임이사인 저는 월급이 200만 원이다."

박원순 변호사.
 박원순 변호사.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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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총괄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가 '모금운동'을 강조했다. 그는 난치병 어린이 지원 단체인 생명나눔재단(이사장 박정수) 창립 5주년 행사로 12일 저녁 김해 장신대학교 강당에서 "희망을 향한 여정"이란 제목으로 기념강연했다.

생명나눔재단에 대해 그는 "여러분들이 해오신 일에 비하면 저는 훨씬 초라하다. 지역에서 이런 재단을 만들고 가꾸는 게 쉽지 않다. 저희들도 독립운동 하는 심정으로 한다"고 말했다.

'사회 디자이너'라고 소개한 그는 주덕한 전국백수연대 대표를 소개했다. 그는 "출판기념회를 하는데 10명 정도 데리고 오더니, 먹을거리 먹고 나서 명함을 내놓더라. 미래에 가질 직업의 명함이었다. 얼마나 장한가. 집 안에만 있으면 정말 백수가 된다. 지금은 서울시로부터 지원을 받아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스로 '공무원'이고 'CEO'라고 소개했다.

"조선시대 선비는 국가의 녹을 먹지는 않았지만 나라를 걱정했다. 위기가 생기면 앞장 서서 목숨을 바쳤다. 우리 사회에서 글을 배운 사람으로서 책임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공무원이다. 그리고 CEO다. 얼마 전 일본의 한 잡지에서 '융합하는 기업과 NPO'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보도했다. 기업이 돈을 버는 것과 자선이 융합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광고는 완전히 자선단체나 다름이 없다. 착한 기업이 성공한다는 말이 있다. 비영리단체도 경영이다. 돈이 없으면 좋은 일을 어떻게 하나. 그래서 수입 모델을 생각하게 되었다."

박원순 변호사는 그가 변론하고 활동했던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1995년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을 언급한 그는 "1심에서 이겼고 2심에서 졌는데 대법원에 계류 중일 때 우 조교가 결혼하게 되었다"며 "성희롱 당한 며느리를 누가 좋아하겠나. 그런데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버텼다. 그 사건이 계기가 되어 성희롱특별법이 만들어졌고, 기관단체는 의무적으로 교육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수많은 여성들이 그 혜택을 보고 있다. 역사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3년 전까지만 해도 휴대전화에는 전파사용료를 1만3000원이나 부담했다. 찾아보니 외국에는 없었다. 소송해서 이겼다. 한때 서울 지하철이 정시에 도착하지 않는데도 사전공지나 예고가 없어 지각하는 직장인들이 생겨났고, 피해자들을 모아 소송을 내서 배상을 받았다"면서 "돈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하는 서비스도 국민에 대한 채무이며 약속이기에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변호사.
 박원순 변호사.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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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변호사는 영국에서 감동을 받았던 한 지역 재단을 소개했다.

"10만 명이 사는 도시인데, 한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자기 집을 동네에서 캠프를 못가는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한 것이다. 그 집은 이후 '아이를 캠프에 보내주는 기금'이 되었다. 그런 집이 이후 300개가 넘게 있었다. 공동체를 자선을 통해서 만들어 내고 있었다. 너무 감동을 받았다. 돈이 이렇게 귀하게 쓰이고, 재단이 위대한 것이구나, 돈도 생명이 있구나, 사람에게 영성이 있다고 하는데 돈에게도 영성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우리는 평생 벌어놓고 자식한테 몽땅 남겨두는데, 자식한테 재산 많이 남겨준 집안 치고 안 싸우는 집안 없더라"면서 "자식에게 돈을 물려줄려는 것은 고기를 주는 것과 같다. 고기를 아무리 많이 남겨 주어도 자식이 평생 동안 먹으려고 하면 썩어 버린다. 자식에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식이 다 보고 배운다. 아름다운재단에 보면 젊은 부부가 아이 이름으로 기부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저는 책을 내면서 유산과 관련해 글을 써 놓았는데 '마치 재산을 부모한테 물려받지 못했듯이 너희한테 물려줄 게 없구나. 아무 것도 물려줄 수 없다는 것을 유산으로 삼아라'고 했다"고 밝혔다.

기부와 모금에 대한 여러 사례를 소개한 그는 아름다운가게에 대해 설명했다.

"2002년 가게를 창립했다. 처음 시작할 때 주변에서는 안 된다고 했다. 헌 물건에 대해 우리는 찝찝하게 생각한다. 헌 물건을 싫어하는 생각을 바꾸자고 했다. 가게는 지금 전국 106개나 생겨났고, 비슷한 가게들이 생겨나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에 가면 골목마다 중고명품점이 생겨났다. 헌 물건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 것이다."

희망제작소에서 하고 있는 '행복발전소'와 '모금전문가학교' 등을 소개했다.

'소기업발전소'를 설명한 그는, "농민도 절대로 농사만 지어서는 안된다. 농업을 살리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개인적인 브랜드로 간다. 꾸준하게 설득하면 소비자를 감동시킬 수 있다. 농촌은 어마어마한 자산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변호사는 "대한민국 헌법 1조를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소기업 사장이 되자'로 바꾸어야 한다"면서 "자본주의가 엄청난 변화를 거듭하는데 우리만 잘 모르는 것 같다. 돈을 번다는 게 뭐냐. 인생이 뭔지 진정으로 배워야 한다. 우리는 잘 먹고 잘 살고, 부자가 되는 게 목표는 아니다"고 말했다.

박원순 변호사는 12일 저녁 김해 장신대학교 강당에서 생명나눔재단 초청으로 강연회를 가졌다.
 박원순 변호사는 12일 저녁 김해 장신대학교 강당에서 생명나눔재단 초청으로 강연회를 가졌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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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원순 변호사, #희망제작소, #생명나눔재단, #기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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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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