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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사 숲길. 늦가을의 서정을 선사하고 있다.
 대흥사 숲길. 늦가을의 서정을 선사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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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단풍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늦가을의 향취를 물씬 풍기는 곳, 그러면서도 조금은 호젓해질 수 있는 곳, 체력이 쇠약해진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마음까지도 씻어줄 수 있는 곳을 찾아본다.

올 가을 한반도의 마지막 단풍이 내려앉은 곳, 그래서 늦가을의 운치를 만끽할 수 있는 해남 두륜산 대흥사로 눈을 돌려본다.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가을의 정취를 찾아 만추의 서정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대흥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울창한 숲길이다. 집단시설지구에서 대흥사에 이르는 십리 숲길이 사철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특히 가을에 운치 만점이다. 이 숲길에 지금 막바지 단풍이 머물고 있다.

소나무·벚나무·단풍나무·전나무·고로쇠나무 등이 어우러져 터널을 이루고 있다. 이 나무들이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 있다. 낙엽도 수북하게 쌓여 만추의 서정을 선사한다. 코끝을 스치는 바람결에서도 늦가을의 서정이 느껴진다.

대흥사 단풍. 올 가을 한반도의 마지막 단풍이다.
 대흥사 단풍. 올 가을 한반도의 마지막 단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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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사 숲길. 늦가을의 운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대흥사 숲길. 늦가을의 운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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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목싸목 걸으며 오감으로 풍광을 체험하기에 으뜸이다. 마침 15일부터 단풍축제도 열린다. 해남 두륜산 오색단풍체험축제로 이름 내건 축제는 15일까지 계속된다. 축제프로그램으로는 대흥사 숲길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오색단풍 건강걷기대회가 가장 눈길을 끈다.

단풍숲에서 펼쳐지는 통기타 공연과 색소폰 연주 등도 서정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오색단풍잎을 이용한 책갈피 만들기, 재활용 종이를 이용한 종이접기 등도 해볼 수 있다. 여성한마당잔치와 축하공연, 에어로빅 시연 등도 볼거리다.

단풍도 단풍이지만 대흥사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대흥사는 신라 진흥왕 5년(514년) 아도화상이 세운 절로 알려져 있다. 서산대사와도 관련이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절 안에는 서산대사의 유품이 보관된 표충사와 탑산사 동종 등 보물 4점과 천연기념물 1점 등 수많은 유물들이 보존돼 있다.

대흥사 부도전 앞길에도 늦가을이 내려앉아 있다.
 대흥사 부도전 앞길에도 늦가을이 내려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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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사 연리근. 두 나무의 뿌리가 만나 하나가 돼 있다.
 대흥사 연리근. 두 나무의 뿌리가 만나 하나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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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을 지나서 만나는 부도전도 눈여겨봐야 할 곳이다. 부도전은 스님들의 집단 묘소. 대흥사를 중흥시킨 서산대사를 비롯 연담·초의·만해 등 13대종사(大宗師)와 13대강사(大講師)가 모셔져 있다. 천불전 옆엔 두 나무의 뿌리가 만나 하나 된 연리근도 눈길을 끈다. 그 아래엔 수많은 중생들의 간절함이 촛불로 타오르고 있다.

대흥사는 본 절도 절이지만 암자도 많다. 대흥사에 달린 암자는 일지암을 비롯 북미륵암·남미륵암·진불암·관음암·청신암 등이 있다. 일지암은 초의선사(1786∼1866)가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 같은 당대의 대학자, 문인들과 교류하면서 학문적 깊이를 더했던 곳이다. 우리나라의 차(茶)문화를 일으키기도 한 곳이어서 일지암과 차는 뗄 수 없는 인연으로 엮인다.

산 중턱에 자리한 북미륵암(북암)은 국보 제308호로 지정된 마애여래좌상이 있는 암자로 반드시 들러봐야 할 곳이다. 대흥사 산내 암자 가운데 본 절과 가장 가까운 청신암은 비구니들의 수도처이다. 두륜산이 문화유산 답사를 겸한 산행지로 사랑을 받는 이유다.

대흥사 숲길. 길 위에 낙엽이 수북하다.
 대흥사 숲길. 길 위에 낙엽이 수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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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사. 한반도에서 마지막 단풍이 머무는 곳이다.
 대흥사. 한반도에서 마지막 단풍이 머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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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륜산 산정에 오르면 만추의 산하는 물론 바다에 떠 있는 수많은 섬들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정상인 가련봉(703m)을 비롯 두륜봉(630m), 고계봉(638m), 노승봉(685m)으로 이어지는 봉우리를 오르는 산행의 묘미가 남다르다. 사계절 언제 찾아도 좋지만 가을엔 찬란한 단풍이 길손을 맞아줘 산행의 묘미를 더한다.

산행은 대흥사를 출발점으로 해서 북미륵암·오심재·능허대·가련봉·두륜봉·진불암·일지암을 거쳐 대흥사로 돌아오는 길이 최적의 코스로 꼽힌다. 대표적인 암자와 두륜산의 명물인 구름다리를 두루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요시간은 대략 대여섯 시간.

최근엔 케이블카를 타고 고계봉 정상 아래까지 가서 오심재로 향하는 산행도 많이 한다. 케이블카는 대흥사 집단시설지구인 유스호스텔 입구에서 두륜산 고계봉 정상까지 1600m를 오가는 코스에서 운행한다. 고계봉 전망대에 서면 두륜산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영암 월출산·강진 주작산·광주 무등산까지 보인다. 강진만과 완도, 진도 등 다도해도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엔 육안으로 한라산까지 보인다고.

두륜산 케이블카. 집단시설지구에서 고계봉까지 1600m를 오간다.
 두륜산 케이블카. 집단시설지구에서 고계봉까지 1600m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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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은 강진과 함께 '남도답사 1번지'로 명성을 얻고 있는 곳. 가까운 곳에 답사를 겸해 가볼만한 곳도 많다. 대흥사에서 가까운 해남읍 연동리에 고택 녹우당에도 가볼 일이다. 녹우당은 고산 윤선도와 공재 윤두서를 배출한 유서 깊은 고택이다. 500살이 넘은 은행나무가 노란 은행잎을 수북하게 떨군 풍경도 가을의 운치를 더해준다.

여성운동가이면서 시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다 요절한 고정희와 혁명시인으로 알려진 김남주의 문학공원도 그리 멀지 않다. 두 시인은 80·90년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모두 해남 삼산면 출신이고, 현실과 치열하게 맞서 싸우다가 젊은 나이로 짧은 생을 마친 점 등 우연에 내맡겨 버리기엔 너무 많은 공통점 지니고 있다.

해남은 또 땅끝과 바로 직결된다. 한반도 육지부의 가장 남쪽 마을인 땅끝은 긴 설명이 필요 없는 곳. 국토 종단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에게는 궁극적인 목표이자 성지 같은 곳이다.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서면 남쪽으로 쪽빛 바다가 아스라이 펼쳐진다. 일몰과 일출도 그림 같다.

땅끝 갈두항. 국토 종단에 나서는 젊은이들에게 성지 같은 곳이다.
 땅끝 갈두항. 국토 종단에 나서는 젊은이들에게 성지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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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마을에서 완도 쪽으로 조금 가면 옛 통호분교 자리에 있는 땅끝자연사박물관도 들러볼만 하다. 마도로스였던 관장이 직접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모은 것들을 전시해 놓고 있다.

달마산 준봉들을 배경 삼은 미황사는 빛바랜 단청이 고찰의 맛을 자아내는 곳. 여기서 바라보는 장엄한 낙조는 여행자를 행복하게 해준다. 고천암호는 갈대군락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호수를 따라 한참을 달려도 끝없이 펼쳐지는 갈대를 만날 수 있다. 가창오리의 환상적인 군무를 만날 수 있는 자연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해남 나들이라면 공룡박물관 가보는 것도 좋다. 황산면 우항리에 있는 공룡박물관은 400여점의 공룡화석을 전시한 국내 최대의 공룡박물관. 쥐라기의 폭군 알로사우루스의 화석과 높이 21m에 이르는 조바리아와 익룡 등 수십 점의 공룡 전신화석이 전시돼 있다. 드넓은 부지에 실물 크기의 공룡 조형물도 설치해 놓아 1억 년 전 공룡시대를 방불케 한다.

공룡박물관. 해남군 황산면 우항리에 있다.
 공룡박물관. 해남군 황산면 우항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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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숲길, #대흥사, #두륜산, #해남, #대흥사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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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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