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 행사가 열린 8일 남해 바다는 하루 종일 비가 내리다가 거치기를 반복했으며, 간혹 구름 사이로 햇살이 보이기도 했다.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 행사가 열린 8일 남해 바다는 하루 종일 비가 내리다가 거치기를 반복했으며, 간혹 구름 사이로 햇살이 보이기도 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8일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에 참가한 사람들이 685성인봉호의 갑판에 올라 남해의 바다를 구경하고 있다.
 8일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에 참가한 사람들이 685성인봉호의 갑판에 올라 남해의 바다를 구경하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전국에서 몰려든 500여명이 대한민국 해군 군함을 타고 400여년 전 왜군(일본)과 전투에서 23전23승을 거두었다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 승전지를 해상 순례했다.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 행사는 <경남신문>이 경상남도와 (사)21세기이순신연구회, 해군, stx의 후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8일 남해 해상에서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4만5000t급 성인봉(685)호와 향로봉(783)호에 나눠 타고 진해를 출발해 거제~통영을 거쳐 돌아왔다.

이날 행사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생애를 알고, 임진왜란의 주요 해전을 둘러보고, 24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는 기회를 갖기 위해 열린 것.

대한민국 해군 군함 '성인봉호'
 대한민국 해군 군함 '성인봉호'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해군 군함을 타고 이순신 장군 승전지를 둘러보는 행사는 처음으로 열린 것이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엿새 동안 인터넷으로 신청을 받았는데, 무려 3140여명이 신청했다. 경찰이 입회한 가운데, 서울·경기와 호남, 충청, 경북 등 지역을 안배해 추첨으로 500명을 뽑았다.

하루 전날 진해에 온 가족들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해군사관학교 제3정문을 통과해 이날 오전 8시 진해통제부 부두에 도착했다. 부두 곳곳에는 대형 군함들이 정박해 있었고, 금방이라도 대포를 쏠 것 같은 큰 군함 2척이 기다리고 있었다.

'685호'는 울릉도 성인봉의 이름을 갖고 있는데, 1999년 한진중공업(마산)에서 건조한 군함이다. 수송함인 '683호'는 2007년 8월 통영항에 정박했을 때 선상에서 '한산대첩 위령제'를 지내기도 했다. 이날 두 군함은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배우겠다는 민간인들을 위해 남해안 운항을 벌였다.

오전 8시경. 환영 행사가 열렸다. 해군 군악․의장대가 참가자와 두 군함을 사이에 두고 공연했다. 군악대의 반주에 맞춰 의장대는 총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그동안 닦은 실력을 뽐냈다.

해군진해기지사령관 엄현성 준장은 "23전23승한 이순신 장군의 전적지를 보면서 해군을 더 이해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서만근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어떻게 보면 이순신 장군 마니아들이 모였다고 할 수 있는데, 불패신화의 살아 있는 현장을 보면서 누란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그 정신을 느끼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태일 경남도의회 의장과 이창희 (사)21세기이순신연구회 회장, 이상희 가야대 총장 등이 나와 첫 해상순례를 격려했다. '5000년의 바닷길'과 '5000만의 바닷길'을 지키고 있는 해군의 군함을 타고 임진왜란 승첩지를 둘러보는 순례는 이렇게 해서 시작되었다.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에 앞서 8일 오전 진해해군통제부 부두에서 군악.의장대의 공연이 벌어졌다.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에 앞서 8일 오전 진해해군통제부 부두에서 군악.의장대의 공연이 벌어졌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에 앞서 8일 오전 진해해군통제부 부두에서 군악.의장대의 공연이 벌어졌다.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에 앞서 8일 오전 진해해군통제부 부두에서 군악.의장대의 공연이 벌어졌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드디어 출항 ... 거가대교 공사 현장 앞 지나

드디어 출항이다. 부두에 정박해 있던 다른 군함들이 시야에서 점점 작아졌다. 마치 왜군이 쳐들어왔다는 '전갈'을 받고 싸우러 나가는 400여년 전 조선 수군이 그렇게 했던 것처럼, 성인봉호는 묵직한 느낌으로 움직였다.

저 멀리 부산항신항도 눈에 보였다. 부산항신항과 마산항으로 드나드는 온갖 선박들이 열병하듯 했다. 비바람이 치는 날씨인데도, 군함은 끄떡도 하지 않고 남해 바다를 달렸다. 평균 15노트 속력.

거제도 해역을 지났다. 대통령 별장이 있다는 저도도 눈에 들어왔다. 거제와 부산(가거도)을 잇는 거가대교 공사 현장이 보였다. 침매터널 공사 현장도 보였고, 섬과 섬을 이을 다리 교각도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속에서도 컨테이너 선박을 비롯한 온갖 배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400여년 전 이 바다는 어떠했을까. 옥포해전, 한산대첩, 노량대첩, 명량대첩, 부산포해전, 합포해전, 당항포해전, 칠천량해전, 사천해전, 당초해전 등. 붙여진 이름처럼 많은 싸움이 바다에서 치열하게 전개됐던 것이다.

'성인봉호' 갑판에 올라 보았다. 마치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거북선을 보고 왜군이 놀라 달아나거나 왜적선이 격침되어 바다에 가라앉는 상황이 연상되었다.

왜적선을 격퇴시킨 거북선은 이 바다 속 어딘가에 가라 앉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직 거북선의 원형이 발견되지 않고 있는데, 경남도가 추진하는 '이순신 프로젝트'의 하나인 거북선 찾기 사업이 성과를 거두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

8일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에 참가한 사람들이 진해해군통제부 부두에서 군함에 오르고 있다.
 8일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에 참가한 사람들이 진해해군통제부 부두에서 군함에 오르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8일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 참가자들이 685성인봉호의 헬기장에 올라 이순신 장군의 승전지였던 바다를 살펴보고 있다.
 8일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 참가자들이 685성인봉호의 헬기장에 올라 이순신 장군의 승전지였던 바다를 살펴보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가족 단위 참가자 많아 ... 서울 등 전국 곳곳 몰려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많았다. 최고령자는 87살도 있었다. 특히 군함을 처음 타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박복순(77)씨는 "여기저기 안 다녀 본 데 없는데 군함을 타보기는 처음이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가족들과 왔다고 한 오인택(13)군은 "친구들에게 군함 타고 이순신 장군 승전지 순례 간다고 했더니 '그런 거짓말은 처음 듣는다'고 했다. 그래서 증거로 보여 주려고 군함 사진도 찍었다"며 "얼마 전에 유람선 타고 외도에 가본 적이 있는데, 그 때 느낌과 너무 다르다"고 말했다.

정의한(11)군은 "처음에는 여기 오는 줄 모르고 엄마 아빠를 따라 왔는데,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을 한다"며 "군함을 타보기는 처음이다. 텔레비전이나 그림으로만 보다가 상상했는데 실제 타보니 재미있다"고 말했다.

유명규 (사)21세기이순신연구회 사무총장은 "보통 말로만 듣거나 책으로 알아오던 이순신 장군의 승전지를 유람선이 아닌, 군함을 타고 둘러보는 것이 의미있다"며 "살아 있는 역사 체험인데 이런 행사들이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해상 순례에는 진주 대아고 학생․교사 29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석했다. 대아고는 올해로 42년간 매년 봄에 진주에서 사천까지 '이순신 백의종군로 행군'을 해오고 있다.

임재영(대아고 2년)군은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로 행군을 했는데 걸어서 가면서 느꼈던 것과 군함을 타고 해상 전적지를 둘러보는 느낌이 다르다"며 "바다에서 어떻게 싸웠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기고, 하여튼 23전승을 했다고 하니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온 김상득(44)씨는 "<대전일보>에 조그맣게 기사가 나서 알게 되어 신청했으며, 오늘 새벽 대전에서 출발해 참석하게 되었다"며 "가족들과 오기 전에 이순신 장군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해서 도서관에 가서 책도 빌려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8일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 참가자들이 남해 바다를 지나면서 거가대교 건설 공사 현장 보기도 했다.
 8일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 참가자들이 남해 바다를 지나면서 거가대교 건설 공사 현장 보기도 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해군 악대 '캄보밴드'가 8일 군함 685성인봉호 안에서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 참가자들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해군 악대 '캄보밴드'가 8일 군함 685성인봉호 안에서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 참가자들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해군, 적극 지원 나서 ... "민간인과 항해는 매우 드문 일"

해군은 이번 해상순례를 후원했다. 두 군함의 해병들은 참가자들을 안내하기도 하고, 안전하게 모시기 위해 애를 썼다. 군함의 여러 시설들을 참가자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해군 제53상륙전대 김상돈 전대장은 "군함이 부두에 정박해 있을 때 민간인들에게 개방된 적은 간혹 있지만, 민간인을 태우고 항해하기는 쉬운 일은 아니고 드물다"면서 "참가자들이 즐거워하는 것 같고, 더구나 이순신 장군으 전적지를 둘러보게 되어 뜻깊다"고 말했다.

성인봉호 강경창 함장은 "날씨가 흐리고 비가 내리고, 해무가 끼어 전적지를 보는데 제한이 있다"며 "서해 기름 유출 사고 때 투입되어 대민지원 활동을 한 적은 있지만, 민간인을 태우고 항해하기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의 승전에 대해, 그는 "주로 '외해' 쪽 보다 '내해'에서 해전이 벌어졌는데, 가령 좁은 수로를 잘 이용했다거나 하면서 지형과 지물을 잘 파악해서 싸움을 했기에 그같은 전적을 거두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조용호 <경남신문> 이사는 "사실 지난 8월부터 구상해서 해군에 군함 지원을 요청했는데, 처음에는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다 9월 말경에 허가를 받고 그 때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했다"면서 "아침 출항식 때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참가자들 속에 군악대가 공연하는 광경을 보며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종일 배 안에 있어야 하기에 지루할 수도 있겠다 싶어 중간에 어떤 행사를 해야 하느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실무진들과 며칠 전부터 논의해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왔다"면서 "신청을 많이 받았지만 다 참석하지 못한 게 안타깝고, 앞으로 계속 이어진다면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21세기이순신연구회 이창희 회장(왼쪽)이 8일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에서 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21세기이순신연구회 이창희 회장(왼쪽)이 8일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에서 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8일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 참가자들이 군함 687성인봉호 안에서 체험행사를 벌이고 있다.
 8일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 참가자들이 군함 687성인봉호 안에서 체험행사를 벌이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21세기이순신연구회 이창희 회장은 "이순신 장군의 구국정신을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무엇보다 해군과 민간인의 거리가 좁혀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면서 "이번 순례에 저희 사단법인에서는 이론적인 근거를 제공하기도 했는데, 앞으로 계속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그는 "배를 타고, 그것도 유람선이 아닌 군함을 타고 임진왜란의 격전지를 둘러보았다는 것이 의미가 크다"면서 "요즘 사람들은 자기의 이익이 아니면 관심을 갖지 않는데, 이순신 장군의 나라를 위한 구국정신을 모두 이어받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천에서 온 한 참가자가 고열 현상을 보여 통영 해상에서 해양경찰의 고속정을 이용해 통영의 한 병원으로 후송되어 진찰을 받기도 했다. 신종 플루 예방을 위해 부두 입구에 손세정제를 통한 손 씻기와 세척을 하기도 했으며, 참가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발열 체크를 받기도 했다.

문화해설사 정진술씨는 "남해는 고려 때부터 중요했으며, 왜군의 침입이 잦아지자 조선은 이곳에 5개의 '수군진'을 두기도 했다"며 "당시에는 비바람이 몰아치더라도 전쟁을 했는데, 이번 전적지 순례 때 간간이 비바람이 몰아쳐 더 실감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군함 안에 있는 탱크테크에서는 여러 가지 행사들이 열려, 참가자들의 지루함을 달래 주었다. 영상물 상영과 군함체험, 선상음악회, 레크레이션, 노래자랑, '충무공 도전골든벨' 등이 벌어졌다.

해군 군함 685성인봉호 앞 갑판.
 해군 군함 685성인봉호 앞 갑판.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해군 군함 685성인봉호의 헬기장.
 해군 군함 685성인봉호의 헬기장.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8일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 참가자들이 군함 685성인봉호 안에서 다양한 체험행사를 열기도 했다.
 8일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 참가자들이 군함 685성인봉호 안에서 다양한 체험행사를 열기도 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8일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를 마친 뒤 성인봉호 강경창 함장과 경남신문 조용호 이사, 김순규 회장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8일 '충무공 이순신 제독 승전지 해상순례'를 마친 뒤 성인봉호 강경창 함장과 경남신문 조용호 이사, 김순규 회장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태그:#이순신 장군, #경남신문, #충무공 이순신 제독, #21세기이순신연구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