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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 대해 직무이행 명령을 발동하기로 하자,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에는 누리꾼들의 '김상곤 지지'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 대해 직무이행 명령을 발동하기로 하자,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에는 누리꾼들의 '김상곤 지지'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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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 혼자 힘든 싸움을 하시는 것 같아 맘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많이 지지하고 있습니다. 힘내십시오!"

누리꾼 '민광호'는 3일 오후 5시께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이 글은 교육과학기술부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게 직무이행명령을 발동키로 한 직후 등록됐다. 김 교육감을 지지하는 글로써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지금 김 교육감을 지지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경기도민'은 "교육감님을 뽑은 제 표가 정말 아깝지 않다"며 "경기도민이라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남겼다. '홍단이'는 "지방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경기도민이 그리고 경기도 학생들이 정말 부럽다"고 적었다.

그리고 '황인철'은 "(일방적인) 교육부 및 정권에 맞서 끝까지 소신을 지켜 주기 바란다, 그러라고 경기도민이 뽑아준 것"이라고 격려했다. '희망씨앗'은 많은 이들은 "평일 어렵게 투표한 보람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 마디로, 이명박 정부에게 '까이고' 또 '까였던' 김 교육감을 국민들이 지지하고 또 지지하고 있는 셈이다. "직무유기로 형사고발 하겠다"고 까지 엄포를 놓은 교과부로서는 탐탁치 않은 상황.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국민들의 지지는 김 교육감이 시국선언 교사 징계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급격히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김 교육감을 지지하는 글이 쓰나미처럼 교육청 홈페이지를 덮었다. 3일에만 김 교육감을 지지하는 글이 200개 넘게 홈페이지에 등록됐다. 이미 경기도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야당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8월 18일, 취임 100일을 맞아 경기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등을 중단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8월 18일, 취임 100일을 맞아 경기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등을 중단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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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시국선언 교사 징계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았다. 시국선언 교사 징계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6월 30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전국 1000명을 상대로 전화설문조사(95% 신뢰수준 ±3.1%P)를 한 결과를 보면 시국선언 참가 전교조 교사 징계는 반대(50.2%)가 찬성(35.2%)보다 높게 나왔다.

윤희웅 KSOI 정치사회조사팀장은 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6월 여론조사 당시에도 시국선언 교사 징계는 민주주의 후퇴와 인권, 표현의 자유 축소 우려 때문에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며 "최근에도 미디어법 처리, 4대강 사업, 세종시 문제, 김제동 퇴출 등으로 정부 견제 목소리가 다소 높아진 상황이었는데, 경기도교육청이 교과부의 지시를 거부하자 여론의 지지가 발생한 듯하다"고 밝혔다.

이어 윤 팀장은 "사실 민주화 이후 전교조가 기득권 집단으로 인식되면서 그동안 전교조에 대한 여론이 높지 않았는데, 현 정부 들어와서 지지가 올라갔다"며 "그만큼 표현의 자유와 인권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반MB 교육'을 정면에 내걸고 당선된 '김상곤 체제'의 경기도교육청은 그동안 외로운 섬이나 마찬가지였다.

경기도의 진보적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뱃길따라 200리를 하면 외로운 섬 독도가 나오지만, 광화문에서 남쪽으로 1시간여를 달리면 외로운 기관 경기도교육청이 나온다"고 자조 섞인 말은 자주 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주민 직선으로 당선된 김 교육감은 사사건건 발목이 잡혔다. 취임 전에는 교육청 간부의 업무보고 거부라는 '하극상'이 있었다. 뒤 이어 김 교육감의 핵심 정책이었던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예산은 도교육위원회와 경기도의회를 거치면서 모두 삭감됐다.

한나라당 소속의 한 의원은 김 교육감을 "양치기 소년"에 비유하며 "김 교육감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 할 때가 아니라 많이 묻고 배울 때"라고 공개적으로 수모를 주기도 했다. 또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교육자치 훼손 논란에도 불구하고 교육국 설치를 강행했다.

그래도 김 교육감은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등 경기도 교육을 위한 정책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이런 김 교육감의 뚝심이 조금씩 성과를 나타내는 것일까?

지난 2일 경기도 교육위원회는 무상급식 사업비 995억원이 포함된 8조 2105억원의 경기도교육청 예산안을 가결했다. 지난 6월에는 무상급식비 예산을 반토막 냈던 교육위원회가 4개월여만에 김 교육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런 결정의 뒤에는 여론의 힘이 컸다.

이재삼 교육위원은 "지난 6월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했던 교육위원들이 크게 후폭풍을 맞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르게 판단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앙 정부의 '김상곤 견제와 공격'은 아직 거세다. 교과부는 3일 "검찰로부터 전교조 시국선언 교사들이 정치 행위 등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통보를 받고도 징계하지 않겠다는 김 교육감은 현행 교육공무원징계령을 위배한 것"이라며 직무이행 명령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어 교과부는 "김 교육감에게 한 달간 이행 기간을 준 뒤 그래도 해당 교사에 대한 징계를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형사고발하고, 교육청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줄이는 등 종합감사권을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직무이행명령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주무부처 장관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강제로 이행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김 교육감 쪽에서 당황하는 기색을 찾을 수 없다. 경기도 교육청의 한 인사는 "교과부의 직무이행명령은 처음부터 예상했었다"며 "정부의 조치는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를 훼손하는 것이니, 다시 법률 검토를 하는 등 차분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인사는 "국민들의 많은 지지로 교육청 분위기가 조금 '업' 된 상태이고, 김 교육감 역시 이런 분위기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김 교육감은 국민들의 지지를 믿고 뜻대로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사실 처음부터 그랬다. 김 교육감 쪽은 "중앙 정부는 물론이고 도의회와 행정부 등 우리 편은 없는 만큼 국민의 뜻을 믿고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밝혀왔다.

지금 돌아가는 모양새가 딱 이 말대로다. '외로운 섬' 경기도교육청이 골리앗 정부를 상대로 대립하고 충돌하는 건 버거운 일이다. 하지만 민심은 김상곤 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져 있다.

끝까지 지지와 환호를 받는 건 어느 쪽일까?


태그:#김상곤, #경긷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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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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