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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는 지난 2일자 일간지 두 곳에 2010학년도 대학원생 모집 광고를 실었다. 이 광고에는 “동국대, 세상을 비추는 동국의 힘 - 서정주”라는 소개와 함께  서정주 시인의 얼굴 사진이 실려 있다.
▲ 일간지 광고 동국대는 지난 2일자 일간지 두 곳에 2010학년도 대학원생 모집 광고를 실었다. 이 광고에는 “동국대, 세상을 비추는 동국의 힘 - 서정주”라는 소개와 함께 서정주 시인의 얼굴 사진이 실려 있다.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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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로 분류되는 미당 서정주(1915~2000) 시인을 동국대학교가 학교 광고 모델로 사용해 이 학교 2학기 수시 모집에 응시했던 일부 학생들이 항의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서정주의 친일 행적이 수록된 친일인명사전 발간을 일주일 남짓 앞둔 시점이어서 파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동국대는 지난 2일자 일간지 두 곳에 2010학년도 대학원생 모집 광고를 실었다.

이 광고에는 "동국대, 세상을 비추는 동국의 힘-서정주"라는 소개와 함께 "아침마다 피어나는 꽃같이 / 세상의 처음을 열겠다는 강한 의지로 / 시대의 앞에 서서 새로운 시대를 깨웁니다…(하략)"라는 문구가 박힌 광고가 서정주 시인의 얼굴 사진과 함께 실려 있었다.

동국대 인터넷 누리집 역시 서정주 시인의 얼굴 사진을 비롯해 신문 광고와 같은 카피가 담긴 이미지 광고가 전체 화면의 1/3 정도 크기로 자리를 잡고 있다.

동국대는 '미당문학상'을 주관하는 <중앙일보>와 함께 서정주 시인의 사후 '미당문학제'를 9년째 공동 후원하고 있기도 하다.

이 학교 수시모집에 응시를 했다는 한 고교생은 제보를 통해 "학교에서 친일파 시인이라고 배운 서정주가 동국대 광고 모델이어서 놀랐다. 내가 다니게 될지도 모르는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친일파 시인을 내세워 '시대의 앞에 서서 새로운 시대를 깨웁니다'라고 강변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 광고를 담당한 동국대 해당 부서 ㅂ과장은 "논란을 예상했다"면서도 "미당의 친일 행적을 덮자는 게 아니다. 80년대보다 사회 분위기가 나아져서 친일의 시각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미당의 문학을 인정하고 재평가 하는 사업에 주력하자는 뜻에서 모교 출신인 미당을 광고 모델로 쓴 것"이라고 밝혔다. ㅂ과장은 이어 "우리한테도 학생 두 명이 항의 전화를 했다"면서 "학생들이 편협한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광고는 "다음 주(9일~15일)에 한 번 더 신문광고가 나갈 예정이고, 인터넷 누리집 역시 이번 주나 다음 주 초까지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ㅂ과장의 설명이다.

동국대학교가 친일파로 분류되는 미당 서정주 시인(1915~2000)을 학교 광고 모델로 사용해 이 학교 2학기 수시 모집에 응시했던 일부 학생들이 항의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 동국대 인터넷 누리집 화면 동국대학교가 친일파로 분류되는 미당 서정주 시인(1915~2000)을 학교 광고 모델로 사용해 이 학교 2학기 수시 모집에 응시했던 일부 학생들이 항의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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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기념사업회 총무 일을 맡고 있는 서정주 시인의 제자 윤재웅 교수(동국대 사범대 국어교육과)도 "미당과 동국대는 긴밀한 관계"라며 "(친일 논란이 있는 시인을 모델로 광고를 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다소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일부 문제점을 인정했다.

서정주 시인은 동국대의 전신인 중앙불교전문학교 출신으로 1959년부터 스무 해 동안 동국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했고 이후 종신 명예교수를 맡았다. 동국대와는 무려 66년에 이르는 인연이다.

윤 교수는 그러나 "미당이 친일 혐의는 물론 이승만을 지지하고 박정희, 전두환 정권을 옹호하며 민주주의의 싹을 잘랐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걸 잘 안다. 친일인명사전뿐 아니라 정부 기구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서도 미당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판정했다. 그걸 부정하자는 게 아니다. 이는 미당이 유명세를 치르는 것이다. 하지만 친일 작품 몇 편 쓴 것을 두고 전 생애를 '친일파'라고 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일선 학교에서 특정한 성향을 가진 선생님들이 (미당을) 친일파라고 가르치면 서정주에 대한 교육이 한 쪽으로 쏠리게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러한 논란과 주장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은 "한 대학에서 배출한 인물 중에서 선전할 만한 인물이 그렇게 없을까. 지금이라도 고쳤으면 좋겠다"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서울 ㄷ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ㅁ 교사 역시 "서정주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유효한데 그것을 외면하고 성역화 작업부터 하는 모습이 측은하다. 충분히 논의와 토론이 이루어진 다음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옳은 과정일 것"이라고 밝혔다.

서정주 시인은 오는 8일 공개될 예정인 ‘친일인명사전’에도 친일파 시인으로 분류, 수록돼 있다.
▲ 친일인명사전 서정주 시인은 오는 8일 공개될 예정인 ‘친일인명사전’에도 친일파 시인으로 분류, 수록돼 있다.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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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정주 시인은 1942년에는 '다츠시로 시즈오(達城靜雄)'라는 이름으로 창씨개명하고 친일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해 1944년 12월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에 그의 대표적인 친일시인 <오장(伍長) 마쓰이 송가(頌歌)>를 발표하는 등 친일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광복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승만 박사전'을 비롯해 박정희 정권의 베트남 전쟁 개입을 부추기는 "새로 나갈 길은/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베트남뿐이다/ 베트남뿐이다"라는 내용의 시 '다시 비정의 산하에'를 한국일보 1966년 8월 14일자에 발표하기도 했다.

서정주 시인의 친일 관련 작품
1942.7.13-17 '시의 이야기' (매일신보)
1943.10 '징병적령기의 아들을 둔 조선의 춘추 어머니에게'
1943.9.1-10 '인보의 정신' (매일신보)
1943.10 '스무살된 벗에게' (조광)
1943.10 '항공일에(시)' (국민문학)
1943.11 '최체부의 군속지원(소설)' (조광)
1943.11.16 '헌시(시)' (매일신보)
1943.11 '경성사단 대연습 종군기' (춘추)
1943.12 '보도행' (조광)
1944.8 '무제(시)' (국민문학)
1944.12.9 '송정오장송가(시)' (매일신보)
이어 80년 신군부 등장 이후 전두환 대통령 후보의 찬조 연사, 대통령 당선축하 축시 헌사, 광주항쟁과 전두환 정권 수립 와중에 TV방송에 출연해 전두환 정권에 대한 지지 발언 등으로 친일 논란뿐 아니라 독재권력 주변을 맴돌며 훼절한 문인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지난 2002년에는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국회의원 25명이 발표한 '일제하 친일 반민족행위자' 708명에도 동아일보 사주 김성수, 음악가 홍난파 · 현제명 등과 함께 서정주 시인의 이름이 등장한다. 오는 8일 공개되는 '친일인명사전'에도 친일파 시인으로 분류, 수록돼 있다.

처음으로
- 전두환 대통령 각하 56회 탄신일에 드리는 송시
                                 서정주 (1987. 1)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
이 나라 역사의 흐름도 그렇게만 하신 이여
이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으소서.
새맑은 나라의 새로운 햇빛처럼
님은 온갖 불의와 혼란의 어둠을 씻고
참된 자유와 평화의 번영을 마련하셨나니
잘 사는 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물가부터 바로 잡으시어
1986년을 흑자원년으로 만드셨나니
안으로는 한결 더 국방을 튼튼히 하시고
밖으로는 외교와 교역의 순치를 온 세계에 넓히어
이 나라의 국위를 모든 나라에 드날리셨나니    
이 나라 젊은이들의 체력을 길러서는  
86아세안 게임을 열어 일본도 이기게 하고
또 88서울올림픽을 향해 늘 꾸준히 달리게 하시고
우리 좋은 문화능력은 옛것이건 새것이건
이 나라와 세계에 떨치게 하시어
이 겨레와 인류의 박수를 받고 있나니
이렇게 두루두루 나타나는 힘이여
이 힘으로 남북대결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가지고
자유 민주 통일의 앞날을 믿게 되었고
1986년 가을 남북을 두루 살리기 위한
평화의 댐 건설을 발의하시어서는
통일을 염원하는 남북 육천만 동포의 지지를 받고 있나니
이 나라가 통일하여 홍기할 발판을 이루시고
쉬임없이 진취하여 세계에 웅비하는
이 민족기상의 모범이 되신 분이여!
이 겨레의 모든 선현들의 찬양과
시간과 공간의 영원한 찬양과
하늘의 찬양이 두루 님께로 오시나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희망>에 실린 내용을 고치고 보탠 것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서정주, #친일파, #동국대, #친일인명사전, #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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