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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병원 신종플루 접수창구는 오전부터 붐볐다.
 한 대학병원 신종플루 접수창구는 오전부터 붐볐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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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 대형천막으로 진료대기실을 만든 병원
 외부에 대형천막으로 진료대기실을 만든 병원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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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들이 이마에 손을 갖다 대보라는 시늉을 한다. 고열은 아니었지만 정상보다는 높은 열이 감지되었고, 목도 아프다고 하였다. 딸도 약간의 열과 콧물감기 증세가 보여서 둘 다 쉬라며 학교에 연락했다.

고열(37.8도)에 근접하지 않았기에 단순 감기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신종플루가 염려되었던 것은 질병관리본부와 언론에서 감기증상 중에 한 가지만 해당되어도 검사를 받으라고 했던 것 때문이다. 가벼운 감기증상은 겨울에 한 두 번 정도는 흔히 겪는 일인데, 이번에는 기침만 해도 신경이 여간 쓰이는 것이 아니다.

친구들과 술자리에서도 신종플루에 대해 너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며 차분하게 대처해도 된다는 의견을 나눈 적이 있었다. 신종플루가 전염성이 빠르기는 하지만 치사율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정부와 언론이 너무 불안감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겨울철 계절독감으로 매년 수백~수천 명이 사망한다고 한다.)

오명돈 교수(서울대 의대,감염내과)는 한 언론의 기고문에서 '건강한 사람은 신종플루에
걸리더라도 99.9% 저절로 회복된다. 감염자 1000명 가운데 1명이 사망하지만, 이들 가운데 평소 건강한 사람이 사망하는 경우는 0.3명에 불과하다.' 출처- <시사IN> 제103호 인용.

일요일, 종합감기약(시럽)을 먹은 후에는 열은 정상인듯 했지만 목이 아픈 것과 코막힘 증상은 전날과 비슷했다. TV에는 신종플루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는 자막이 계속 보이고, 발열·인후통·기침·콧물·코막힘 중 하나라도 있다면 검사를 받으라는 자막을 아내가 가리키며 병원에 가보자는 통에 아이들까지 걱정스러운듯 아빠의 결정만 기다리는 눈치다. 신종플루도 걱정이지만, 막연한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 일련의 조치들이 더 큰 문제로 보였다.

시시때때로 진료 순서를 확인하는 사람들
 시시때때로 진료 순서를 확인하는 사람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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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설치한 대형 천막 안에는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고,
컨테이너의 임시진료소에서는 성인과 어린이를 분리해서 진료하고 있었다. 접수창구에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일부는 급한 사정을 이야기하며 빠른 진료를 원했지만,
순서대로 한다는 직원의 말에 아이를 안은 엄마는 금방이라도 울음보가 터질 것 같다.

일요일이라서 일반진료는 하지 않기에, 기다리는 사람들 대부분 신종플루 검사를 받으러 온 것으로 보였다. 개중에는 심한 발열 떄문인지 힘들어 보이기도 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가벼운 증상이지만 혹시나 해서 검사를 받으러 온 것 같았다. 접수 후 2시간 30분 만에 진료소에 들어설 수 있었다. 진료 예상 시간을 알아보던 사람 중에는 3-4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한 노인은 '아이고, 세상에 이런 난리 난리를 다 보네'라며 혀를 찼다. 진료실 안에는 한 명의 의사와 두 명의 간호사가 바쁘게 진료를 하고 있었다.

컨테이너 진료실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컨테이너 진료실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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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 측정에서 아들은 37.1도. 딸은 36.8도로 나왔고, 목감기와 콧물감기 증상이 있다며
신종플루 검사를 하겠느냐고 물었고, 검사가 꼭 필요한 정도냐고 내가 다시 물었다. 의사는 일단은 감기증상으로 보이지만 신종플루 여부는 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며 선택하라고 했다. 신종플루 감염 여부를 알아보러 온 것이고,학교측에서도 결과를 원하는 것 같아서 검사를 신청했다.

검사방법은, 면봉처럼 생긴 것을 콧속에 넣어 분비물을 묻혀서 검사 시약 통에 넣었다. 신종플루 감염 여부를 아는 데는 2-3일 걸리며, 감염이 확인되면 타미플루 처방을 받으면 된다고 했다. 5일치의 감기약을 먼저 처방받았고, 검사비용과 진료비 등을 포함해서 1인당 18만원이 넘는 진료비 청구서를 보고는 돈이 없는 사람들은 검사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 빈말이 아닌 것 같았다.

신종플루를 과소평가해서도 안되겠지만 일반 감기와 구분해서 치료할 수 있도록 정부와 언론에서는 지나친 공포감을 조성하기보다는 실질적인 위험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감기약을 처방받은 아이들의 증상은 호전되었고, 학교에도 등교 했다. 검사 이틀 후에 병원에서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문자를 받았다. 다행이라는 생각 한편으로는 뭔가에 홀려 병원에 다녀온 것 같아서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비싼 검사비용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비싼 검사비용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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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신종플루, #타미플루, #독감,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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