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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정운찬 총리가 대독한 대통령 시정연설 때문에 국회 본회의장이 또 한번 난장판이 됐다.

 

여야는 이날 오전 10시 대통령 시정연설에 앞서 각 당 의원 1명씩 의사진행발언을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김형오 국회의장이 "대통령 시정연설 전에 의사진행발언을 한 전례가 없다, 대통령 시정연설이 끝난 뒤 의사진행발언권을 주겠다"고 말하며 정 총리를 불러내면서 사단이 벌어졌다.

 

정 총리가 시정연설을 위해 나오자 류근찬, 조순형, 이상민, 이진삼 등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갑자기 의장석으로 뛰쳐나왔다. "여야 합의사항을 왜 국회의장이 마음대로 하느냐", "총리가 무슨 시정연설이냐, 이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항의도 쏟아졌다.

 

정 총리가 발언대에 서자 민주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와 김재윤, 우제창 의원 등도 발언대로 나와 총리의 대통령 시정연설 대독을 가로막았다. 한나라당 장제원, 박진 의원이 야당의원들을 말리면서 의장석 앞은 순식간에 의원들의 몸싸움장으로 변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정 총리도 쏟아지는 고성 속에 대통령 시정연설을 시작했다. 그러자 일부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정 총리를 향해 "연설 중단하라", "대통령이 직접 나오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이진삼 의원은 정 총리의 오른팔을 붙잡고 "그만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뒤를 한번 돌아본 정 총리는 이 의원의 손을 뿌리쳤다. 정 총리는 야당의원들의 항의 속에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읽어내려갔다. 급기야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10시 18분께 본회의장에서 전원 퇴장했다.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도 자유선진당 의원들과 동반 퇴장했다.

 

강기갑 대표와 권영길, 이정희, 곽정숙, 홍희덕 등 민주노동당 의원들도 대통령 시정연설을 읽는 정 총리 코 앞에서 침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대통령 시정연설이 끝날 때까지 "총리는 약속을 지켜라"라는 펼침막을 들고 용산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총리에게 항의를 표시했다.

 

약 15분간 대통령 시정연설이 끝나고 정 총리가 발언대에서 내려오자 강기갑 의원은 "총리는 용산참사를 빨리 해결하시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정 총리는 급히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본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도 정 총리를 따라 서둘러 일어섰다.

 

이날 본회의장 소동은 불과 20여 분 만에 끝났지만, 정 총리의 험난한 앞길을 예고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탁으로 취임 후 첫 국회 연설에 나선 정 총리는 이날 야당의원들의 고성과 보이콧 속에 제대로 '신고식'을 치른 셈이 됐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될 대정부질문에서도 정 총리의 '고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태그:#정운찬, #시정연설, #자유선진당,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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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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