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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모은 도시락이 박스로 하나 가득 합니다.
▲ 토요일 특근하고 남은 도시락 여기저기서 모은 도시락이 박스로 하나 가득 합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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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산 국내 최고 대기업 사내 하청에 다니고 있습니다. 주야 막교대를 하고 토,일요일은 17시 작업 시작해서 다음날 아침 8시 작업 마치고 퇴근하는 특근을 하기도 하지요. 특근날이면 저녁 9시부터 30분 정도 시간을 주어 간이 도시락을 먹게 한 후 다시 작업을 하게 합니다.

이때 다양한 먹을 거리가 나오지요. 우선 밥과 국이 나오고 여러가지 반찬이 기본으로 나옵니다. 게다가 큰 사발면 1개, 음료수 1병, 과자 1개, 건강 음료 1병이 나오지요. 우리 반은 정규직이 15명 정도 비정규직이 2명이 나와 특근을 합니다. 그 중 보통 3개~4개 도시락은 남는 편이에요.

작업자들의 그 날 입 맛에 따라 어떤이는 라면과 밥만 드시는 분도 있어요. 그래서인지 어떤 날은 국만 10개가 고스란히 남기도 합니다. 아직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도시락을 볼 때마다 나의 어린시절 생각이 절로 납니다.

많이 가난했던 국민학교 시절 이야기를 해야 되겠군요. 나는 도시락을 못 싸갈 때가 많았습니다. 점심시간 수업 마치는 종소리가 울리면 반 아이들은 도시락 꺼내는 소리로 시끄럽지만 나는 얼른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갑니다. 그리고는 운동장 한켠에 있는 수돗가로 가서 입을 대고 수돗물을 벌컥벌컥 마시지요. 그렇게 허기진 배를 물로 채우는 것입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뱃속에선 출렁출렁 물 일렁이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물로 배를 채워 허기짐은 면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맥이 없지요. 그래서 나는 운동장 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아서 배불리 점심을 먹고 재미나게 뛰어 노는 아이들을 부럽게 바라보다 수업 종이 울리면 다시 교실로 들어가곤 했습니다. 수업 마치고 집에 갈 땐 배고파서 걷기도 힘들었지요.

어려서부터 그렇게 배를 많이 골며 커서 그런지 버려지는 그 도시락이 너무도 아깝게 느껴 졌습니다. 그런 이유로 어차피 버려지는 도시락 모아서 가져가게 된 것입니다. 모아서 가져간 도시락은 알뜰한 아내가 처리합니다. 밥은 밥대로 국은 국대로 반찬은 반찬대로 모아두었다가 먹지요. 또 가끔 별미로 식혜를 만들어 먹기도 하구요. 버려질 게 없답니다. 만약 그게 회사에 있어 봐요. 모두 쓰레기로 처리 될게 뻔하잖아요. 이 얼마나 큰 낭비입니까.

굳이 또 다른 이유를 대자면 그 도시락이 우리 일터로 오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더군요. 땀흘려 농사 지은 농민이 떠오르고요. 그 벼를 찧어 쌀로 만든 분, 그 쌀과 농산물로 밥과 반찬을 만든 분, 그것을 통에 담고 박스에 담아 놓는 분, 그 도시락을 식기 전에 우리 일터로 배달 오신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 많은 분들의 땀흘린 노동의 손을 거쳐온 도시락을 버리는 건 땀흘린 그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에게 귀에 딱지 앉도록 들은 말이 있습니다.

"음식 버리면 벌 받는다. 싹싹 긁어 먹어라."

특근 마치고 퇴근 하면서 박스에 남은 도시락을 모아 가져 오려고 하면 원청 분들이 더러 말합니다.

"뭣하러 무거운 거 가져가노? 버리지."

겉으론 그냥 웃고 말지만 속으론 참 씁쓸하기도 합니다. 풍족한 사람들의 식습관인지 모르지만요. 또한 그것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이 일 수도 있겠지요. 나는 손도 안댄 그 도시락들이 버려지는 게 무지 아깝습니다. 인식 차이 일까요?

회사에서 나오는 도시락이 공짜일까요? 아니잖아요. 그거 다 우리가 땀흘려 일한 제품 팔아 남긴 돈으로 사주는 거잖아요. 도시락 버리는 건 우리의 수고비를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좀 무겁지만 나는 이 도시락 모은 박스를 들고 집까지 갑니다. 일터서 들고 버스 타는 데까지 걸어 나가서 다시 버스 타고 다섯 정거장 가 내리고 또 집까지 걸어 10분 거리를 들고 집에 들어 갑니다.
▲ 모은 도시락 박스 좀 무겁지만 나는 이 도시락 모은 박스를 들고 집까지 갑니다. 일터서 들고 버스 타는 데까지 걸어 나가서 다시 버스 타고 다섯 정거장 가 내리고 또 집까지 걸어 10분 거리를 들고 집에 들어 갑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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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는 통계가 보도 되는 것을 언론에서 본 일이 있습니다. 우리 동네 예를 든다면요. 빵가게에서 유통기한 지난 빵이라고 아직 먹을 만한 빵인데도 모조리 다 버린다고 합니다. 전국 빵가게에서 그렇게 버려지는 빵 양이 어느 정도일까요? 그런 거 다 모아서 가난한 집에 나눠 주면 오죽 좋으련만 말입니다.



어느 초등학교서 급식비 내지 않았다고 선생님이 그 학생에게 식당 출입을 못하게 했다는 언론 기사도 본 일이 있습니다. 그 학생은 배고픈건 뒤로 하고라도 얼마나 비참 했을까요? 교사가 먹을거 가지고 참 치사하게 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무 교육이라면서요? 그럼 학교 식당서 밥먹는 것도 의무화 해야 함이 마땅한거 아닌가요? 인간의 존엄성은 누구나 평등한건데 먹는거 가지고 왜그리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어요?



태그:#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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