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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재보궐 선거가 끝났다. 민주당은 수도권 두 곳(수원 장안, 안산 상록 을)과 충북에서 승리했고 한나라당은 텃밭인 경남 양산과 강원 강릉에서 승리, 두 석을 건졌다. 결과만 놓고 보면 3:2로 민주당 승리다.

 

이번 선거 결과는 내년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치러졌기 때문에 그 어느 재보궐선거보다도 중요하다. 이번 선거 바람이 내년 지방선거까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영향을 비교적 덜 받기에 여당. 야당 그 누구도 승리를 장담 할 수 없는 수도권은 촉각을 곤두세울 만큼 이번 선거 결과가 중요하다. 이번 선거 결과가 내년 수도권 지방 선거에 미칠 영향을 짚어 보았다.

 

한나라당보다 작은 정당이 더 심란하다

 

선거에서 패한 한나라당보다 더 심란한 곳은 작은 정당, 특히 민주노동당이다. 민주노동당은 장안에 안동섭 경기도당 위원장을 내세웠지만 7.17%(5363표) 득표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얻고 말았다.

 

안산 상록 을은 더 참담하다. 당명을 걸지는 않았지만 전직 국회의원 무소속 임종인 후보가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진보진영 대표로 나섰다. 결과는 15.57%(5363표)라는 참담한 결과다. 전직 국회의원 임종인 의원 유명세를 감안하면 수원 장안보다도 더 참담한 결과가 나온 셈이다.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진보진영은 반 MB 전선 후보 단일화를 끊임없이 요구했다. 하지만 단일화는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단일화 실패 원인은 민주당 쪽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수원 장안은 아예 단일화 제안이 없었다. 일방적으로 민주노동당 안동섭 후보에게 사퇴할 것만 요구했을 뿐이다.

 

이러한 민주당 입장은 공식석상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이찬열 후보 선대위원장인 손학규 전 대표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안동섭 후보와 강기갑 대표를 비롯한 당원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한다"며 "역사적 결단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겉으로 보기엔 단일화를 제안하는 내용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안 후보의 조건 없는 사퇴를 촉구한 것이다.

 

안산 상록 을도 마찬가지, 겉으로는 단일화 요구에 응한 듯하지만 내심은 단일화할 의지가 없던 것으로 보인다. 임종인 후보가 민주당 김영환 후보 측과의 최종 단일화 협상 내용을 사전에 합의된 공표 시간 이전에 언론에 공개했다는 이유로 단일화 합의에 파열음을 냈다는 자체가 그 증거다.

 

내년 지방 선거, 반 MB 후보 단일화도 어려울 듯

 

비록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완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일련의 행동이 내년 지방 선거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반 MB 후보 단일화나 선거 공조는 힘들어 질 것으로 보인다. 작은 정당들은 이번 선거를 겪으면서 '자체적 힘이 없으면 단일화고 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정성희 민주노동당 중앙연수원 원장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힘을 키워서 진보 대연합을 이루고 반 한나라당 전선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은 자만해서 국정 쇄신 이루지 않으면 국민들이 다시 한 번  냉정하게 평가할 것"이라 충고했다.

 

유현목 민주노동당 안양시위원회 위원장도 같은 생각이다. 기자와 인터뷰에서 "민주 대연합도 우리가 힘이 없으면 어렵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힘을 키워야 겠다"고 밝혔다.

 

이 말은 곧 힘 있는 정당에서 손을 내밀어 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생존할 길을 찾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당이 힘을 키우려면 선거에서 적극적으로 후보를 내야 하는 것이 공식이다.

 

국민 분노, 지방 선거까지 그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수도권 승리에 취해 민주당이 자만해질 가능성도 높다. 각계에서 이 문제를 우려, 쓴 소리를 아끼지 않고는 있지만 한 번 느슨해진 마음이 갑자기 단단하게 조여지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잘해서 이긴 선거는 아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시민들 반감이 투표로 이어졌을 뿐이다. 이런 투표 성향이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크게 작용 할 수 있지만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 선거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기는 어렵다.

 

지역 선거는 후보로 나선 인물에 대한 인지도나 상대적 경쟁력이 크게 작용한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 조직이 누가 더 잘 갖춰져 있느냐는 것이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여당인 한나라당이 야당인 민주당에 비해 훨씬 더 잘 갖춰져 있다.

 

지역조직을 한나라당이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은 진보 성향 정권이 정권을 잡고 있던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 때도 수도권 지역 권력을 잡고 있었던 것은 한나라당이다. 뿌리 깊고 단단한 지역조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보수 세력들이 이번 선거 패배를 계기로 정신을 가다듬고 더 단단히 뭉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위기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들은 더 단단히 뭉칠 것이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놓고 볼 때 내년 수도권 지방 선거는 여야 누구도 낙관할 수 없는 처지다. 승패를 가늠할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야권 단일화를 외면한 것이 민주당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손을 내밀 수 있는 세력조차 찾기 힘든 상황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에도 보냈습니다.


태그:#10.28 재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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