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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낙엽 냄새와 함께 온다
 
어느 시인은 가을은 하늘에서 내려온다고 표현했지만, 가을은 바람을 타고 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침 저녁 싸늘한 가을 바람 속에 낙엽 냄새 나면 가을이 시작되는 것이다. 정말 가을은 등산의 계절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는 숲길에 깔린 낙엽 밟는 소리와 울긋불긋 자연이 색칠한 단풍 놀이에, 미혹되는 것이 가을 산행이다. 
 
'산벗' 산우회 회원들이 부산에서 가장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아홉산 산길을 구경하자고 해서, 항상 다니던 달음산 산행코스를 바꾸어, 지난 일요일(25일) 달음산으로 해서 아홉산을 올랐다. 달음산에서 아홉산까지 가려면 5시간 가까이 걸어야 한다. 
 
일행은 일광면 용천리 상곡마을방향에서, 마을 버스를 탔다. 그리고 등산 계획을 세웠다. 달음산 정산을 정복하고, 천마산에서 함박산 등을 거쳐 아홉산 정산에서 다시 철마면 이곡마을로 하산하여, 노포동 지하철에서 귀가키로 했다. 정말 일일 산행코스로는 힘든 산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속의 마을에서 바라본 달음산 더 아름다워
 
터덜거리는 마을버스 타고 원효암까지 올라오는 차창 밖에는 보기만 해도 그냥 마음이 푸근해지는 황금벌판과 가가호호, 풍성한 감나무에 매달린 붉은 감이 먹음직하고, 토담의 담쟁이 덩쿨이 너무 아름다워, 아이들이 그린 그림 속의 마을 같았다. 
 
상곡 마을행 버스는 08:20부터 다니는데 시간의 간격이 많아서 한번 마을 버스를 놓치면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일행은 때 맞추어 마을 버스를 탔지만, 2시간이나 기다려 마을 버스 탄 등산객이 있었다. 이 등산객 아저씨의 투덜거리는 불만에 마을 기사 아저씨는 친절하게도, 일광을 거쳐 일광초등학교 뒤편으로도 마을 버스가 운행되며, 산수곡에서 하차하여 월음도산, 달음산으로 등산을 오를 수도 있다고 안내해 주었다. 일행이 탄 1번 마을 버스는 원효대 사찰앞 주차장이 종점이었다. 종점에서 내려 달음산을 바라보니, 광산마을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더 웅장하고 신비감이 있었다. 
 
산벗들은 쉬엄쉬엄 얘기도 나누며 천천히 걸었다. 걷다보니 정말 이렇게 좋은 산길이 부산에 있었나 할 정도로 무릉도원 속을 노니는 듯 했다. 길이 다소 가파른 것이 흠이지만, 산행 코스로는 최일급 코스였다. 가는 길을 멈추고 먼 산을 바라보니 단풍으로 물들어 하늘까지 불타는 것 같았다.
 

도선사 불상들은 친근미가 있네
 
산행로로 접어들기 시작하자, 사찰의 이정표가 많이 보였다. 도로는 포장이 되어 차도 다닐 수 있었다. 도선사 주차장까지 차도가 잘 되어 있었다. 그러나 산행하기 위해 예까지 온 길이라면, 승용차는 원효암 주차장에 두고 걸어서 도선사까지 오는 것이 좋겠다.
 
길가에 군데 군데 세워둔 자연 모양의 돌탑들이 많았다. 여느 산의 돌탑과 달라보였다. 돌멩이들이 오래되어 그 탑모양이 자연스러웠다. 특히 도선사 앞에서 만난 여러개의 불상은 그 모양이 독특했다. 어떤 불상은 평범한 중생의 모습을 하고 있어 친근미가 있었다. 산행로는 도선사 사찰앞에서 좌측방향으로 길을 잡아 조금 오르다 보면 소각장이 보이고,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로가 시작되었다.
 

 
지금 한국의 가을은
모든 것을 벗어 버린 청자의 살갗
그 영혼까지도 얼비춰보이는
투명한 한국의 가을은, 지금
그 밋밋한 육신을 세우고 있다
<여름에는 보이지 않던>-박남수
 

 
가을은 등산의 계절
 
산길을 따라 한시간 정도 걸어올라왔다. 단풍이 물든 나무들 사이로 멀리 바다가 그리고 가까이 황금들판이 보였다. 그 풍경이 달력 속의 사진처럼 아름다워 산벗들은 탄성을 질렀다. 혼자 걸으면 지루할건데 다 함께 걷다보니 어느새 달음산 정상까지는 짧은 시간에 도달할 수 있었다. 달음산 정상에 올라와 보니 가을 등산객들이 붐비고 있었다.
 
정말 가을산 깊이 들어와 있음이 실감났다. 옛날 사람들은 가을은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삶에 찌든 요즘 사람들에게, 가을은 등산의 계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같다. 
 
일행은 음산 정상에서 오던길을 되돌아,정관 청소년 수련원 방향으로 향했다. 이 내리막길도 다소 가파르긴 하지만 주위의 기암들이 뛰어난 경관을 다투어 자랑하는 듯 여겨졌다.
 

 
철 잊는 진달래 핀 가을길 단풍도 좋아라
 
길은 내리막이라 주변의 단풍에 취해 한번 발을 헛딛뎌 미끄러져도 기분은 무척 좋았다. 내려오는 길목에 청소년 수련원등의 안내판이 있었다. 안내판 있는 곳에서 일행은 천마산 방향으로 길을 택했다.  천마산을 오르면서 가끔 되돌아 보는 달음산 가을 풍경이 사람의 넋을 뺐을 정도였다. 이 등산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편이라서 그런지 인적이 거의 드물었다. 경사가 진 길이라 다소 산행이 힘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변의 경치에 취해 걷다보니 함박산 (일명: 치마산)에 도착했다.
 
함박산에서 아홉산 이정표 안내 따라 산길을 걸었다. 이 산길은 왼편의 임도와 맞닿아 있었다. 그러나 일행은 임도로 향하지 않았다. 임도를 따라 가면 곧바로 곰내재로 향하고, 그곳에서 시내 버스를 타면, 철마산으로 연결된다. 일행은 임도 좌측으로 방향으로 계속 걸어서 아홉산에 도달했다. 일행은 아홉산 정상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정상은 사통팔달처럼 사방이 탁 트여 전망이 그저 그만이었다. 그렇게 높은 산은 아니나 시야에 막힘이 없어 높은 산에 올라온 것 같았다.
 

 
점심을 먹은 일행은 길을 바삐 재촉했다. 오르락 내리락 반복하며 걷다보니 천마산(417m) 정상에 올랐다. 표지석이 없어 일행은 천마산정상인지 몰랐으나, 안내 표지판에 정상이라고 표시되어 있어 알 수 있었다. 여기서도 온통 붉은 단풍길이라 산벗들은 행복한 얼굴로 카메라 찍기에 바빴다. 
 
하산은 아홉산에서 용천방면 임도를 따라 이곡 마을에 당도했다. 이곡 마을은 아직 문명이 들어오지 않는 듯 목가적인 전통 시골 마을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일행은 이곡 마을에서 2-3 번 마을 버스를 탔다. 이곡 마을의 황금색 들판이 나를 고향의 마을로 데려다 준 정말 행복한 가을 산행이었다.
 


태그:#아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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