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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은 무죄다!"

 

용산참사 피고인들에 대한 중형 선고가 내려진 28일, 참사 현장에 다시 촛불이 켜졌다. 이날 저녁 8시 유가족들과 시민 등 200여 명은 남일당 건물 앞에서 1시간 동안 범국민추모문화제를 열었다.

 

추모제는 평화롭게 끝났지만, 용산 유가족과 철거민은 다시 전쟁을 치렀다. 용산범국민대책위원회 대표자들이 남일당 건물 앞에서 단식농성 천막을 치려고 하자 경찰이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며 이를 막아서면서 양쪽은 밤 11시까지 대치를 계속했다.

 

유가족은 천막을 잡고 버티면서 경찰들에게 오물과 계란, 화분 등을 던졌다. 권명숙씨(고 이성수씨 부인)가 시너를 가져오라고 외치며 LPG가스통을 열면서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졌으나 주변 만류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권씨는 이후에도 "억울해서 어떻게 하냐, 다 죽자"면서 칼을 가져오라고 소리쳤고, 주변 사람들이 울면서 그를 말렸다.

 

경찰은 밤 10시 30분께 천막을 압수했고, 이 과정에서 방패를 휘둘러 유가족인 이성연씨(고 이상림씨 아들)가 입을 맞아 피를 흘리기도 했다. 또한 현장에 있던 시민 2명이 연행됐다.

 

범대위 측은 밤 11시가 돼서야 오물과 흙으로 뒤범벅된 남일당 앞마당을 정리하고 천막 없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법이 해결해주리라 희망 가졌던 것이 창피하다"

 

앞서 열린 문화제에서 전재숙씨(고 이상림씨 부인이자 이충연 용산4구역철거민대책위원장 어머니)는 "(증인으로 나선) 특공대원들은 화염병도 못 봤고 발화지점도 모른다는데 판사는 우리 동지들이 아버지와 동료를 죽였다고 말했다"면서 "사법부가 이기나 우리가 이기나 어디 끝까지 해보자"고 결의를 보였다.

 

재판이 끝나자 오열하면서 몸조차 가누지 못했던 전씨는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그는 "저는 지난 1월 경찰 진압에 남편을 빼앗기고 오늘 사법부에 아들을 빼앗겼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날 석방된 피고인 2명도 마이크를 잡았다. 김성천씨는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9개월이나 지난 현실이 한심하다"고 말했고, 조인환씨는 "동지들이 이 자리를 지켜줘서 우리가 돌아왔다, (구속된) 동지들을 다 구출할 때까지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용산참사 해결을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할 수 있는 일을 다했는데 어쩌란 말인지 앞이 캄캄하다"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26일 정부종합청사 앞 단식농성 기자회견을 마치자마자 구속됐고, 이날 석방돼 재판을 지켜봤다.

 

이 최고위원은 "잠시나마 법이 해결해줄 거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놓았는데 얼마나 어리석었냐, 사법부에 일말의 희망을 가진 게 창피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오늘 사법부 판결을 통해 다시 현실을 직시했다는 것이다.

 

이 최고위원은 "우리의 힘은 (법원이 아닌) 우리에게서 나온다, 단결밖에는 길이 없다"면서 "새로 출발하자"고 호소했다.


태그:#용산참사, #경찰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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