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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일화) 무산을 교훈으로 삼아 향후 지방선거에서의 야권 연대를 위한 논의기구를 만들기 위한 협의를 시작하겠다."

 

민주당 이미경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25일 안산 상록을 단일화가 무산된 뒤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말입니다. 하지만 야권 연대 즉, 민주대연합 논의가 뜻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는 이는 민주당은 물론 진보양당과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별로 없습니다. 안산 상록을 단일화 무산의 '내상'이 너무 깊어서고, '선거용 연대'는 수명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10월 재보선 결과와 민주대연합의 향배

 

물론, 오늘 재보선 결과에 따라 민주대연합 논의의 시기와 속도 그리고 내용과 형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르면 저녁 9시께 당락의 윤곽이 드러나는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5전 3승 이상을 거두면 꺼져가던 논의에 탄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후보단일화 실패에 따른 위기감과 책임 문제로 범야권 특히 민주당이 설 자리가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민주당이 5전 2승 이상의 수확을 거두면 논의는 난항을 예고할 것으로 보입니다. 단일화가 무산됐음에도 불구하고 기대 밖의 선전을 했기 때문입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까지 정세균 대표 체제와 단일화 무용파가 당권을 장악한 채 정국주도권에 힘이 실립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민주당 중심'의 야권 통합 목소리가 더 커진다는 뜻입니다.

 

민주대연합 논의와 관련해 미묘한 온도 차가 있는 진보양당의 입장도 변수입니다. 이번 재보선에서 수원과 양산에 후보를 낸 민주노동당은 시종일관 발언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했습니다. 이에 비해 야3당 연대 후보로 임종인 후보를 공동 지원하는 데 만족해야 했던 진보신당은 민주대연합의 한계를 지적하며 독자적인 입장을 개진해 왔습니다. 정치적 기반 정도에 따라 입장을 달리 한 것입니다.

 

특히 지난 21일 9차 실무협상에서 김영환-임종인 두 후보의 단일화를 이뤄냈음에도 공식 발표 세 시간 전에 라디오 인터뷰에서 합의 사실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합의서를 뒤집어엎은 민주당에 대한 '배신감'은 이들 진보양당이 향후 민주대연합 논의의 재개와 관련, 진통을 예고하는 대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산 상록을 개표결과 한나라당 송진섭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경우 단일화 무산 책임론은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임종인 후보 측이 26일 공개키로 했다가 취소한 합의문을 공개한다면 양측의 마찰과 갈등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이 증폭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민주대연합 논의는 상당기간 냉각기를 거치며 물밑에 잠복해 있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안산 상록을 후보단일화 실패의 원인은?

 

그렇다고 이번 재보선 결과에 따라 민주대연합 논의가 정상궤도로 진입하느냐, 아니냐가 판가름 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10월 재보선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안산 상록을의 두 지점이 예사롭지 않아섭니다.

 

첫 번째는 '반MB' 야권 연대의 시금석 여부였습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양산되고 있는 민주주의의 후퇴와 서민경제의 파탄, 남북관계 위기 등 3대 위기와 친서민 중도실용주의 국정운영을 심판해 정국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범야권의 연대가 선결조건이었습니다. 그리고 단일후보는 이같은 야권 공조의 결과로 탄생하는 최상의 상품인 셈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민주대연합의 기치 하에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느냐는 점이었습니다. 민주대연합의 두 경로인 민주당 중심론으로 시나리오를 전개할지 아니면 진보개혁세력 대통합론으로 수순을 밟을지 그도 아니면 제3의 시나리오로 지방선거를 준비할지 간에 그 교두보로서 안산 상록을이 시험대에 올라 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산 상록을 단일화 무산은 이같은 기대와 전망을 한꺼번에 휘청거리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단일화 무산의 원인과 관련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재보선에서 후보단일화로 표현된 민주대연합이 과연 '희망의 대연합'으로서 '진정성'을 갖췄냐는 것입니다.

 

민주당이 단일화 합의를 걷어 찬 것은 민주대연합이 내포한 정치적 의미보다는 '힘' 있는 후보 독자 완주 곧 승리라는 정치공학에 함몰된 결과입니다. 반면 진보정당 또한 거창한 구호 외에는 당선가능성이라는 '현실적인 힘'을 조율하고 조정해 낼 수 있는 다양한 실현방안을 갖추고 있지 못했습니다. 한쪽은 현실정치를, 다른 한쪽은 교과서만 들고 삿대질하다 끝난 셈입니다.

 

그 이면에는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연명하고 있던 민주대연합이 있었습니다. '반MB' 야권 연대니 후보단일화니 같이 '일단 뭉치자'식의 목소리만 큰 민주대연합은 수명을 다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작금의 민주대연합이 과거 김대중, 노무현 시절의 민주대연합론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10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일진일퇴의 정치공학 끝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어버린 안산 상록을은 선거용 연대로 잠시 수명을 연장하려던 민주대연합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과 다름없다는 것입니다.

 

민주대연합은 정권재창출의 키워드

 

결국 정치적 동상이몽 속에 당세 확장과 저변 확대를 위한 각축장으로 전락한 구태의연한 민주대연합으로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음이 분명해 졌습니다. 그리고 고작 당파성을 확인하는 수준의 민주대연합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겠다는 것은 철지난 레코드를 다시 트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도 명약관화해졌습니다.

 

그렇다고 민주대연합을 용도폐기하자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좀더 철저하고 처절하게 집요하리만치 끈질기게 재설계해야 합니다. 곪은 부위를 봉합하는 식의 땜질처방은 제2, 제3의 안산 상록을을 양산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선거용 연대는 이참에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년 6월 2일 지방선거까지는 이제 7개월 남짓 남았습니다. 재보선 결과에 따라 책임의 문제가 뒤따른다면, 문책은 문책대로 엄중하게 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향후에 속개될 대연합 논의의 선점을 위한 정치공세나 당한 만큼 돌려준다는 화풀이 따위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옹졸한 그릇으로는 민주대연합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릴 수 없어섭니다.

 

정치가 예술로 발전한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삶의 질을 개선시키면서 일상생활에서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공동체의 가치로 국가를 운영한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당권과 대선 행보를 위한 정치, 진보의 당파성을 확인하는 정치 그래서 민주당을 위하고 진보정당을 위하는 정치로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어섭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여세를 몰아 2012년 총선에서 압승하고 그것을 발판으로 대선에서 승리해 집권해 볼 요량이라면, 우선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야 합니다. 더군다나 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하고 대변하고 자임하는 정치세력이라면 정치를 예술의 수준으로 승화시켜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길을 걸어가는 관문에 민주대연합이 놓여 있습니다. 지방선거를 승리해 범야권의 근거지를 확대하는 한편 중도실용주의를 대체할 '희망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민주대연합이라는 큰 틀에서 가능합니다. 한나라당의 대선 예비주자에 대적할 진보개혁진영의 잠룡도 민주대연합 무대에서 검증되고 발탁되어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거꾸로 돌아간 5년'을 바로 잡아 '앞으로 전진하는 희망'을 약속하는 정권재창출의 키워드가 민주대연합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대연합, 국민에게 '희망' 제시해야 산다

따라서 무엇보다 민주대연합에서 담보해야 할 새로운 내용에 대한 전면적인 논의와 실천을 선행해야 합니다. 과거의 수많았던 논의와 연대에서는 민주대연합의 원칙과 정신과 실패의 경험만 부활해야 합니다. 아전인수식 구호와 당리당략과 섣부른 패권의식은 죄다 용도폐기 시켜야 합니다. 나머지는 모두 새롭게 채워 넣으면 됩니다.

 

안산 상록을처럼 합의된 연대를 공중분해 시키지 않기 위해 사전에 강제하는 선제적 연대 등 단단한 연대를 위한 각론을 만들어 대국민 발표 등을 통해 명문화시켜야 합니다. 즉, 포괄적 연대에서 세부적 구체적 연대로 연대의 공고화를 위한 무기와 제도적 장치 등을 합의하고 개발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선거제도 개혁과 행정구역 개편 등 정치 현안과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현안에 대한 폭 넓은 연대도 병행해야 합니다. 민주대연합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기능이나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요구를 양적으로 집약하고 질적으로 집중시켜 다시 국민들에게 희망을 제시하는 정치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대연합이 또 다시 선거연대 수준으로 전락할 경우 진보개혁세력에게는 희망이 없습니다. 안산 상록을의 확대재생산일 뿐입니다. 진보개혁세력이 '국민에게 희망을!'이라는 진정성의 샘물을 퍼 올려 '아름다운 모범'을 창출할 때, 민주대연합은 희망의 정치 프로그램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민주대연합에서 국민들은 '희망의 단초'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참여와 소통의 풀뿌리안산 그래스루티(www.grassrooti.net)에 함께 게재합니다.


태그:#10월 재보선, #안산 상록을, #민주대연합, #선거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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