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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프간 재파병' 문제에 대해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준비하고 있었던 모습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6일 국회에서 "아프간 재건을 위해 최소한 130명 정도의 민간 전문요원을 파견해 운영할 생각이며, 독자적으로 경비하는 문제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곧바로 합참에서 '보호병력'으로 약 300명의 병력파견을 검토하고 있다고 뒷받침했다.

 

이는 "국방부가 아프간 민간구호요원을 지키기 위해 300명 정도의 경계병 파병 계획을 세우고 관련 부처와 조율 중"이라는 지난 8일 보도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어 27일에는 "정부가 300명 파병안을 확정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청와대 관계자는 "보호병력은 개인화기를 소지하기 때문에 전투병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선에서, 이를 인정했다. 발표만 남은 셈이다.

 

이는 2007년 아프간에서 철수했던 동의·다산 부대(200여명)보다 많은 병력이라는 점에서 사실상의 재파병 수준으로, 대규모 파병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300명 파병안' 이미 확정돼 있었던 듯

 

이 과정을 보면, 정부가 그동안 '아프간 파병' 보도에 대해 부인해온 것과는 달리 이미 '병력 300명 파병안'이 확정돼 있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전투병 파병'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내의 비판여론 그리고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는 아프간 탈레반세력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2년 9월과 2003년 2월에 각각 국군의료지원단(동의부대)과 건설공병지원단(다산부대)를 아프간에 파병했다.

 

2007년 2월 통역병인 윤장호 하사를 폭탄테러로 잃었고, 같은 해 7월에는 23명의 민간인이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배형규, 심성민씨는 살해되고 21명은 풀려나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겪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이미 예정돼 있던 두 부대의 철군 일정을 조기에 확정·발표함으로써 탈레반세력을 달랬고, 결국 그해 12월 완전철군했다.

 

결국 피랍사건 27개월 만에, 그리고 동의·다산 부대 철군 22개월 만에 이명박 정부가 다시 아프간 파병을 결정한 것이다.

 

당시 탈레반은 한국군 철군에 대해 "재파병이 이뤄질 경우 한국인에 대한 위협이 재개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탈레반 "재파병하면 한국인 위협 재개" 예고... '비전투병' 강조한다고 안전할까

 

탈레반은 이어 2008년 5월에는 "한국이 경찰을 파견하면 민간시설까지 공격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연합뉴스>는 당시 "아프간 카불의 연합뉴스 소식통은 (아프간의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아마디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와 '한국이 아프간에 경찰이나 군을 보낼 경우 대응할 것임을 경고한다'면서 '우리는 한국 군경이 우리 땅에 발을 들여놓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고 전했었다.

 

한국이 '개인화기만 갖춘 경계병'을 보낸다고 해서, 미군이 증파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아프간에서 세력을 회복하고 있는 탈레반의 '표적'에서 제외되기 어려울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파병결정은 미국의 '압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우선 대외과제로 아프간 전쟁을 꼽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가 한국에 재파병을 포함한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한미안보연례협의회(SCM)를 위해 방한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지난 21일 공개연설에서 "한국의 국제적 군사기여는 한국의 안보와 핵심적인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사실상 한국의 재파병을 요청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미국 거듭된 '압박'

 

이와 함께,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이 "앞으로 몇 년 안에 주한미군 병력을 중동으로 배치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22일 주한미군 장병 간담회)고 밝힌 것도, 한국의 아프간 파병에 대한 압력성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아프간 정세는 안정적인 주한미군 주둔 여건을 조성하는 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한 것은 이것들과 그대로 조응된다. 이번 파병은 또 11월 중순에 방한하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선물' 성격도 있다.

 

아프간에 병력을 파견하는 것에 대한 국민여론은 반대의견이 월등히 높다. 동아시아연구원(EAI)과 한국리서치의 지난 24일 조사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한국의 역할 확대 문제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64.8%가 '아프간 지원 노력에 동참하되 비군사적 영역에 한정하자'는 쪽이었고, '전투병 파병을 포함하여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쪽은 12.9%에 불과했다. '아프간 문제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도 19.0%였다.

 

시민단체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27일 정부와 주한 미국대사관 앞으로 ▲ 미국 정부의 한국 정부에 대한 아프간 재파병 요청 진위 여부 ▲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미 철군한 미 동맹국 중 다시 군대를 해당 지역에 파견한 사례 여부 ▲ 각국 동맹국들의 아프간 군사적 개입 축소 및 철수 경향에 대한 입장 ▲ 아프가니스탄 재정 지원에 대한 계획 및 원칙 ▲ 아프간 재건지원사업 평가 및 PRT 활동에 대한 실효성과 타당성 여부 등을 묻는 질의서를 발송했다.


태그:#아프간, #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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