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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불과 몇 년 만에 자전거 인구가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들도 앞 다퉈 '자전거길'을 만들 정도로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그래서 직접 자전거길을 찾아 진단을 해봤습니다.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 온 시민기자들이 직접 자전거를 타고 자주 애용하는 자전거길을 찾아 문제점과 개선사항 등을 짚어봤습니다. [편집자말]
구미 산업 3공단 곁에 난 자전거 길이에요. 길도 매우 좋지만, 찻길로 나가지 않고도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개천(이계천) 곁으로 따로 길을 내놨습니다. 이런 것 하나를 봐도 매우 꼼꼼하게 설계한 게 엿보여 매우 흐뭇하였답니다.
▲ 자전거 길 구미 산업 3공단 곁에 난 자전거 길이에요. 길도 매우 좋지만, 찻길로 나가지 않고도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개천(이계천) 곁으로 따로 길을 내놨습니다. 이런 것 하나를 봐도 매우 꼼꼼하게 설계한 게 엿보여 매우 흐뭇하였답니다.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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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여기 참말로 잘해놨네."
"그래 억수로 잘해 놨다. 자전거 길이 이만큼만 되어도 다닐만한데."
"가만 그런데 여기서는 어떻게 가야 하지?"

새로 깔린 자전거 길이 그만 찻길을 만나 끊어졌어요. 잠깐 멈춰서 이쪽저쪽 번갈아가며 차가 오는지 살펴봅니다. 마땅히 건널목도 따로 없고 찻길을 가로질러 가야 하기에 조심해야 했어요. 그러나 생각보다 차가 그다지 많지 않은 길이라서 다행이었지요.

"아아~ 아까 저 아래에 개천 옆으로 빠져나가던 길이 있더니, 거기로 가면 찻길을 건너지 않아도 갈 수 있겠구나."
"엥? 그랬어? 아아! 거기! 그렇구나. 그럼 자전거 길로 가다가 그 밑으로 빠져나가면 이 길 건너편으로 나올 수 있는 거구나."

"그래. 그렇게 가면 되겠네. 그래도 자전거 길 만들면서 꽤 생각하고 만들었네. 모든 자전거 길이 이만큼만 된다면 잔차 타고 다니는 데 불편한 게 없겠다."
"우리 아까 거기 다시 가보자. 실제로 길을 어떻게 만들어놨는지 한 번 타봤으면 좋겠는데?"
"까짓 거 그러지 뭐, 어차피 오늘은 잔차 길 보러 나온 거니까…."

동락공원을 지나 개천(이계천) 옆으로 난 자전거 길을 따라 구미산업단지 3공단, LG전자 TV모니터 공장과 삼성코닝정밀유리 회사 앞까지 내달립니다. 얼마 전에 새로 깔아놓은 곳인데, 매우 깔끔하고 생각보다 설계를 아주 잘했더군요.

어디에서든지 자전거 길을 따라오다가 찻길을 만나면 위험을 감수하고 건너가야 하는 불편함이 많이 있었는데, 이곳은 찻길을 따로 건너지 않고도 너끈히 갈 수 있도록 길을 잘 이어놓았더군요. 모든 자전거 길이 이만큼만 된다면, 여러 가지 불편함 없이 잘 다닐 수 있을 듯했답니다.

자전거 길과 이어놓아서 매우 편했지요. 자전거 길로 가다가 느닷없이 끈긴 길을 보면 매우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는데, 이렇게 따로 길을 이어 놓으니 매우 편리하고 안전하지요.
▲ 찻길로 나가지 않아도 자전거 길과 이어놓아서 매우 편했지요. 자전거 길로 가다가 느닷없이 끈긴 길을 보면 매우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는데, 이렇게 따로 길을 이어 놓으니 매우 편리하고 안전하지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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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삶'인 나, 자전거길 돌아봤더니

구미시 자전거 연합회장입니다. 손수 자전거를 즐겨 타면서 구미시 자전거 정책에 매우 남다른 열정을 지닌 분이랍니다.
▲ 구미 자전거 연합회장 김은호씨(53) 구미시 자전거 연합회장입니다. 손수 자전거를 즐겨 타면서 구미시 자전거 정책에 매우 남다른 열정을 지닌 분이랍니다.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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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일터에도 가고, 나들이도 가고, 그야말로 '자전거가 삶'인 사람이 바로 저랍니다. 그렇기에 자전거 정책이나 자전거 길을 보는 눈이나 마음이 남다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틈틈이 기사나 엄지뉴스로도 내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겪는 이야기들을 담아서 보낼 때가 많습니다. 

지난 10월 25일에는 남편과 함께 내가 살고 있는 구미에는 자전거 길이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일부러 나가봤습니다.

요즘 구미시에서도 자전거 타는 이들을 생각하며 몇몇 정책을 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몇 달 앞서 구미시청에 '자전거계'도 새로 생겨났다는 소식도 들었지요. 또,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이 중심이 된 '구미시자전거연합회(회장 김은호)'도 이미 여러 해 전에 꾸려져 있답니다.

그동안 이 '구미시자전거연합회'는 시에 자전거 타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생활자전거 행사에 참여하는 등의 일만 했는데요. 최근엔 새로 구성된 임원진과 함께 '구미시 자전거 생활화'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자전거 정책에 대한 간담회를 여는 등 지금보다 더 나은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런 걸 볼 때, 적어도 구미시만큼은 자전거 생활이 훨씬 더 나아질 거란 믿음을 갖게 하지요.

우리가 자전거 길을 돌아보고 이 기사를 쓰려고 하던 가운데, 때마침 아침 지역뉴스에서 아주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바로 2013년까지 5년간 82km나 되는 자전거도로를 더 만들어 모두 342km로 잇는다는 소식이었어요. 지금 구미 시민 10명 가운데 3명이 자전거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 거리로 나오는 자전거는 너무나 적다고 하는데요. 이는 아무래도 마음 편히 다닐 수 있는 자전기 길이 모자라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전거 길 대부분이 걷는 이와 함께 써야 하는 '보행자 겸용도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앞으로 '자전거 전용도로'가 늘어난다고 하니,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걷는 이도, 자전거 타는 이도 모두 즐겁게 다닐 수 있는 길입니다.
▲ 동락공원 자전거 길 걷는 이도, 자전거 타는 이도 모두 즐겁게 다닐 수 있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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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Bike 시범공원'으로 운영하려는 구미시 동락공원 자전거 길입니다. 많은 시민들이 즐기는 공원 곁에다가 이렇게 따로 자전거 길을 만들었어요. 매우 잘 만들었는데, 앞으로 많은 시민들이 와서 자전거를 즐기면 좋겠네요.
▲ 동락공원 자전거 길 'Green Bike 시범공원'으로 운영하려는 구미시 동락공원 자전거 길입니다. 많은 시민들이 즐기는 공원 곁에다가 이렇게 따로 자전거 길을 만들었어요. 매우 잘 만들었는데, 앞으로 많은 시민들이 와서 자전거를 즐기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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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이곳 동락공원에 멋진 풍차가 하나 있어요. 멀리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라 매우 멋스럽지요.
▲ 동락공원 풍차 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이곳 동락공원에 멋진 풍차가 하나 있어요. 멀리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라 매우 멋스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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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시범지역으로 뽑힌 구미 산업4단지와 5단지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든다고 합니다. 찻길과 거님길(인도) 폭을 줄여서 만든다고 하네요. 지금 거의 공사가 끝난 동락공원 안에 생긴 자전거 길은 매우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곳을 '자전거 타기 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는 'Green Bike 시범공원'으로 운영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현재 구미시 자전거 교통분담율은 2.3%인데요. 구미시가 앞으로 자전거 길도 더욱 늘리고 무엇보다 안전하고 편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시가 되게끔 애쓰고 있다는 게 자전거인의 한 사람으로서 퍽 고맙고 반갑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야말로 자전거가 생활이 되는 셈이지요.

<매일신문> 10월 16일자에 따르며 구미시에서 펴고 있는 정책에는 ▲자전거 전용공원 및 문화센터 조성 ▲행정기관 중심 공용자전거 시범 운영 ▲시민 자전거보험 가입 ▲시민 자전거 타는 날 지정 및 자전거대회 유치 등이 있다고 합니다. 다양한 정책들이 잘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전거 정책, 작은 것 하나도 꼼꼼히 생각했으면...

자, 그런데 이렇게 좋은 정책을 가지고 설계를 하고 실제로 일을 한다고 해도 막상 자전거 타는 이들이 불편함을 느낀다거나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면, 허울 좋은 계획으로만 남을 지도 모릅니다.

한 가지 보기를 들어볼까요? 위에 언급된 정책이 나오기에 앞서 벌써 여러 곳에 자전거 길을 꽤 깔아놓았습니다. 낙동강 옆(강변도로 아래)으로 몇 해 앞서 만들어둔 길이 있는데,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이 길을 찾을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전거 길을 만들 때에도 작은 것 하나라도 꼼꼼하게 살피고 했으면 좋겠네요. 우리처럼 산 자전거 앞뒤 기어를 다 풀고도 올라가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랍니다. 꼭대기에서 앞바퀴가 자꾸만 들리려고 했지요. 만약에 자전거 정책을 펴는 공무원 누군가가 손수 자전거를 타고 다녀보고 살펴봤다면, 이렇게 만들지는 않았겠지요?
▲ 헉! 왜 이렇게 높아? 자전거 길을 만들 때에도 작은 것 하나라도 꼼꼼하게 살피고 했으면 좋겠네요. 우리처럼 산 자전거 앞뒤 기어를 다 풀고도 올라가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랍니다. 꼭대기에서 앞바퀴가 자꾸만 들리려고 했지요. 만약에 자전거 정책을 펴는 공무원 누군가가 손수 자전거를 타고 다녀보고 살펴봤다면, 이렇게 만들지는 않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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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내려오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무게중심을 잘 잡고 내려와야 합니다. 손수 이 자전거 길에서 타보니까 너무나 가파르게 만들었다는 게 몸으로 느껴지더군요. 이렇다면, 자전거가 생활이 되기에는 너무 힘들지 않을 까요?
▲ 내려오기도 아찔! 저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내려오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무게중심을 잘 잡고 내려와야 합니다. 손수 이 자전거 길에서 타보니까 너무나 가파르게 만들었다는 게 몸으로 느껴지더군요. 이렇다면, 자전거가 생활이 되기에는 너무 힘들지 않을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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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게 뻗은 자전거 길을 따라 가다가 느닷없이 길이 끊기기도 하고, 다시 찻길로 나가려고 할 땐 너무 높은 오르막이 나와 고생을 많이 하거든요. 경사도가 매우 높아 산악자전거를 타고 가는 우리도 앞 기어, 뒷 기어를 모두 풀고 가는데 그렇게 해도 오르기가 매우 힘들답니다.

실제로 이날도 내가 이 오르막을 따라 올라가봤는데, 기어를 모두 풀었지만 막바지 끄트머리에서는 앞바퀴가 조금씩 들리려고 했습니다. '만약 생활자전거였다면, 과연 여길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틀림없이 내려서 끌고 가야만 할 거예요.

자전거 길을 길이로 늘이는 것 보다 자전거 타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더욱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집 안에서 잠자고 있는 자전거를 거리로 나오게 하는 일, 자전거 정책을 펴는 이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애써주시기를 바랍니다.
▲ 자전거 길 자전거 길을 길이로 늘이는 것 보다 자전거 타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더욱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집 안에서 잠자고 있는 자전거를 거리로 나오게 하는 일, 자전거 정책을 펴는 이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애써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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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길을 만들고 그 길이를 넓혀가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그보다 먼저 더욱 꼼꼼하게 생각하고 설계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이런 일을 하는 분들한테 꼭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정책을 펴기에 앞서 손수 자전거를 타고 구미 시내 곳곳을 한 번쯤이라도 다녀보라고 하고 싶어요.

아마도 그렇게만 한다면, 틀림없이 길을 낼 때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또 어떤 곳에 만드는 게 좋을지 따위의 매우 훌륭한 생각과 방법이 떠오를 거라고 굳게 믿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누군가 길을 만들기에 앞서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한 번이라도 다녀봤다면, 턱없이 높은 경사로 이루어진 자전거 길은 만들지 않았을 거란 생각을 해 봅니다.

또 그렇게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서 잘 만든 자전거 길이라도 그 후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안 될 말이지요. 새로 잘 깔아놓은 자전거 길에 차들이 즐비하게 올라와서 주차를 해 놓았는데도 단속조차 하지 않는다면,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들어 놓은 자전거 길이 제대로 쓰이지 못할 뿐더러, 많은 이들이 불편을 겪을 테지요.

어쨌거나 앞으로 구미시에서 펴는 여러 가지 자전거 정책들이 실제로 자전거를 타는 이들한테 매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자전거 생활화'와 구미시가 구호로 내건 '그린 구미'에도 틀림없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구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애쓰는 구미시를 보는 나도 무척 기분이 좋답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저 구호로만 내걸고, 342km라는 길이만 앞세운다면 그건 안 되겠지요? 자전거도 안 타는 공무원이 줄로 쭉쭉 긋는 자전거 도로, 그건 1만 km가 된다고 해도 조금도 반갑지 않은 얘기랍니다. 앞으로 구미시가 펼치는 자전거 정책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애쓰며 지켜보려 합니다. 지금까지도 잘해왔지만, 앞으로도 더욱 더 꼼꼼하게 잘해주시기를 바라면서….



태그:#자전거도로, #구미시, #자전거길,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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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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