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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올림픽'으로 불리는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제10차 2008년 10월 28일~11월 4일)가 경남 창원에서 열린 지 1년을 맞았다. 람사르총회를 계기로 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개발 욕심 때문에 갯벌이나 강, 하천, 호수, 논 습지는 그 생명력을 잃을 위기에 놓여 있다. 람사르총회 1년을 맞아 신석규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공동의장과 박완수 창원시장, 박진해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대표이사를 만나 '창원선언문' 이행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말]
신석규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공동의장.
 신석규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공동의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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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규(63)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공동의장은 정부와 경남도가 지난해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를 통해 '창원선언문'을 채택하고도 습지 보전 정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조만간 자료를 정리해 람사르 사무국에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연합은 지난해 람사르총회 때 참가 거부(보이콧)했는데, 신 공동대표는 "지금 생각해도 거부했던 게 잘했다"면서 "지내놓고 보니 람사르총회는 행사를 위한 행사였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연안습지가 매우 중요하다, 사양화의 길에 들어선 조선산업을 위해 남해안 연안을 매립하는 정책을 펼쳐서는 안된다"면서 연안습지 매립 정책을 펼치는 이명박정부와 경남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YMCA와 한살림 운동을 하다 환경운동에 뛰어든 신석규 공동의장은 다리가 불편한데도 요즘 현장을 다니며 환경문제를 챙기고 있다. 그는 '4대강사업저지및낙동강지키기 경남본부' 상임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람사르총회 1년을 맞아 지난 21일 저녁 신석규 공동의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람사르총회는 행사를 위한 행사, 참가거부하기 잘해"

- 어떻게 해서 환경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1991년 낙동강 페놀오염사건이 터졌다. 당시 창원YMCA 운영위원장과 한살림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있다가 창원지역 12개 단체가 모여 '건강을위한시민단체협의회'를 만들어 참여했다. 페놀사건 뒤 마창진환경연합의 전신인 마산공해추방협의회가 양운진 경남대 교수와 이인식 전 의장 등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지면서 참여했는데 이때 환경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 때와 비교할 때 달라졌다고 보는지?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환경문제가 많이 부상하지 않았다. 경제가 우선인 시대였다. 시민들도 환경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대규모 오염사고들이 일어나고 있다. 환경문제는 시대를 넘어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기에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창원에서 람사르총회가 열린 지 1년이 지났다. 환경단체는 1년 전 람사르총회가 열렸을 때 참가 거부하기도 했는데?
"람사르총회를 열자고 환경단체에서 먼저 제안했던 것으로 안다. 람사르총회는 마창진환경연합이 유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에 경남도는 별로 반응이 없었다. 람사르총회를 앞두고 환경단체가 참가 거부를 선언했을 때 곤혹스러웠다. 중앙 환경연합도 반대하면 어쩌나 하는 반응이었고, 한 때 날을 세우기도 했다. 결국에 경남도와 정부가 람사르총회를 유치해 놓고 대규모 연안매립계획을 세우는 것을 보면서, 이것은 도저히 아니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고 중앙과 경남의 환경연합이 같이 람사르총회를 참가 거부했던 것이다."

- 오히려 그때 람사르총회에 적극 참가해 환경단체의 생각을 전달하는 게 더 나았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지금 생각해도 그 때 참가 거부 선언은 잘했다고 본다. 지내놓고 보니 람사르총회는 행사를 위한 행사였다. 그렇게 평가되는 마당에 환경연합이 참가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던 게 더 잘 했다고 본다."

- 어떻게 하든 람사르총회를 창원에서 열었는데 성과라면?
"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크게 내륙습지와 연안습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지난해 람사르총회에서는 논습지의 중요성을 높여 놓았다고 볼 수 있다. 논습지 결의문을 채택한 것은 하나의 성과였다."

- 경남도와 창원시가 지난해 채택한 '창원선언문'의 정신을 잘 지키고 있다고 보는지?
"한마디로 이야기를 하면 아주 안되고 있다. 연안습지가 중요하다고 선언문에 들어 있음에도 경남도는 해안습지 매립 정책만 펴고 있다. 지금도 경남도는 습지를 매립할 계획만 세우고 있다. 거제와 마산의 해안 곳곳이 매립되고 있거나 매립 위기에 놓여 있다. 주남저수지는 논습지가 중요한데 창원시는 새들을 보호할 정책을 펴지 않고 있다."

- 정부는 어떻다고 보는지?
"이명박정부 들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환경이다. 대표적으로 4대강 정비사업이다. 4대강 안에 아름다운 강변 습지가 얼마나 많나.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런 강변습지가 4대강정비사업으로 다 없어지게 되었다. 그 습지에는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는데 말이다. 운하를 한다고 했다가 결사반대하니까 이번에는 4대강사업을 들고 나왔다. 중앙이고 지방정부고 할 것 없이 람사르정신은 나몰라라 하고 있다."

"습지 보전하기로 해놓고 안 해... 람사르 사무국에 보고하겠다"

환경연합은 2008년 10월 29일 낮 12시 람사르총회가 열리고 있는 창원컨벤션센터 앞에서 '연안 매립 반대' 퍼포먼스를 벌였다.
 환경연합은 2008년 10월 29일 낮 12시 람사르총회가 열리고 있는 창원컨벤션센터 앞에서 '연안 매립 반대' 퍼포먼스를 벌였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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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경남도가 지난해 람사르총회 때 '창원선언문'을 채택해 놓고 제대로 실천하지 않고 있다면 람사르협약 사무국에 실태를 보고할 계획은 없는지?
"당연히 보고할 계획을 갖고 있다. 최근 환경문제와 관련해 현안들이 많다보니 정리를 아직 못한 부분은 있다. 습지를 보전하기로 협약해 놓고 지키지 않고 있으니, 그 실태를 정리해서 보고할 것이다."

- 마산 수정만 매립과 성동조선 앞 바다 매립 계획 등 지역에서는 연안 매립과 관련해 많은 일들이 벌어졌는데, 생각은?
"갯벌은 정말 소중하다. 바다 습지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물고기의 산란장이다. 또 오염된 물도 어느 정도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갯벌이 사라진다면 바다는 더 오염될 것이다. 정책 입안자들이 정말 멀리 내다보기를 바란다.

대부분 연안매립해서 조선소를 짓겠다는 것이다. 지금 경제전문가들도 한국의 조선산업은 사양산업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대단위 조선공장을 만드는 것은 재앙이 될 것이다. 몇 년 사이 마산, 남해, 고성, 거제 등지에서 매립 허가와 조선공장 건설 허가가 많이 났다. 조선산업이 사양화의 갈에 들어서 있는데, 연안을 매립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 경남도는 남해안시대 프로젝트라고 해서 남해안을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던데?
"남해안은 서해안과 동해안보다 굴곡이 더 많아 참 아름답다. 천혜의 관광 자원이다. 자원을 그대로 보존하고, 훼손하지 않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자연을 훼손하면서 관광자원화 한다는 생각은 문제다. 경남도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남해안을 공원 만드는 형태로 간다면 곤란하다. 해안선과 습지를 그대로 살린 채 사람들이 찾아오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해안을 파괴하면 인간에게 오히려 독이 된다."

- 창원시와 환경부가 수백억원을 들여 창원의 3개 하천을 생태하천으로 조성하려다가 지난여름 폭우로 시설물들이 파괴되었다.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인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난 여름 그 참혹한 현장을 봤다. 그 많은 세금이 고스란히 물에 떠내려 갔다. 많은 돈을 들여 지어 놓은 시설물들이 파괴된 것이다. 창원시에 엄청난 교훈을 안겨 주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창원시는 반성을 많이 해야 한다. 생태하천이라면 말 그대로 생태적으로 가꾸어야 한다. 하천 바닥에 시멘트를 해서는 안된다. 사시사철 물이 고여 있다면 은어가 올라올 수도 있을 것이다. 공단을 흐르는 하천에 은어가 산다면 그 자체가 관광자원 아니냐."

"물 살린다는데 왜 반대하느냐는 반응 볼 때 안타깝다"

신석규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공동의장.
 신석규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공동의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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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주남저수지의 생명은 새다. 창원시는 이곳을 공원화 하려고 한다. 사람들이 편리하게 드나들도록 해야 한다는 관점인데, 그렇게 하면 사람들은 편할지 모르지만 새들은 불편하다. 그러면 새가 오지 않을 것이다. 주남저수지에 설치해 놓은 '테크'도 철거해야 하고, 전망대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는 주변에 산업단지를 건설한다고 하는데 걱정이다. 공단의 불빛으로 인해 새들의 쉼터가 방해를 받는다면, 새들은 주남저수지로 오지않을 것이다. 새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 4대강정비사업이 현안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미 언론에도 많이 나왔다. 그런데 의외로 일반 국민들은 그 내용을 잘 모른다. 국민들은 물을 살린다는데 왜 반대하느냐는 식이다. 그런 반응이 나오면 안타깝다. 4대강사업은 물길 살리는 사업이 아니라 이미 살린 물을 죽이는 것이다. 물을 가둬 놓으면 썩기 마련이다. 수돗물도 쓸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다. 낙동강을 원수로 쓸 수 없을 것 같으니까 댐을 짓겠다고 한다. 수돗물이 댐을 원수로 쓴다면 수돗물값도 올라간다. 지금 정부는 모든 것을 민영화한다고 하는데, 수자원공사도 그렇게 될 것 같다. 먹고 마시는 물까지 민영화하면 물값은 당연히 올라간다. 민생경제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수돗물 문제만 생각해도 4대강 사업은 하지 말아야 한다."

- 환경문제와 관련해 시민단체와 정부나 자치단체 사이에 갈등이 심한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민단체가 이야기를 해도 들어주지 않는다. 4대강사업의 경우 주민설명회도 자기들끼리만 모여서 하는 식이다. 대충해서 넘어가려고 한다.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라고 했더니 말을 듣지 않았고, 격렬하게 반대했다고 해서 고발하기도 했다. 정부는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필요한 부분에서는 소통하지 않는다. 하천이든 바다든 진짜 생태라는 말을 쓰려면 그대로 두어야 한다. 오염원만 차단하면 된다.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으면 그것을 유지관리하기 위해서도 돈이 더 들어갈 것이다."


태그:#람사르총회, #람사르사무국, #습지보전, #포스트 람사르, #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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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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