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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22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효성그룹 2세들의 주식취득자금 및 미국 호화빌라 구입 자금 등에 대한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축소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22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효성그룹 2세들의 주식취득자금 및 미국 호화빌라 구입 자금 등에 대한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축소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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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 비자금 사건과 관련, 조석래(74) 효성그룹 회장의 두 아들이 해외에서 구입했던 초호화 콘도를 지난 8~9월 사이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장남인 조현준(41) 사장은 약 50만 달러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또 다른 의혹을 감추기 위한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통령 사돈 기업 봐주기 수사'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검찰은 조석래 회장 일가의 해외 부동산 취득 의혹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일단 "아직 비자금 수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검찰이 조현준 사장과 셋째 아들 조현상(38) 전무의 해외 부동산 구입 자금의 출처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법자금 조달 및 비자금 조성·용처 등이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단기간에 콘도 매각, 왜?... 석연치 않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26일 "조현상 전무가 2008년 7월 262만 불(약 30억 원)에 구입한 하와이 콘도를 지난 9월 9일에 매물로 내놓았다"며 "왜 구입한 지 1년 만에 콘도를 매각하려는지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현상 전무가 매입한 하와이 콘도는 와이키키 해변에 위치해 있어 전경이 매우 뛰어나고, 실평수 약 63평(2199스퀘어피트), 수도·전기료 등 '유틸리티' 비용을 제외한 관리비만 월 약 250만 원에 달하는 초호화 콘도다. 매물번호(MLS Number)는 '2911981'이며 지난 9월 9일 현지 부동산 업자에게 매물로 나왔고, 이틀 뒤 한 콘도거래 사이트(www.hicondos.com)에 등록됐다.

박영선 의원은 "1년 전 구입한 초호화 콘도를 단기간에 매도하려는 것은 어딘가 석연치 않은 면이 있다"며 "자신의 부동산 구입 사실이 밝혀지면 안 되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이 미국에서 부동산을 구입했다는 사실이 이틀 전인 9월 7일 안치용(재미 언론인)씨의 블로그에서 밝혀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씨의 부동산 구입 사실이 드러나자, 조 전무가 자신의 부동산 구입 사실도 드러날 것을 두려워해 급히 콘도 처분에 나섰다는 것이다. 특히 조현상 전무는 하와이 콘도를 융자 없이 100% 자기자금으로 구입한 것이 등기소 서류를 통해 밝혀졌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조현상 전무가 지난해 7월 구입했다가 올해 9월 매각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에 내놓은 미국 하와이 초호화 콘도의 전경.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조현상 전무가 지난해 7월 구입했다가 올해 9월 매각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에 내놓은 미국 하와이 초호화 콘도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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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효성그룹 일가의 해외 부동산 문제를 처음 제기한 재미 언론인 안치용씨는 지난 23일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 '시크릿 오브 코리아(andocu.tistory.com)'에서 조현준 사장도 샌프란시스코 콘도를 매물로 내놨다고 밝혔다.

안치용씨에 따르면, 조현준 사장이 지난 2004년 12월 구입한 샌프란시스코 콘도를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것은 지난 8월 20일. 조 사장은 당초 180만 달러(융자 126만 달러)에 이 콘도를 매입했으나, 시장에 내놓은 가격은 매입가격보다 30만 달러나 싼 150만 달러였다. 이 매물의 매도를 의뢰받은 부동산 업체도 "오너가 자신이 산 가격보다 30만 달러 싼 가격에 내놨다"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업체들의 평가가격은 조 사장이 30만 달러를 손해 본 150만 달러에도 훨씬 못 미친다는 게 안치용씨의 설명이다. 안씨는 "각 업체들의 평균 추정가격은 113만 달러이며 업체마다 최저 102만 달러에서 최고 130만5000달러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이 자신이 원하는 가격인 150만 달러에 콘도를 팔아도 30만 달러를 손해 보게 되지만, 업체 추산 최고가격인 130만 달러에 팔릴 경우 무려 50만 달러를 손해 보는 셈이다. 만약 콘도가 최저가격에 팔린다면 조 사장의 손해는 더욱 커지게 된다.

조석래 회장의 두 아들이 10월 국정감사 등을 앞두고 막대한 손해까지 감수하면서 급히 콘도 매각에 나선 것은 자신들의 해명과 달리 뭔가 감추고 싶은 것이 있어서가 아니겠느냐는 게 박영선 의원의 지적이다.

박 의원은 "최근에 밝혀진 효성 3형제의 미국부동산 구입 금액은 약 1000만 달러(110억여 원)에 이른다"며 "모가지를 활용했다고 하더라도 효성의 비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은 아닌지, 검찰은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삼성도 압수수색 한 검찰... '대통령 사돈 기업'은 불가?

현재 서울중앙지검 외사부가 내사에 나선 조석래 회장 아들들 소유 해외 부동산은 모두 4건이다. 조 사장이 2002년 8월 구입한 미국 LA 고급 별장(480만 달러), 2004년 12월 사들인 샌프란시스코 콘도(180만 달러), 2006년 12월 매입한 샌디에이고 고급 빌라 2채(95만 달러)와 조 전무가 2008년 7월 구입한 하와이 콘도(262만 달러) 등이다.

이와 관련, 효성 측은 "개인 보유자금과 은행 대출, 미국에서의 활동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 사장과 조 전무는 주식 배당금과 함께 적지 않은 급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해도 두 사람이 110여억 원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대검찰청 범죄첩보 보고서에서 드러났듯, 이들의 자금 출처가 효성아메리카 등 해외법인과의 허위거래로 조성한 비자금일 가능성이 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검찰의 효성그룹 비자금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검찰의 효성그룹 비자금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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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검찰 범죄첩보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자금 창출 능력이 없는 조현준 등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아들 3명이 2000년부터 2006년까지 거액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며 "자금 출처가 효성 및 효성 계열사인지, 조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돈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박 의원은 "검찰 조사가 이뤄졌다면 조현준 사장의 미국 부동산 구입 자금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보고서가 대검에서 효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으로 전달되지 않았을 뿐더러, 수사팀은 효성이 자료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부자의 제보에 의해 진행됐던 현대차 비자금 수사 때 압수수색을 통해서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 정몽구 회장을 구속했고, 삼성 수사 때도 압수수색을 단행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야당은 "조석래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딸 수연씨의 시아버지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친형이기 때문에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막대한 부동산 구입 자금의 출처는 물론 세금 납부 여부 등이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은 것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효성은 조현준 사장의 미국 LA 고급 별장에 대해 "조 사장은 당시 장기 해외근무자로 외국환거래법상 비거주자 신분으로 부동산 취득에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해야 할 의무가 없었다"고 밝혔다. 조현상 전무의 하와이 콘도에 대해서는 "지난해 6월 해외 부동산 투자 자유화로 거주자도 한도 제한 없이 해외 부동산 취득이 가능해졌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안치용씨는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주거-투자 목적에 관계없이 해외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취득한 경우 그다음 해 5월 31일까지 주소지 관할 세무서에 '해외 부동산 취득 및 투자운용 명세서' 그리고 '부동산 취득계약서' 등을, 지정 외국환 은행에는 취득 3개월 이내에 취득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이를 제대로 제출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현상 전무의 하와이 콘도 취득 배경 역시 의혹투성이다. 효성은 "2008년까지 해외 부동산 경기가 계속 상승하자 투자 목적으로 취득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안씨는 "2007년 이후부터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많은 주택이 압류당하고 부동산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는데, 어떻게 2008년을 부동산 상승기로 판단할 수 있었는가"라고 반박했다.

한편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 23일 이례적으로 박지원·박영선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효성 일가의 해외부동산 소유관계와 자금관계를 확인해 혐의점을 찾으면 수사하겠다"며 "서울중앙지검장에게 확실히 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의 '다짐'이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 주목된다.


태그:#효성 비자금 축소 수사, #이명박 대통령 사돈, #하와이 호화 콘도, #효성그룹 , #재미 언론인 안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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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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