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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승주읍 죽림에서 구기마을까지 20여 킬로미터는 조정래길이다
 순천시 승주읍 죽림에서 구기마을까지 20여 킬로미터는 조정래길이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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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 857번 도로는 소설가 조정래씨의 이름을 딴 조정래길로 순천시 승주읍 죽림에서 시작해 순천시 낙안면 구기마을앞까지 약 20킬로미터에 이른다. 길은 대부분 산길로 이어지며 낙안지역에 이르러 평야를 가로지른다.

필자는 초가을로 접어드는 조정래길을 스쿠터(바이크)로 달렸다. 먼저 시작점인 선암사 앞 승주읍 죽학리 삼거리는 사진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상사호 물길이 있고 억새가 자라며 다랑어논과 나무들이 제법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승주톨게이트와 선암사를 연결하는 도로가 차량통행이 많은 반면 샛길이나 마찬가지인 낙안과 벌교로 향하는 조정래길은 이에 비하면 차량 숫자는 급격히 줄어든다. 산길이며 도로가 구렁이 기어가듯 구불구불하기 때문이다.

조정래길의 출발지인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 삼거리는 사진인들이 많이 찾는 명소
 조정래길의 출발지인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 삼거리는 사진인들이 많이 찾는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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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접어들면 곧바로 우측으로 폐쇄된 채 잡초가 무성한 상태로 남아있는 주유소와 휴게소를 발견하게 되는데 장사가 잘 되지 않은 점도 있겠지만 그보다 이곳이 수변구역이기 때문에 문을 닫은 것으로 보인다. 폐가로 남아있지만 이곳에 서 보면 경관이 아름다워 그대로 두기엔 아까운 생각이 든다.

10여 분 정도 더 달리면 호수위에 '인공수초재배섬'이라는 둥그런 섬이 두 개 떠있다. 이 시설은 상수원의 수질오염원인 녹조발생이나 부영양화의 원인인 질소나 인을 친환경적으로 제거하거나 정화하는 장치인데 실험적으로 설치한 것인지 초기 설치 때와는 다르게 황폐화된 풍경이 안타깝다.

이런 안타까운 마음은 상사호 줄기를 따라 돌아가다가 낙안면으로 들어서기 위해 고개를 넘기 전에 발견한 조그만 쉼터에서 누그러진다. 승주읍 청년회에서 만들었다는 표지석과 함께 남강쉼터라 명명된 곳에는 설치 초기보다 훨씬 아늑하게 꾸며져 있다.

조정래길 20여 킬로미터엔 한과로 유명한 석정마을, 여순사건의 아픔을 간직한 신전마을, 농촌테마마을인 금산마을등이 있다
 조정래길 20여 킬로미터엔 한과로 유명한 석정마을, 여순사건의 아픔을 간직한 신전마을, 농촌테마마을인 금산마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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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읍과 낙안면의 경계선은 산으로 이뤄져있다. 고갯길은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한데 그 고개만 넘으면 아늑한 석정마을이 기다린다. 이곳은 전통 한과인 숯불유과를 만드는 마을로 이름이 나 있다.

이 한과는 찹쌀을 원료로 해서 숯불로 구워 만드는 전통방식이기 때문에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것과는 맛이 사뭇 다르다고 한다. 매년 12월초부터 시작해서 1월말정도까지 만들기에 때맞춰 방문하면 좋은 구경도 하고 맛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스쿠터로 2분 정도 더 가면 여순사건의 아픔이 있는 마을 신전마을이 나오고 또 2분 정도 가면 꽃마차마을이라는 금산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은 승마장이 있는 테마마을로 최근에는 한옥마을로 지정돼 농촌의 아름다운 풍경을 잘 꾸며나가고 있다.

재미난 부분은 이곳 금산마을은 필자가 지난 2005년 1월 23일 마을당산 나무 아래에 시멘트와 돌로 된 신기한 무덤이 있어 취재해 올렸던 일명 '돌무덤'이 지금은 마을테마여행에서 어엿하게 한 자리를 차지한 곳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조정래길은 절반 정도는 산악길이며 그 나머지는 평야길이다
 조정래길은 절반 정도는 산악길이며 그 나머지는 평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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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마을을 지나면 다시 서서히 오르막길로 접어든다. 우측으로는 고동산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 산은 트래킹이나 오프로드를 즐기는 마니아들에게 잘 알려진 산이다. 임도를 따라 정상까지 거친 길이 이어져 전국적으로도 손꼽히는 산악모터스포츠 장소다.

조정래길을 따라 계속 진행하기 위해 고갯길을 넘으면 그곳엔 낙안들의 장관이 펼쳐지고 바위산인 금전산도 석양빛에 반짝이는 모습으로 눈을 현란하게 만든다. 뭐니 뭐니 해도 조정래길의 가장 정점은 바로 이 고개에 있다.

내리막 고갯길에는 금둔사가 있고 낙안온천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낙안온천 뒷마당이 바로 전망 좋은 곳으로 이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차를 대 놓고 사진을 많이 찍는 장소이기도 하다. 좋은 사진을 건지기 위해서는 이른 아침이나 석양빛이 괜찮다.

낙안읍성 앞에 있는 조정래길의 표지석
 낙안읍성 앞에 있는 조정래길의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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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길의 표지석은 낙안읍성앞에 있다. 지난 2005년 4월 30일, 순천시가 857번 국도 승주 죽림에서 낙안 구기까지의 약 20여 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을 조정래 길이라 명명하면서 세워놓았던 표지석이다.

매년 낙안읍성을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지만 이 표지석을 발견하고 지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입구에 세워지긴 했지만 주차장과 떨어져있어 일부러 보러오지 않는 이상 모두가 지나치기 때문이다.

조정래길이 절반정도가 산으로 이뤄졌다면 낙안읍성앞에서부터 구기마을까지는 완전한 평야다. 평야를 가로질러 곧게 뻗어나가다가 한차례 굽어진 후 다시 직선으로 달리면 그곳이 순천시와 보성군의 경계선인 구기마을이며 여기까지가 조정래길이다.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옛 낙안군민들, 이 길이 바로 통일문학의 대가인 소설가 조정래씨의 이름을 딴 조정래길이다.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옛 낙안군민들, 이 길이 바로 통일문학의 대가인 소설가 조정래씨의 이름을 딴 조정래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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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선암사에서 태어나고 보성군 벌교읍에서 어릴 적 살았으며 벌교를 주제로 소설 태백산맥을 써내 분단문학의 대가로 일컬어지는 소설가 조정래씨, 그의 이름을 딴 도로를 달리면서 남북 분단의 아픔처럼 옛 낙안군의 분단을 생각해 봤다. 그리고 조정래씨가 통일을 노래했듯 이 길도 통일의 길일 것이라 나름대로 진단도 해 봤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엔 그저 묵묵히 땅만 벗 삼아 살아 온 이 고장 사람들의 삶이 있었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낙안군, #남도TV, #낙안, #벌교, #조정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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