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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에 가면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다.

주문진항구 시장, 그날그날 조황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그곳에 가면 비릿한 생선냄새와 짭쪼름한 바다냄새뿐 아니라 사람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에는 사람사는 맛이 보인다.

그래서 나는 깔끔하게 정리정돈이 잘된 대형마트보다 어수선해도 어깨를 부딪치며 걷는 재래시장이 좋다.

 

 

항구 혹은 포구에 서면 나는 '꿈'을 떠올린다.

만선의 꿈을 꾸며 바다로 나가는 배들의 고동소리가 힘차고, 때론 빈배로 허탈하게 돌아오는 어부들의 한숨소리도 깊지만 모두가 꿈을 꾸며 바다로 나가는 것이 아닌가.

 

'꿈'이 있어 '이별'도 하는 것,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항구에서 배를 타고 고향을 떠났을까 생각하면 먹먹하기도 하다. 그렇게 항구에는 꿈과 관련된 편린들이 들어있는 것이다.

 

 

바다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던 물고기, 그물에 갇혀 자유를 속박당하고 목숨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내장을 모두 비워내고 바닷바람에 말라가고 있다. 가끔 '정말 물고기에는 통점이 없는 것일까?' 생각을 하게 된다.

 

도살장에서 조차도 넘쳐오르는 식욕을 주체하지 못해 군침을 흘리는 군상이 사람이다. 한 바구니 가득 활어를 사들고 회를 떠주는 집으로 향했다. 펄쩍펄쩍 뛰는 생선들에게 일고의 자비심도 없이 회칼을 들이대고, 그것을 보며 침을 꼴딱 삼킨다. 잡식동물 인간의 식생활이 잔인하게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래도 그게 사람인데 어쩔 것인가!

혹자는 잡식성동물 사람을 가리켜 '동물의 시체'를 먹는다고 폄하하지만, 푸성귀들 역시도 동물처럼 적나라하지 않을뿐 생명을 취한다는 점에서는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생물 오징어는 다섯 마리에 만 원, 냉동오징어는 20마리에 이만 오천 원, 생물 오징어 구이는 두 마리에 만원이란다. 그럭저럭 가격이 후한 셈이기도 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그리 비싸지 않은 편이다.

 

 

집에 가져갈 생선을 몇가지 샀다.

왁자지껄한 시장, 그런데 하필이면 내가 물건을 흥정하고 산 점포의 아주머니가 욕쟁이 아주머니다. 그것이 하나의 장사수단일수도 있지만 기분이 상해서 포장이 다된 생선을 놓고 돌아설 뻔 했다.

 

"그냥 사갈래? 맞고 사갈래?"

"존나게 맛있으면 다음에 또 와!"

 

그게 그 아주머니의 말투였다.

화끈하다고 좋아하시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욕쟁이할머니'를 베끼기한 것 같아서 별로였다.

 

 

그래도 "감사합니다!"만 연발하는 너무도 친절한 대형매장보다 재래시장이 좋다.

좌판에는 생전 처음보는 도치라는 물고기도 있다. 못생긴 고기가 더 맛있다며 살 것을 권하지만 손질을 하기도 전에 비위가 상할 것 같다.

 

물고기의 종류도 참 많고, 먹는 방법도 참으로 다양하다. 다양한 사람들 만큼이나 다양한 모습들이다.

 

활어를 사서 회를 뜬 후에는 상을 차려놓고 먹는 식당을 찾아야 한다.

서비스 요금을 얼마정도 받고 매운탕까지 끓여 준다.

 

 

어느새 어둠이 찾아왔다.

시장통에서는 오징어와 도루묵, 양미리, 조개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점포마다 건아한 얼굴로 상기된 톤의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그득하다.

 

한 마디 한 마디 귀를 기울여보면 키득거리게 하고, 호탕한 웃음을 자아내는 말들은 고품격의 말들이 아니다. 사람 사는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구수한 입담이 시장통에서는 어울린다.

 

겉으로 고상한척 하면서 뒤로 호박씨를 까는 사람들보다 투박해도 복선 같은 것 깔지않고 말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인간적이지 않은가. 그래도 "존나게 맛있으면 다음에 또 와!" 걸걸한 목소리로 협박을 하듯 한 그 집은 못갈 것 같다.


태그:#주문진,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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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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