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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에 대한 공소장을 재차 변경했다.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에 대한 공소장을 재차 변경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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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간디학교 최보경(35·역사) 교사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사건에 대해 공소장을 또 변경했다. 지난해 12월 '5·18민주화운동' 관련 내용을 공소장에서 삭제했던 검찰은 이번에 4·19혁명과 제주4·3항쟁 관련 내용도 뺐다.

23일 '국가보안법 폐지와 최보경 교사에 대한 공안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경남대책위원회'(아래 '경남대책위')는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지청장 김종호)으로부터 변경된 공소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15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재판부 형사2단독)에 공소장 변경허가 신청을 했고, 그 뒤 법원을 통해 피고인 최보경 교사가 변경된 공소장을 받은 것이다.

당초 최 교사의 공소장은 총 60여쪽 분량에 걸쳐 10개 항목으로 되어 있었다. 변경된 공소장은 28쪽으로 분량이 대폭 줄었지만 항목 숫자는 그대로다. 이전 공소장에는 4·19혁명과 4·3항쟁 관련 내용이 기술되어 있었지만 이번에는 모두 빠졌다.

검찰은 지난해 8월 최보경 교사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최 교사가 정리했던 간디학교 교재 <역사배움책3-현대사>에 들어 있었던 5·18민주화운동, 4·19혁명, 4·3항쟁 관련 자료를 모두 문제 삼았다.

이 교재 속에는 1961년 4월 19일 4.19혁명 1주년을 기념하여 서울대 학생회가 만들었던 '4월 혁명 제2선언문'이 들어 있었다. 또 교재 속에는 <우리역사이야기>(조성호)에 담겨 있던 4·3항쟁 관련 내용을 발췌해 놓았다.

특히 4·19혁명과 관련해 검찰은 당초 공소장에서 "4·19 후 좌익 진영의 친북통일운동에 중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박정희 정권의 크고 많은 업적은 보여주지 않고 어두운 측면만 과장했다"고 주장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가 9월 5일 저녁 진주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촛불을 들고 서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가 9월 5일 저녁 진주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촛불을 들고 서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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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혁명과 관련한 내용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에 공소장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4·19혁명 관련 단체들이 항의하고 나섰다. 지난 6월 사월혁명회와 김주열열사추모사업회 등 단체들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검찰의 4·19혁명 관련 공소 내용 삭제와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특히 사월혁명회는 그동안 두 차례 창원지검 진주지청에 공문을 보내 이 같은 요구를 하기도 했다. 창원지검 진주지청은 아직 사월혁명회에 사과하지 않고 있으며, 이번에 공소장에서만 관련 내용을 삭제한 것이다.

4·3항쟁 관련 내용 삭제에 대해, 경남대책위 관계자는 "앞으로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제주지역 관련 단체와 논의해 문제제기를 할 예정이었고 4·3항쟁 부분이 공소장에 포함된 것에 대해 부당하다는 주장을 하지 않았다"면서 "검찰이 4·19혁명 부분을 삭제하면서 4·3항쟁 부분도 문제가 될 것 같으니까 같이 공소장에서 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5·18민주화운동 관련 부분을 공소장에 넣었다가 뺀 적이 있다. 검찰은 <역사배움책>에 들어 있던 '광주시민궐기문'과 '5월출정가'를 첫 번째 공소장에 언급했었다.

(사)5·18민주유공자유족회와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5·18기념재단 등 단체들은 지난 해 10월 창원지검 진주지청에 공문을 보내 관련 내용을 공소장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12월 공소장에서 '광주시민궐기문'과 '5월출정가'를 삭제했다.

검찰이 공소장을 두 차례나 변경하자 경남대책위 관계자는 "검찰이 최 교사를 유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공소장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소장을 두 번이나 변경했다는 것 자체가 기소의 부당함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월혁명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6월 23일 오후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의 사건과 관련해 공소장에서 4.19혁명 부분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사월혁명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6월 23일 오후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의 사건과 관련해 공소장에서 4.19혁명 부분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 경남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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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찬욱 사월혁명회 사무국장은 "4·19혁명 관련 내용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 공소장에 들어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분노를 금치 못하면서 창원지검 진주지청에 두 차례나 항의서한을 보내고 삭제와 함께 사과를 요구했다"면서 "검찰로부터 사과를 받은 사실은 없지만, 공소장에서 관련 내용이 삭제되었다고 하니 다행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헌법에 보면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정신'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는데, 검찰이 4·19혁명 관련 자료를 임의로 해석해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포함시켰다는 것은 헌법 전문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그같은 사실은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했던 4·19혁명 영령과 사월혁명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다. 앞으로 검찰은 헌법에 담겨 있는 부분을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보경 교사는 "검찰은 기존 공소장으로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유지하는데 불리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면서 "검찰의 기소가 얼마나 막무가내였는지 짐작할 수 있고, 결국 무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보경 교사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 관련 12차(2차 연기·취소 포함) 공판은 오는 11월 3일 창원지법 진주지원에서 열린다.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측 증인이 출석할 예정이다. 검찰측 증인은 총 7명이었는데, 현재까지 2명만 법정 출석했다. 다음 공판 때는 감정인과 보안수사대 수사관을 대상으로 심문을 벌일 예정이다.


태그:#국가보안법,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 #창원지검 진주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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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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