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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중·고등학교 기출문제 공개 시 해설서(문제풀이)까지 첨부하도록 해 실효성 논란과 함께 교사들의 업무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 달 15일 '기출문제 공개 세부 추진 방안'이라는 공문을 통해 '2009학년도 2학기부터 시험문제는 문제풀이와 함께 제공'할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침을 전국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냈다. 이를 받은 각 시도교육청은 지난 1일을 전후해 소속 중·고교에 이러한 방침을 알리는 공문을 대부분 시행했다.

 

이는 지난 2005년 '학업성적 관리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인문계 고교의 정기고사 출제문항 공개가 권장사항으로 도입된 이후 2006년 공개 의무화로 이어진 후속 조치에 해당한다. 기출문제 공개에 이어 해설서 제공을 통해 사교육비를 절감(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도교육청을 통해 해당 지침이 학교 현장에 전달되자 실용성 논란과 함께 교사들의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교에서 기출문제와 해설서를 제공함으로써 학원에서 학교의 기출문제를 불법으로 풀어주는 것을 방지해 사교육을 경감한다는 교육 당국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것이 교사들의 반응이다. "학교에서 해설서를 제공한다고 해서 학원에서 기출문제 풀이를 안 한다는 보장이 없고, 학원에서 기출문제 풀이를 안 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학원을 안 다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과부 사교육대책팀 담당자 역시 22일 오후 전화 통화에서 "기출문제를 공개해서 사교육비가 줄었다는 근거는 없다"라고 밝혔다. 2005년부터 시행된 기출문제 공개와 관련한 사교육(비) 경감 유무에 대한 교과부 차원의 통계자료도 없다는 것이다.

 

기출문제 공개가 사실상 사교육비 경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를 교과부 차원에서 아무것도 제시하지 못한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과부는 기출문제 공개에 이어 해설서 첨부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일 이 공문을 지역 중고교에 시행한 경기도교육청 중등교육과의 담당 장학사는 "공교육을 내실화한다고 사교육(비)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논문도 있다. 학교에서 기출문제와 해설서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면 학원에서는 다른 수업을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사교육비 경감과는 거리가 먼 발언을 하고 이어 "기출문제와 해설서 공개의 한계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원과 남양주 등의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장과 교감이 교사들에게 "해설서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제출하라"고 요구해 교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수원의 한 교사는 "이미 출제 단계에서 이원목적분류표를 작성하면서 정답과 해설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를 놔두고 문제풀이 해설을 다시 하라는 건 교사를 잡기 위한 업무일 뿐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러한 논란과 비판이 커지자 지난 16일 추가 공문을 보내 "각 학교에서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고 교사의 업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 시행"하라며 한 발 물러섰다.

 

교과부 사교육대책팀 담당자 역시 "정답만 표시해서 설명이 가능한 것은 그렇게 하고 풀이집이 필요한 것은 학교 현실을 감안해서 하는 건 상식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과부가 내린 지침에는 이러한 내용은 언급돼 있지 않고 "09년 2학기부터 문제풀이와 함께 추진"이라고만 돼 있어 학교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킨 꼴이 되고 말았다.

 

한편 교과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9월 현재 전국 시도교육청의 기출문제 공개 현황은 중학교 67.6%(학교 홈페이지 10.6%, 교무실 41.8%, 기타 15.3%), 일반계고 76%(학교 홈페이지 25.1%, 사본 배부 57.2%, 교무실 30.5%, 기타 26.7%)로 나타났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교육희망>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사교육, #성적공개,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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