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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재보궐 선거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수도권 지역의 상징성을 지닌 안산 상록을의 반MB후보 단일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희망적 관측과 비관적 전망이 뒤섞이고 있지만, 유권자들은 '범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며 야권 후보들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승부는 결정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각 진영의 시각이다.

 

지역 정당 관계자들은 그동안의 경험상 야권 단일화가 안 될 경우, 한나라당 성향표가 결집돼 여론조사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안산 상록을은 지난 몇 차례의 선거결과에서도 분열 필패 양상을 보였다.

 

이번 선거에는 여야와 무소속 모두 7명의 후보들이 나섰는데, 각 진영은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을 내세워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나라당은 철저히 지역발전 공약만을 제시하며 선거에 접근하고 있는 반면 야권은 4대강 사업 등에 대한 비판과 이명박 정권 심판을 주요 이슈로 내세우고 있고, 군소 무소속 후보들은 지역일꾼론을 내세우며 한 표의 지지를 호소하는 중이다.

 

재보선 특성상 여야 모두 조직력을 동원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삐걱거리는 모습도 엿보인다. 지역 한나라당 당원에 따르면 "공천에 따른 후유증 탓에 조직 흡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후보와 기존 조직이 따로 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일부 당원들은 여당 성향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민주당 역시 후보자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은 우위로 나타나고 있지만 "후보자에 대한 불만으로 형식적인 선거 운동에 나서거나 선거 지원을 거부하는 사람도 여럿 된다"고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전했다.

 

안산 시장을 지낸 한나라당 송진섭 후보와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김영환 후보, 야3당의 범야권단일후보로 추대된 임종인 후보 3인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선거 현장을 가봤다. 

 

[한나라당 송진섭 후보] "힘 있는 여당 후보 밀어야 지역 문제 해결"

 

 

"안산시장을 지낸 송진섭입니다. 혹시 저 알아보시겠어요?"

 

지난 20일 오후 안산 일동의 한 상점. 거리의 유권자들을 찾아 나선 한나라당 송진섭 후보는 만나는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시장을 지냈음을 우선 강조했다. 두 번에 걸쳐 시장을 지낸 탓인지 그를 알아보는 유권자들도 꽤 많았다.

 

송 후보는 지역 유권자들에게 간단히 명함만 주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왜 자신이 국회로 가야 하는지를 역설했다. 그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유권자 접촉에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반월공단에 대기업이 들어와야 하는데 그간 노무현 정권의 국토균형발전법 등으로 제약받아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바뀌었고 대기업이 들어올 수 있게 됐습니다. 지역 숙원인 신안산선이 이쪽으로 통과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힘 있는 여당후보를 밀어주셔야 지역 문제가 해결됩니다. 자녀들 취업문제도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지역 현안 해결에 관심 많은 사람들은 송진섭 후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부동산 중개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최제출(50)씨는 "집권 여당이 지역 문제 해결에는 낫지 않겠느냐"며 "여당이라 조직력도 앞설 것이고 야당이 분열돼 있는 상태에서 유리한 구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근에 산다고 밝힌 한 50대 주민도 "선거에 큰 관심은 없지만 송 후보가 시장도 해 봤고, 지역일도 많이 했기 때문에 다른 후보보다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으로 있을 때 어려운 사람들 많이 돌본 것도 지지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지역 현안 해결에 초점을 맞춘 송 후보의 이번 선거 전략은 '이명박은 서민경제 송진섭은 안산 경제'란 선거 구호에서도 드러난다. 송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들의 안정을 위해 애쓰고 있듯 자신은 안산 경제를 살리는 데 앞장서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최근 <시사IN>을 통해 시장 재임 시 골프장 허가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한나라당 당원들은 송진섭 후보를 잘못된 공천자라고 비난하면서 후보 교체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 송 후보는 20일 열린 지역 방송의 후보자간 TV토론회에서 비리 의혹을 묻는 한 후보자의 질문에 "깨끗하게 치러야 할 선거를 음해를 통해 저질 혼탁하게 만들려는 세력들이 있다"고 비난하고 "해당 언론사를 검찰에 고소 고발함은 물론 언론중재위에도 중재 신청을 했다"며 전혀 근거 없는 음해라고 일축했다.

 

송진섭 후보 측 관계자도 "시장 재임 시 정상적인 업무 절차에 따라 처리한 것으로 비리는 없었다"면서 "고소한 사안이니 사법부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당원들의 이탈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생길 수 있는 공천 후유증으로 다 안고 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선거를 치르는데 지장은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영환 후보] "4대강 사업으로 지역 예산 삭감, 이런 것 돕고 싶나?"

 

지난 20일 저녁 민주당 김영환 후보 선거사무소. 안팎으로 단일화 압력을 받고 있지만 김영환 후보 측은 단일화 요구가 별로 달갑지는 않은 분위기였다. 지지율이 우위에 있어 당선 가능성이 높은데 굳이 단일화 필요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선거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단일화라는 것이 1위가 어려울 때 2~3위가 힘을 합치는 것이지 1위와 3위가 합치는 경우가 어딨느냐"며 "후보가 모든 것을 당에 일임한 사안이고 단일화가 되면 수월한 면은 있겠지만, 안 돼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여론 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것에 고무된 듯 민주당으로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 보였다.

 

김영환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의 우위를 바탕으로 이명박 정권 실정에 대해 비판하면서 자신이 지역 발전의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의 핵심 현안인 신안산선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는 거리 연설 때마다 4대강 사업과 연관시키며 이명박 정부 정책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에 치중한 나머지 안산시가 중앙정부에서 지원 받아야할 예산이 줄어들었고, 내년 신안산선 예산도 119억에서 대폭 삭감돼 20억만 책정돼 있습니다. 이 예산으로 뭘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여당 후보가 (당선)되면 이 같은 상황을 도울 뿐입니다."

 

김영환 후보는 2번의 국회의원을 역임한 것과 장관을 지낸 경력을 자신의 장점으로 강조했다. "행정부처 등에 인맥이 많고 노하우가 풍부한 데다 당선하면 3선으로 상임위원장을 할 수 있는 자격도 돼서 당을 떠나 여야를 넘나들며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환 후보의 선거유세에는 민주당의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장상 최고위원과 김진표 전 부총리, 송영길 최고위원 등이 지지연설에 나선 데 이어, 21일에는 한광옥 전 대표와 원혜영 의원 등이 지원 나와 호남출신 유권자들 및 민주당 지지층을 향해 한 표를 호소했다.

 

안산 부곡동에 거주하고 있는 한 주민은 "후보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힘이 필요하고 나는 민주당 지지자라 무조건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당원도 "임종인 후보는 색깔이 분명한 강성인데 비해, 김영환 후보는 한나라당에 도움이 된 적도 있고 정서적 공감이 이뤄질 수 있는 후보"라면서, "송진섭 후보가 안 될 경우 차라리 김영환 후보가 당선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영환 후보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주도적으로 나선 것과 지난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점 때문에 친노 측의 반감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 김 후보는 "분당의 결과물로서 만들어진 것이었고, 분당이 없었다면 탄핵이 없었을 것"이라며, "정치적 탄핵으로 그쳐야 했는데 국민과 함께 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사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의 낙선을 통해 이미 정치적 심판을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야3당 지원 임종인 후보] '야권 하나로 통합'에 모든 노력 기울일 것

 

"결렬됐다고 하기보다는 본격적인 샅바싸움을 하는 것 아니겠어요. 분명한 것은 내가 반드시 이길 자신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19일 민주당과의 단일화 협상 소식이 알려진 직후 임종인 후보는 담담한 표정으로 선거운동에 임하며 이렇게 말했다. 21일 양측의 단일화 합의안이 발표 직전까지 갔다가 사전 발설 문제로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임 후보 측은 막판 난항일 뿐이라며 극적 타결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후보단일화의 중요성에 대한 임종인 후보 측의 분위기는 민주당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임종인 후보를 지원하는 진보정당 관계자들도 이번 선거는 반드시 '반MB 진영 단일후보'로 치러야 한다며 그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임 후보 측 관계자도 "만나는 사람마다 단일화 언제 하느냐고 물어 본다"며 "다른 이야기는 잘 들으려 하지 않고 그 부분만을 강조한다"고 전했다.

 

임종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성포동 주민 김화숙씨는 "범야권후보 단일화가 빨리 이뤄져야 하는데 걱정스럽다"며 "이명박 정권과 싸울 수 있는 능력 면에서나 진보적인 면으로 볼 때 임종인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서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임종인 후보는 치졸하게 밥그릇 싸움이나 하는 인물은 아니라는 것도 그가 지지하는 이유였다. 

 

임종인 후보는 거리연설에서도 단일화 문제를 늘 중요하게 거론하고 있다. 부자들을 위해서는 감세하고 서민들에게는 세금을 늘리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는 임 후보는 "단일화를 통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심판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임 후보는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중소 영세 상인 등 서민들의 아픔을 보듬을 수 있는 유일한 후보로 이미 지난 국회의 의정활동을 통해 자질이 충분히 검증됐다"면서, 서민과 지역 노동자들의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임 후보 측 관계자는 "기존 정당의 프리미엄 없이 무소속으로 기호 10번을 배정받고도 여론조사에서 다른 정당 후보들과 엇비슷한 지지율이 나오고 있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더 큰 파괴력이 있다는 것"이라며 "유권자들이 반MB야권단일후보로 가장 적합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덧붙였다.  

 

임 후보의 유세에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 권영길 의원,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와 심상정 전 의원, 창조한국당 당직자들이 나서 범야권 단일후보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유권자들에게는 정체성이 불분명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주당에서 들어오라고 할 때 안 들어오고 그렇다고 진보정당에 입당하는 것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종인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의 유지를 계승해 야권통합에 나설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에 있기 보다는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 들어가 야권이 하나로 통합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자유선진당 장경우 후보 및 무소속 후보들은 뒤집기 안간힘

 

 

자유선진당에서는 안산에서 국회의원을 두 번 역임한 장경우 후보가 뛰어들어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장 후보는 한나라당 공천에 비공개 신청했다가 낙천 후 자유선진당에 입당해 후보로 나섰는데, 다른 후보들에 비해 앞서는 연륜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중이다.

 

그는 "국회의원에 당선돼도 잔여 임기가 2년 6개월에 불과해 경험이 축적된 사람만이 제대로 해 낼 수 있다"면서, 지역화합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경륜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 일을 하기 위해서는 지역 국회의원들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는데, 자신이 이를 조율하는데 적임자라는 것.

 

이밖에 무소속 후보로는 김석균, 윤문원, 이영호 후보 등이 나서 지역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무소속으로 나선 김석균 후보는 전 한나라당 민원국장 출신으로 한나라당 상록갑 지역위원장을 역임했다. 25년간 정당에 몸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민원을 적극 해결하고, 서해안 시대를 맞아 안산의 중흥을 이끌겠다면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역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윤문원 후보는 국회 입법보좌관 출신으로 그동안 시장과 국회의원에 다수 출마했었다. 그는 강호순 조두순 사건 등이 발생한 안산의 치안 문제 해결 및 서민 생활 향상에 힘쓸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17대 민주당 해남·진도·완도지역 국회의원을 역임한 이영호 후보 역시 무소속으로 나섰다. 이 후보는 해양 전문가로서 안산을 해양 도시로 발전시킬 능력을 갖춘 유일한 후보라며, 수산업 종사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태그:#재보선, #안산상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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