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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청은 현 정부의 이른 바 '친서민 교육정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가정통신문을 모든 학부모에게 배부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현 정부의 이른 바 '친서민 교육정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가정통신문을 모든 학부모에게 배부하고 있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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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 10월 20일 서울 강서구의 M 중학교의 학생이 부모에게 '친서민 교육정책에 대한 안내'라는 제목의 2장짜리 가정통신문을 내밀었다. 이 학생의 아버지인 최아무개씨는 경기도 고교 교사로 "MB 정부의 영어중심교육, 국제중 설립, 자율형사립고, 일제고사 등 사교육비를 증가시켜온 정책들로 인해 중학생인 아들이 고생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그는 "말만 친서민이지 교육정책도 엉망으로 하면서 친서민이라는 구호만 거창하게 해서 거짓 홍보만 하면 그만이냐? 이렇게 쓸데없는 것 홍보할 시간에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조사라도 한 번 해보면 이런 가정통신문을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가정통신문을 끝까지 읽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장면2 : 같은 20일, 서울 서대문구 S 중학교의 이아무개 교사는 학교로부터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라는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MB 정부의 친서민 교육정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학교를 정권의 이데올로기 선전 도구로 삼았던 유신시대나 5공 군사독재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데, 교사가 이런 가정통신문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낀다"고 통탄했다.

학교가 정권의 이데올로기 선전도구?

서울시 교육청이 모든 학교에 내려보내 현정부의 '친서민 교육정책 홍보'
 서울시 교육청이 모든 학교에 내려보내 현정부의 '친서민 교육정책 홍보'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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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에서는 '모두를 배려하는 교육, 교육비 부담없는 학교'를 캐치프레이즈로 집중적인 친서민 교육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중·고등학교 학부형들에게 널리 알려야 하니 각 학교에서는 가정통신문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하여 안내하고, 기관 홈페이지(교육청)를 통하여 홍보하라."

지난 10월 12일 서울시 교육청이 각 학교로 내려 보낸 공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공문에 따라 각 학교에서는 가정통신문을 배부하고 있다. 첨부된 가정통신문은 "교육비는 더 줄여주고, 배려하는 마음은 더 키우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시를 첨부하여 학교장 이름으로 보내도록 되어 있다. 그 시의 내용 중에 이런 것이 있다.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 지리적 조건이 나쁘다고 해서, /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고 해서, / 소중한 기회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수능성적을 공개하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경제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지리적 차이도 무시하고, 문화적 차이는 언급도 않은 채' 오로지 결과물인 명문대 합격 숫자만으로 2300개 고등학교를 1등부터 꼴찌까지 줄세운 것인데, 과연 이것이 친서민 교육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창 이야기되고 있는 '외고 폐지 후 자율형사립고 전환' 역시 이런 친서민 정책과는 역행한다. 자율형사립고는 결코 외고보다 교육비가 적게 들지 않는 귀족학교가 될 것이라는 점은 각종 통계에서 이미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서울시교육청과 교과부는 짬짜미로 '입학사정관제, 기숙형 학교, (자율형사립고의) 사회적 배려 입학, 사교육 없는 학교 등을 친서민 교육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모든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화두 중의 하나가 '과연 누가 친서민정당인가'인 상황에서 말이다.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아픈 역사를 통해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을 얻은 값진 성과였다. 그런데 교육청과 교과부의 수장들과 관료들은 아직도 학교를 정권의 이데올로기 선전도구로 삼았던 그 '유신의 추억, 5공의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태그:#시국선언, #정운찬, #서울교육감, #친서민교육정책, #가정통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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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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